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모처럼 한가하게 집을 지키는 날!
등짝이 쇼파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디.
거실 창가에는 봄바람이 보듬는 부드러운 애무에 살포시 흔들리는 벚꽃 가지가 여민 옷섶 풀어 헤치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분홍 유두에 수줍음이 부풀고 배시시 눈웃음마저 지으며 볼이 붉어져 새침을 떨고 있다.
이런 날은 달달한 커피 한 잔이 왜 이리 땡기는지!
할 일 없이 뒹굴거리며 몇 자 끄적이다 보며 어느새 열한시가 겨워 아점 때가 된다.
아 삼시 세끼 꼬박 챙겨야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배꼽 시계에 순종하며 한껏 게으름을 즐길 수 있는 자유!
이 얼마나 감사한 여유인가?
슬슬 시장기가 돈다.
갈무리 해뒀던 뽕잎을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켜 밥물을 평소 보다 조금 적은 듯 자작하게 붓고 뽕잎을 위에 얹어 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뽕잎 익어가는 냄새에 얹힌 구수한 밥 내음이 코끝에 은은하게 감긴다.
양념장 달래도 없어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참나물 몇 줄기
송송 썰고 통깨, 고춧가루, 참기름을 간장에 넉넉히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놓는다.
곧 압력 밥솥 딸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 김을 빼고난 후 솥을 여니 밥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뽕잎도 푹 물렀다.
주걱으로 훌훌 섞어 대접에 퍼 담는다. 뜨거운 김 모락모락 나는 뽕잎밥에 참나물 양념장 한 술 듬뿍 떠 쓱쓱 비비니 이런 대박! 꿩 대신 닭이라고 별 기대감 없이 달래 대신 넣었던 참나물의 향긋함이 온 입안에 퍼지면서 톡톡 터지는 참깨와 참기름의 고소함이 양념장과 어울어져 달래간장 저리 가라 할 만큼 뽕잎밥과 참나물 양념장은 찰떡 궁합이다. 아 이 환상적인 맛의 조화! 우연히 마주친 맛의 대발견이다. 목구멍을 술술 넘어가는 미각의 엄지 척 완승에
행복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요즘 이제서 가사를 외우며 따라부르기 시작힌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흥얼거리며 제법 많은 뽕잎밥 한 대접을 순식간에 비운다. 배둘레헴 난 잠시 너를 잊고 살고 싶다.
오!
나의 영원한 숙적 배둘레헴이여!
오늘은 잠시 휴전 하고 서로 평회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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