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아름다운 동행

조은미시인 2021. 8. 30. 08:07










아름다운 동행
조 은 미

마음 맞는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건 얼마나 축복인지!
문화 코드가 비슷한 문우 절친들.
피카소 전시회를 다녀온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은 모처럼 한갖지게 조조 영화를 보자는 번개 호출에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저우 사오치 역의 허광한과 요우 용츠역의 장약남이 주연으로 열연하는 요즘 핫한 중국 멜로물인 "여름날 우리"를 보기로 하고 상영관에 들어서니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어 영화관을 통째로 전세낸 호사를 누리며 모처럼 소녀 시절로 돌아가 달달하고 꿈꾸듯 한 첫사랑의 추억에 흠뻑 빠져보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풋풋한 17살에 만나 한 눈에 사랑을 느낀 후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하며 운명적인 만남으로 순수하고 진솔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따사롭고 달콤하고 아름다운지! 우여 곡절 끝에 만나 동거하며 꿈같이 아름답게 사랑하는 시간을 보낸다. 사랑 하면서도 현실적인 갈등으로 다시 헤어져 오래 가슴 앓이 하며 서로 각자의 길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문득문득 떠나간 사랑을 애타게 그리워한다. 몇 해가 지난 후 요우 용츠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가지 않으리라 결심하지만 마음을 바꾸어 결혼식에 참석한다. 식장에 들어가기 전 신부 대기실에서 마지막으로 만나 진솔하게 사랑의 고백을 하며 오래 가슴에 머물던 첫사랑을 성숙하게 보내는 장면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감성적 사랑만이 아니라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사랑하며 엮어가는 15 년간의 연애 과정을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낸 영상들이 일상의 무감각한 메너리즘에 빠져 매마른 가슴 한 쪽 구석에 밀쳐놓았던 첫 사랑의 추억을 소환하며 사랑의 감성을 다시 깨워준다. 달콤하고 따뜻하고 감미로웠던 추억 속으로 여행하며 힐링을 느끼게 한다. 허광한의 어눌하면서도 진솔한 인간미 넘치는 연기와 산소같이 상큼하고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은 장약남의 빼어난 미모와 혼신을 다한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고 나서도 달달한 행복이 오래 머무는 영화로 부부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보시라고 강추하고 싶다. 폭력과 스릴러물이 난무하여 보고나서도 더 마음이 힘든 요즘 영화들 가운데 모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같은 고향에서 어릴적 오빠 동생으로 무람하게 지내다 서로 공부하느라 고향을 떠나 어디 있는지 소식도 모르고 지내던 차 대학 때 집에 오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 한지 6년만에 배꽃이 흐드러진 태릉 배밭에서 달빛을 받으며 처음 뽀뽀라는 걸 하고 "내가 너 책임질께.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했던 한 마디에 일생을 걸고 결혼했던 순수했던 우리 시절의 연애 모습이 지금 신세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감각적이고 현실적이고 스피드한 오늘의 세대에도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큼 사랑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우리의 내면을 행복하게 채워주는 그런 테마가 아닐까?

영화가 끝난 후 올림픽 공윈이 내려다 보이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피자 한 판을 나누며 달달함을 씹는 오후!
연한 커피 한 잔에 젊은 날의 추억도 함께 녹여 마시며 서로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공감에 미소를 보낸다.

이제 석양의 노을이 짙어지는 우리 인생길에 오늘도 소중한 하루의 행복을 더하며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에 감사가 넘친다.
고마운 벗들! 서로를 위해 건강하고 만날 수 있을 때 자주 얼굴 봅시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불신  (0) 2021.09.01
묵은지의 변신  (0) 2021.08.30
무궁화 사랑의 길목에서  (0) 2021.08.29
사랑이 머무는 순간들  (0) 2021.08.28
카페라떼 한 잔의 낭만  (0)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