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4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 조 은 미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현관 문을 연다. 순백의 도화지가 펼쳐진 세상. 하얀 순수 앞에 아이들 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누구나 기다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눈 앞에 선물처럼 펼쳐졌다. 시골로 이사 오고 첫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다. 온갖 번잡함에서 벗어나 덕지덕지 걸쳤던 누더기들을 한 겹씩 벗겨내며 조금씩 내 안에 바랬던 사람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들! 평화가 내린다. 하나님 만드신 자연 앞에 서면 더 없이 겸손해지고 감사가 넘친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 대여섯명이 모여 예배드리는 작은 일문 교회가 있다. 이곳에 현대 계열에서 중직을 맡으시다 뒤늦게 신학을 하시고 첫 사역지로 이곳을 택해 오신 정진용 목..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 조 은 미 어느새 한 해도 몇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저런 모임에서 송년회로 모여 한해를 보내는 회고의 자리를 갖는다. 며칠 전에 이곳 반딧불 하모랑에서도 조촐한 송년 음악회로 모였다. 하모랑을 이끌고 있는 곽영분 선생님은 10 여년 전 이곳에 터전을 잡고 전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일삼이 한 두 사람 이웃분들을 가르쳤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마을 회관에 취미반으로 20 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할만큼 규모가 커졌다. 지역 사회에도 기여도가 높다.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되어 연주회를 갖기도 한다. 이곳 회원들은 평균 연령 70세를 상회하는 연세많은 시니어들이 주를 이룬다. 적게는 4 개월 경력자부터 10 년 이상된 회원까지 수준이 다양하다. 85세가 넘은 노인들이 mr에 맞춰 박자까지..

위기일발

위기 일발 조 은 미 항토방 문을 열어본다. 아직 제 자리를 잡지못한 이삿짐이 혼란스럽다. '정리를 해야지' 다짐해보지만 마음만 앞설 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오늘은 기필코 해결하리라 작심하고 방에 들어서는 순간 냉기가 훅 끼친다. 찬 방에서 꿈적거리다가 감기나 들면 낭패다. 방에 불을 올린 다음 치우리라 생각을 바꾼다. 돌을 달구어 방의 온도를 높이는 발열판 위에도 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저 짐을 치우고 불을 올려야지 ' 생각이 거기 까지 미쳤지만 그게 끝이었다. 무심히 보일러 스위치를 켜고 안채로 들어와 몇 시간이 흘렀다. 그제서야 아차 발열판 위의 짐을 치우지 않고 불을 올린게 생각났다. 마음이 다급해져 뛰어나가 황토방 문을 여는 순간 화학물질 타는 냄새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다. 방안..

3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보이지는 않는 것을 보며 조 은 미 며칠간의 서울 나들이에서 돌아왔다. 몇 차례 공식 모임에 참석하고 짬짬이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관계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것 민큼 사람을 생기롭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묵은 인연들과 만나 나누는 정담이 가슴 속까지 푸근하게 한다. 오랜만에 딸네 집에서 묵었다. 아마 시집 보내고 처음인 것 같다. 서울에 살 때는 가끔 만나 식사하고 헤어지니 굳이 집에까지 가서 자고 올 필요가 없었다. 시골로 이사오고 나니 서울에 근거지가 없어졌다. 서울 오면 자고 가라는 곳은 여기 저기 많이 있다. 그래도 제일 만만한 딸네 집을 찾게 된다. 직장 나가는 딸에게 행여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조심 스럽기는 하다. 나를 위해 끼니 걱정일랑 하지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