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구르는 길목에서 가을이 구르는 길목에서 /조은미 깃털 너울 떨쳐 입고 바람 앞에 서면 가녀린 여인의 허리는 은빛 파도가 된다. 일렁이는 물결 따라가다 만나는 그리움 따스한 추억은 정겨움 되어 억새 숲 들판에 여울지고 손 끝 마주 잡고 벗과 함께 부르는 노래 코스모스 꽃길을 달린다 가을이 구르는 .. 영상자작시 2013.09.25
젓가락 내 짝궁 젓가락 내 짝궁 언제나 함께여서 짝꿍이 있는 옆자리가 내 자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이가 일어서면 나도 일어서고 그이가 누우면 나도 누웠습니다 가끔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게 힘들고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감동도 기쁨도 없던 어느 날 내 몸에 콕 꽂히는 빈 이의 작.. 영상자작시 2013.09.13
밥솥, 어둠을 밀어내고 밥솥, 어둠을 밀어내고 조 은 미 모자 질끈 눌러쓰고 두 눈을 꼭 감는다 숨구멍 단단히 막고 허리도 곧추 세우고 훅! 끼치는 열기가 조금씩 목까지 밀려와 드디어 비명을 지른다 담금질이 끝나고 깊은 숨 토해내는 소리 전율이 온몸을 훑는다 나른히 찾아오는 아침 햇살 생명줄에 올라오.. 영상자작시 2013.09.10
억새 , 아침을 열다 억새, 아침을 열다 조 은 미 첫새벽 어스름 열고 한줄기 빛 세우는 억새 보랏빛 수줍은 얼굴 한걸음에 달려온 바람을 밀고 실핏줄 파아란 여린 볼에 입맞춤하고 누가 볼까 부끄러워 살며시 도리질 한다 아침 햇살 하얗게 정수리에 이고 임의 손잡고 가냘프게 휘는 허리 물안개 내려 덮는 .. 영상자작시 2013.08.27
계절과 계절 사이 계절과 계절 사이 조 은 미 마지막 가는 길 차마 발걸음 떼지 못하고 밤새워 서럽게 눈물로 지새운다 뒤미처 쫓아오는 가을 떠날 자리 아시는 당신 어린 싹 그러안고 당신 손으로 보듬어 알뜰히 가꾸었던 들판 한여름 밤 그리도 기세등등하던 열대야 꼬리말아 쥐고 아픈 맘 감추며 돌아서.. 영상자작시 2013.08.23
배롱나무 배롱나무 조 은 미 툭툭 터지는 붉은 꽃망울을 머리에 받쳐 들고 곧은 절개 기다림에 지쳐 빨갛게 멍든 꽃 날마다 환하게 불 밝히는 백일 비손하는 가녀린 여인의 허리가 휜다 스쳐가는 바람결에 누구를 기다리는지 얼굴 더욱 붉게 타오른다. 영상자작시 2013.08.21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의 문턱에서 / 조은미 열어놓은 창문으로얼굴 들여미는 차거운 달빛가을을 깨운다 전깃줄에도 가로수 벚나무 가지에도 살포시 내려앉은 소슬 바람 가라앉은 그리움도 스멀스멀 가을 보러 기어 나온다 영상자작시 2013.08.21
연리지 連理枝 연리지 連理枝 / 조 은 미 카톡에 남겨진 낯익은 이름들 추억이 되어버린 소중히 여기며 놓지 못하던 인연의 끈들 손가락 사이 쥐었다 펴보면 빠져나가는 모래알 지금은 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서글픔 밀려오는 노을빛 창가 내 마음 채우는 그 분 앞에 닻을 내리며 무릎을 꿇는 영상자작시 2013.08.18
피서지의 여름 피서지의 여름 / 조은미 어둠이 내려 앉은 바닷가 낯선 민박집 안방 방바닥에 등 붙이고 날개를 접는다 열어젖힌 창문타고 바람 등에 업혀오는 바다 내음 아직은 서성이는 여름 가을 바람 입질에 그 도도함은 어디가고 세월 가면 그리 가는 것을 영상자작시 2013.08.13
잃어버린 뜨락 잃어버린 뜨락 / 조 은 미 장마 걷히고 불볕 들어찬 날에 고향 길 찾아 나선 걸음 사랑방 툇마루에서 봉숭아 꽃 물들이며 울 안 장독대 뒤켠 숨바꼭질 놀이하던 추억이 먼저 달음질친다 폐허 된 집터 위에 이방인이 되어 선다 초록 콩잎 무성한 앞마당 옥수수 밭에 사각 거리는 실바람 소.. 영상자작시 201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