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서울 숲에서 생포한 행복

조은미시인 2021. 4. 23. 19:15












서울 숲에서 생포한  행복
조은 미

코로나로 발이 묶인 숨막힘에서 뛰쳐나와 더는 견디기 어려운 그리움의 갈증을  오랜만에 서울숲에  풀어놓는다.
연두빛 신록이 싱그러운  4월의 서울숲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각색 꽃들과 튤립이 흐드러져 반긴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만은 단아하고 화사한 튤립 군락은 비단 카펫을 펼쳐놓은 듯 황홀하다.
눈과 가슴의 거리가 짪아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슴 밑바닥 우울이 슬리퍼를 제대로 꾀지도 못한 채 줄행랑을 친다.

50년이 넘도록 함께 해온 벗들!
서로 있음에 고맙고 행복하다.
발에 맞는 신발을  신은 듯 언제 만나도 편안하다.
할머니 레시피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따끈한 커피 한 잔씩 받쳐들고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걷는다. 커피향에 정담이 녹아들고 추억도 꼬리를 늘이며 느릿느릿 따라온다.
작은 여유가 주는 숨구멍이 이토록 행복할 수가!
코로나에 내주었던 일상의 한 조각을 다시 찾으며 마스크 속의 네 얼굴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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