나의 이야기

부부싸움

조은미시인 2012. 11. 16. 07:49

 

 

 

 

부부싸움

조은미

 

요즘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고 어떤 것에 열중하다보면 다른 것이 돌아봐지지 않는 성격 탓에

거의 컴을 끼고 사는 며칠이었던 것 같다.

자연히 살림에 등한해지고 남편 쳐다 봐줄 여유도 없이 혼자 즐겁고 혼자 바빴던 것 같다.

식구가 남편하고 달랑 두 식구밖에 없다 보니 아침은 간단히 해결하고 좀 귀찮으면 외식하고

이러다 보면 냉장고에 사다둔 야채들도 먹을 새가 없어 썩어나가기 일쑤다.

워낙 살림에는 크게 취미가 없어 그저 대충 하고 살기도 하지만 드디어 남편의 인내도 한계가 왔는지

외출하고 돌아오니 상한 야채들을 식탁에 쭉 늘어놓고 한 이틀 입을 닫아버린다.

내가 너무 했다 싶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옆에 가서 간지럼도 태워보고 애교도 부려 보지만

돌덩이가 되어 돌아앉은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은근히 부아가 솟는다.

아니 나만 손인가? 썩어 있는 것 먼저 본 사람이 좀 치우면 안되나?

이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남편 눈치보고 해야 돠나?

시세 말로 가정이 평안 하려면 아내가 외출 할 때 어디 가느냐고 물어서도 안 된다던데...

이 사람은 남의 사는 얘기 듣지도 못했나?

미안 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나도 볼이 부어 마음에도 없는 한마디를 쏟아낸다.

당신 나하고 사는 거 그렇게 재미없고 불편하면 고만 있는 것 다 팔아 가지고 반씩 나눠 따로 삽시다.

얼마나 산다고 그렇게 불편하게 서로 그러고 살아요. ?”

입도 않떼던 남편 누가 말려?” 한 마디 쏜다.

점심에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 나가려고 외출 준비를 마친 상황에 도저히 나갈 분위기가 아니다.

 남편 들으라고 전화기에 큰 소리로 내가 오늘 중요한 급한 일이 생겨 못나간다고 둘러 대고

오랜만에 남편을 위해 점심 식탁을 준비한다.

 청국장도 국물 다시 내어 김치 넣고 뽀글뽀글 끓이고

씨레기 나물도 들기름 넣고 달달 볶아 한접시 내놓고 점심 식탁에 마주 앉았다.

조금은 풀어진 기색이다.

오후 3시에 광진 구청에서 김용택 시인 교양 강좌가 있어

여보! 나 다녀올게요. 하고 나가는데

며칠 만에 입이 떨어진 남편 잘 다녀와한마디 인사 건네준다.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남편 그 한마디에 요렇게 올라오던 미운 마음이 언제 그랬냐 싶게 사그라진다.

한 번씩 부딪치고 나면 그 다음엔 서로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가끔은 싸워야 서로 상대방의 필요에 둔감해지는 무심함 들을 돌아보고 돌이킬 수 있는 것 같다.

뭔가에 열중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나!

남편의 그런 브레이크가 때로는 감사하고 듬직하다.

나 혼자 세상을 살았다면 얼마나 좌충우돌 하고 살아왔을까?

항상 단순하고 귀가 여러 남의 말도 잘 듣고 앞뒤 생각 없이 결정해서 피해도 많이 보고

그럴 때 마다 신중한 남편은 내 브레이크가 되어준다.

생각하면 너무 고맙고 우리는 천생 연분으로 만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느라고 남편을 너무 혼자 오래  밀쳐놓았던 걸 뒤늦게 반성하며

 남편을 내게 주시고 건강하게 서로 옆을 오래오래 지키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가 넘치는 하루이다.

옛 어른들이 싸워야 큰다 라는 말들을 하시던데 37년을 함께 살고도  우리는 아직 더 자라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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