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아버지!
아버지를 황망 중에 보내드리면서 혼자 처리 해야하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당면 문제에 슬퍼할 새도 없이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숨가쁘게 분주한 3일을 보내고 어제 괴산 호국원 묘역에 아버지를 안장해 모시고서야 이 새벽 아버지 영전을 마주하며 비로소 차분하게 아버지와 마주 앉습니다.
아버지 웃으시는 모습을 뵈며 아직 아버지의 부재가 와닿지 않지만 아버지를 이 땅에서 다시는 뵐수 없다는 게 왜 이리 허전하고 새록새록 눈물이 나는지요!
아버지 가시는 순간까지 하나 있는 고명 딸 고생할까봐 그리 부담 안주고 가시려 가시는 시간 까지 배려하셨는지요!
짧은 3일장이라 하루만 바쁘게 보내고 날씨도 어찌 그리 푹하고 좋았는지 아버지 성품 만큼이나 푸근해서 한 부주 했네요.
코로나의 위중한 시기에 지인들께 부고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지만 알음알음 들으시고 많은 분들이 온라인으로 넘치도록위로해주시는 과분한 사랑에 그저 고맙고 혼자 모시는 큰 일이지만 외롭지 않고 그리 힘들지 않게 지나갔네요. 두고 두고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려 합니다.
아버지!
무거운 육신의 껍질을 벗으시고 영혼의 새 날개를 달고 마음껏 날으시니 편안하시지요?
거의 3년이 다가오는 투병 생활 동안 정신은 멀쩡하시면서 하지 마비로 한 발자욱도 땅을 밟아보지 못하시고 침상에서만 지내셔야 했던 그 답답함과 괴로움 가운데서도 짜증 한 번 안내시고 늘 잔잔한 미소로 주변 분들을 편안하게 하셨던 아버지!
이제 천수를 다하시고 고통이 없는 그나라에 들어가셔서 소원하시던 주님을 만나뵙고 천국에 입성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경하드려야하는데 코로나로 면회가 금지되어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저를 그리워하시며 혼자 떠나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본의 아닌 씻을 수 없는 불효에 가슴이 메어집니다.
그래도 며칠 전 스치듯 얼굴을 뵐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가시기 몇 시간 전 면회가 허락되어 잠시라도 의식이 계실 때 아버지 이름을 불러보고 얼굴도 만져드리며 기도 해드리고 왔는데 몇 시간 후 황망하게 그리 급하게 가실 줄은 몰랐네요. 비록 임종은 못 했지만 두고두고 한은 남지 않아 그것도 하나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선물이었음에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 쯤은 꿈에도 그리 보고 싶어하시던 엄마와 반가운 재회도 하시고 사위와도 한 자리서 만나셨겠네요.
세 분의 천상에서 반갑게 해후하시는 웃음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합니다.
이제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제 응원군이 또 한 분 느셨네요.
지켜 주시는 분 많아 더 든든히 살아가겠네요.
앨범을 뒤적이며 아버지와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곳곳에 아버지와 어린 추억들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자라면서 한 번도 부정적인 말이나 높은 나무람의 언성을 들어 본 기억이 없네요. 잘 못 했을 때라도 차분히 타일러서 스스로 반성하게 하시고 늘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제 뜻을 존중해주시고 충만한 사랑의 울타리로 보호해주셨던 아버지!
끝없는 제 자존감과 긍정의 에너지는 아버지께 받은 유전자인 것 같네요.
평생을 든든한 사랑의 울타리로 지켜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이제 아버지는 떠나고 안계시지만 아버지 께서 사랑하시고 몸 담으셨던 시민교회 목사님과 장로님들 많은 성도분들이 아버지와 함께 나누셨던 사랑을 추억하며 진심으로 애도하시는 모습을 뵈며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몸소 모범을 보여주시고 생활에 체화된 사랑을 실천하시고 사셨던 아버지께 진심으로 존경을 드립니다.
아버지를 만나셨던 모든 분들이 아버지의 온화하신 인품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기억해주심에 가슴이 뭉클 했습니다.
또한 6ㆍ25 참전 용사로 나라를 지키시며 국가 유공자로서 마지막 까지 고귀하게 대접 받으시며 떠나시는 아버지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원호처에서 보내주신 대통령 근조기에 아버지도 보람으로 뿌듯 하셨지요?
편안한 우등 고속 장의 차량도 보내 주셔서 감사했어요.
화장비도 전국 어디서나 무료로 지원되고 호국원에서도 예를 다해 모셔주셔서 참으로 오랜만에 나라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네요.
늘 저의 자랑이셨던 아버지!
영자 숙자 전생시대에 은미 라는 예쁜 이름으로 평생을 살게하시고 남에게 나누시고 베푸시느라 검소한 생활 가운데 병원에서 쓰시던 일용품 몇 가지 단지 유품으로 남기시고 가셨지만 어떤 것 보다 더 귀한 사랑의 유산과 사람이 살아가야하는 도리를 유훈으로 남겨주시고 가신 아버지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 살면서 아버지께서 어떻게 존경받고 사셨는지 몸소 보여주신대로 따라 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의 아버지셨던 축복이 제가 받은 가장 귀한 선물임음 고백드립니다.
아버지가 제 아버지셔서 너무 행복하고 당당하고 자랑스러웠어요.
아버지 사랑해요.
저의 모든 서운하고 부족했던 불효를 용서해주세요.
저도 곧 뵙게 되겠지요. 이제 아버지 보살펴야되는 제 책임도 내려놓았으니 아무 때고 부르시는 때 편안하게 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도 늘 그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이제 슬퍼하지 않을께요
아버지처럼 마주 웃으며 손 흔들고 안녕을 고합니다.
아름다운 낙원에서 엄마와 함께 평소처럼 알콩달콩 편히 쉬소서.
사랑하는 딸 은미 올림
2021년 12월 23일 아버지 영전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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