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뜨락

장미 축제 조 은 미 사람에 떠밀려 장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소음에 시달리고 혼잡함에 혼이 나가도 억지로 행복한 척 웃음짓는 장미의 미소가 안스럽다 사람 보라고 핀 것도 아니건만 기다리는 벌 나비, 님은 오지도 않고 무심한 사람들의 희희락락한 웃음 소리에 부아가 치미는 속은 진홍빛 설움이 되어 참느라 볼 부은 얼굴이 더 붉게 타오른다

유채 꽃밭에서 조 은 미 노란 별이 하늘에서 몽땅 이사왔다 희망 잃은 지구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내일은 집들이 날 한강 시민 공원 별들의 둥지 잔치 준비에 여념이 없다 별을 따는 꿈을 꾸며 사는 여인 가슴에 한 아름 별이 들어와 안긴다 별을 안은 가슴 근심 걱정 털어내고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난다

하동 가는 길 조 은 미 강풍 폭우 주의보 일기 예보 겁박에 주눅이 든다 신 새벽 흐리긴 했어도 참이주는 아량 설레는 마음 감사함 안고 먼저 내닫는다 가랑비가 내린다 버스에 올라 탄 참새들의 수다 까르륵 반가움이 머무는 둥지 문학적인 날씨 박경리도 최서희도 김홍신도 화개장터 조영남도 빗 속에서 웃고 있다 우산 안에 피어나는 옷음꽃 사랑꽃 사람꽃의 향기가 찬비에 젖은 가슴을 덥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