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음력 2월27일!
올해는 양력으로 3월 29일이 내 귀빠진 생일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카톡과 카스에 축하글 봇물이 터진다.
2월 27일에 한 차례 Sns에서 생일 축하를 받고 지났는데 음력 생일까지 챙겨주는 똑똑한 Sns 덕에 또 한 차례 생일 축하를 받는다.
늘 생일이 바뀌어 불편한데도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는 이 작은 관습 하나 바꾸지 못하고 평생을 지난다.
아이들도 새 달력을 받으면 으례 음력 내 생일에 먼저 동그라미를 쳐놓고 그날을 생일로 챙겨 준다.
3월에는 아들, 며느리, 사위, 나까지 식구들 생일이 고마고마하게 며칠 들이로 오로로 모여 있어 서로 바쁜 때 여러번 모이기도 번거로워 가족이 다 함께 모이기 쉬운 주말을 택해 얼마 전 미리 합동 생일 축하 모임을 가졌다.
사위가 거하게 한턱 쏘며 서로 축하금까지 주거니 받거니 한판 생일 치레가 끝난 터라 정작 내 생일 당일에는 나도 잊고 있었는데 카톡을 보고서야 오늘이 내 생일인 걸 실감한다.
이런 날 마주 앉아 미역국이라도 같이 나누며 모처럼 두툼한 금일봉 봉투를 챙겨 축하해주던 남편의 빈자리가 새삼 적적하게 느껴 지고 혼자라는 게 약간은 쓸쓸한 느낌이 든다.
띵동 소리에 현관문을 여니 꽃 배달 택배 기사분이 꽃바구니를 들고 서있다.
가슴으로 만나 언니 동생하며 친자매처럼 마음을 나누고 지내는 동생이 생각지도 않게 장미향이 싱그러운 빨간 장미 꽃바구니를 깜짝 선물로 보내왔다. 찡한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찌 이리 주밀하게 마음을 쓰는지!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건지!
점심에는 마침 장인 어른 장례를 치르고 서울에 머물고 있는 아들 내외가 맛난 점심을 대접한다며 데리러 와 광장동의 주택을 개조하여 이웃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안하고 정감이 가는 드노보 카페에서 한껏 입이 호사를 하고 왔다. 특별히 시금치 파스타가 일품이었다.
돌아 오는 길에 지난 번 생일 축하금도 미리 받았건만 화장품 선물을 또 곰비함비 챙겨 주는 며느리의 엽엽함이 그저 고맙고 대견하기만 하다.
사랑받고 사랑하며 사는 것 만큼 사람을 기운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나도 자칫 잊고 지나가는 음력 생일을 축하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달달한 하루를 보냈다.
내가 받은 사랑에 행복한 만큼 넘치는 사랑을 흘려 보내며 누군가의 작은 기쁨을 위해 축복의 통로로 서야 하리라.
아직 몸과 마음이 건강해 서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하며 살아가자.
오늘 따라 친정 엄마 아버지가 유난히 그립고 보고 싶어 진다.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신 위대하신 두분의 사랑에 감사한다.
나를 세상에 있게하신 창조주의 뜻은 무엇일까?
진정 난 나를 보내신 분의 목적에 합당한 삶을 살고 있는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한 귀절을 떠올려 본다.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 입니다"
은혜 은, 아름다울 미, 나는 '은미' 라는 내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름처럼 은혜롭고 아름다운 자취릏 남기며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살아가자 다짐해 본다.
축하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더 없이 고맙고 감사한 인사를 드린다.
좋으신 하나님!
생일날 외롭지 않도록 사랑의 울타리로 둘러쳐 주시고 넘치는 기쁨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저의 마음이 손과 발이 늘 당신을 기쁘게 하는 자리에 서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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