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뜨락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마태복음 7:13-23) / 담소 조은미 하늘 문 닫힐 때 심판자로 오시는 주 영원한 생명의 문 죄는 결코 들어 갈 수 없는 문 오직 주님만이 열린 문 주안에 사는 삶 좁은 문 좁은 길 주 안에 거하며 주님과 만나는 친밀한 교제 포도나무 붙은 가지 맺혀지는 좋은 열매 열매 ..

폭우 / 조 은 미 쏟아지는 분노가 삼킨 남겨진 젖은 상흔 갈갈이 찢긴 마음 소롯이 감싸는 노란 희망 하나 받쳐들고 온몸으로 분노 받아내며 꿋꿋이 빗속을 걷는다.

또 하나의 행복 / 조은미 또닥또닥 정겨운 빗소리 창문을 타고 빗물이 흐른다 이른 아침 폭신한 침대 안 온 방안에 슈벨트가 가득차고 몽글 몽글 옛이야기 숨바꼭질한다 수채화처럼 번지는 나른한 행복 그리움 앞에 선 가슴 소녀가 된다

다림줄/ 담소 조은미 후덥지근한 열기 온통 달라붙는 끈끈함 뿔이 걸어간다 위선 속에 감춰진 뿔 회칠한 무덤 희망이 사라진 황량한 벌판 한줄기 빛 말씀의 다림줄 사랑의 눈물 하나씩 녹아내리는 뿔 사람이 되고픈 소망 무너진 가슴에 해가 뜨네

인연 / 담소 조 은 미 꽃다운 나이 부부로 만나 50년 함께 한 세월 미운 정 고운 정 나인지 당신인지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세월이 내려앉은 가녀린 어깨 반신불수 20여년 남편의 팔 다리 되어 더 이상 나이기를 체념한 숙명 꺼진 눈매 애잔함 흐르고 거친 손마디 마주 잡은 손 끝이 따뜻하..

잠 못 이루는 밤에 / 조은미 고요가 흐르는 밤 쉬임 없이 비는 내리고 그리움 서성이는 빈 가슴 손 내밀어 뻗어봐도 잡히지 않는 등 시린 선풍기 무심하게 돌고 동공엔 초롱초롱 별 하나 뜨네

장마 / 담소 조은미 회색 어두움 들어 찬 우울 슬픔도 서러움도 가슴에 묻고 담기 무거워 더 낮아진 하늘 참았던 눈물 얼마나 울어야 가슴이 시원해질까? 울어서 시원해질 가슴이면 싫어 말도록 울어보렴 더 흘릴 눈물 없으면 해 뜰 날 있겟지

바람이고 달리는 천변의 아침 /담소 조 은 미 코스모스 머리 위 분홍바람 개망초 머리 위 하얀 바람 초록 갈대 위 초록바람 양귀비 꽃 위 꽃바람 익어가는 토마토 볼 빨간 바람 뺨에 가슴에 바람 안고 달리는 여인 행복도 올라타고 희망도 올라타고 콧노래 흥겨운 천변의 아침

사구砂丘 / 조 은 미 부서지고 또 부서져 아스라이 멀어진 세월 황량한 언덕 저만큼 따라오는 발자국 발목을 감싸고 욕심도 조바심도 사막의 가슴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