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뜨락

만리포 해변 / 조 은 미 부서지고 또 부서져 하얀 그리움이 흐르고 찰싹거리는 파도 가만히 다가와 소라껍데기 빈 울음 듣는다 해풍이 싣고 오는 억겁의 세월 돌아 엄마 손잡고 운동회 때 달리기 하던 빈 백사장 맨발로 달리는 그 소녀.

가로등 조 은 미 긴고랑 오솔길에 나무인양 우뚝 서 달님 하나 머리에 이고 어둠 지키는 파수꾼 박제된 이방인이 나무가 되고픈 열망에 응어리진 소망 안고 밤마다 환한 빛으로 태우는 나무를 닮아가는 넓은 가슴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 바람 소리로 엮어가는 하모니.

꽃밭에서 / 조은미 땅거미 기는 어스름 저녁 달맞이 꽃 반갑게 윙크하고 보랏빛 수줍은 난초 초롱불 밝힌다 그리움 보듬는 해질 녘 꽃밭에 노을이 붉다

욕심 / 조은미 양손에 쥔 장난감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놓을 수 없는 욕심 한 개만 재촉하는 엄마 아이는 울고 싶다 엄마 ! 그냥 두 개 다 가지면 안 될까?

선택 / 조은미 갈림길 길목에서 자꾸 작아진다 넓은 길 달콤한 유혹 내 안의 다른 나 혼돈과 방황의 미로 좁고 험한 길 떡 반죽 그릇에 떡이 없을지라도 내 주님만 믿고 따라가면 준비하시고 예비 하시는 하나님 룻의 축복이 영근다

담소 ( 潭沼 ) / 潭沼 조은미 호흡이 시작 되는 생명의 근원 맑은 물줄기 바위 틈 부대끼며 흐르고만남과 머뭄 속에 점점 자라나는 깊은 생각 맑은 울림은 소가 되어 고인다 상처 받은 영혼 보듬는 엄마의 자궁 가슴에서 가슴으로 담소(潭沼 )가 담소(談笑) 되는 날 활짝 편 영혼의 나래 하..

들깨의 미소 / 조 은 미 묵정밭에 씨앗을 심네 오늘일까, 내일일까? 뾰족뾰족 기다림의 끝 날 때부터 이파리 시원히 피워내지 못하고 오글오글 시들어 가는 들깨 넌 소중해 잘 할 수 있어 함께 보듬으며 나누는 사랑의 교감 조금씩 깻잎에 생기가 살아나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일어선다 들..

장미의 계절 / 조 은 미 진홍빛 너울 받쳐 쓰고 우아하고 요염한 자태 뒤미처 따라오던 푸르름도 향기에 취해 넋을 잃는 유월 평생을 붉을 줄 알고 손톱 가시 세우고 도도하게 뽐내보지만 가는 바람 뉘라서 막을까? 유월의 장미 9

탈피 / 조 은 미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머무르고 싶은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 스멀스멀 날개 단 생명의 파닥거림 등껍질 깨는 아픔으로 내 안의 다른 나 더 멀리 날아갈 내일을 꿈꾸네.

비상구 / 조 은 미 인생의 미로 어둠의 나락 벽, 벽, 벽 ! 희망 없어 타는 가슴 주저앉고픈 절망 내가 너를 잘 아노라 내가 너를 사랑한다 비상구 한줄기 빛 나를 감싸시는 그 사랑 빛 따라 걷는 길 고통도 지나고 슬픔도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