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한해를 보내며

조은미시인 2020. 12. 21. 00:48












한해를 보내며
조 은 미

어느새 경자년도 마지막 꼬리를 감추려한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는 한 해!
성탄 주일인데도 비대면으로 교회도 못가고 TV 앞에서 혼자 드리는 예배가 쓸쓸하기 짝이 없다.

서로 그리움이 목에 찬 단짝 몇이 카톡에 한마음으로 단숨에 번팅에 합의하여 계획에도 없던 하남 근교의 소나무가 푸르게 겨울을 지키고 있는 한정식집을 향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화사하고 블링블링한 인테리어가
오랜만에 따스하고 달달한 푸근함에 젖게한다.
다행히 넓은 홀이 한산하여 햇볕이 따사로운 소나무 숲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는다.
얼마나 오랫만에 느껴보는 일상의 편안함인가?
이 소소한 행복마저 반납하고 견뎌온 시간들!
보고 싶을 때 군말없이 달려나올 벗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맙고 축복받은 일인지!

경직되었던 입술 근육에 모처럼 날개를 단다.
마스크를 통한 진풍경의 소통이지만 오랜만에 나누는 정담으로 막혔던 가슴에 바람이 통한다.
정갈하고 품위있는 음식도 행복하게 한다.

유난히 힘들고 어렵게 보낸 한 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소용돌이 속에 그래도 아직 건강하게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
송구영신!
가는 해는 미련없이 보내고
오는 신축년 새해는 코로나가 속히 지나가고 희망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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