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봄의 문턱에서

조은미시인 2022. 3. 28. 22:16






봄의 문턱에서
조 은 미

골이 깊어 봄이 늦장 부리며 쉬엄쉬엄 오는 우리 동네도 어느새 따스한 기운이 온 들녘을 감싼다.
잔뜩 물오른 목련 봉오리도 며칠 후면 곧 벌 것 같다
겨우내 문 닫고 두문불출 하던 이웃 아낙들의 웃음 소리가 문 밖을 넘고 부지런한 농부들의 일손도 바빠진다.나도 손바닥만한 텃밭이지만 호미로 이랑을 일군 후
거름을 넣고 까만 비닐 멀칭도 어설프지만 끝냈다.
씨뿌릴 준비를 마치니 마음이 부자가 된듯 풍요롭다.
마당엔 민들레 새싹이 파릇하게
올라온다.
꽃 볼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대로 두면 온통 무법 천지로 잔디밭을 점령할 생각을 하니 아예 더 성하기 전에 뽑아주기로 했다.
세상에 어렵게 나오자 마자 무참히 뽑아버리는게 안스럽기는 했지만 설 자리 모르고 아무데나 나대는 제 탓이니 어쩌겠는가? 호미로 캐내니 한 소쿠리는 실히 된다.
내친 김에 집 뒤 양지 쪽 언덕에 가보니 냉이 달래도 제법 굵었다.
민들레는 깨끗이 다듬어 씻은 후 설설 끓는 물에 데쳐 새콤달콤 초고추장에 통깨 뜸북 넣어 무쳐놓는다.
상큼한 봄 맛이 텁텁한 입맛을 깨운다.
멸치 다시마 우려낸 다시 국물에 슴슴하게 된장을 풀어 냉이국을 끓여 놓으니 얼마나 구수한지!
달래는 송송 썰어 통깨 , 고춧가루, 참기름 넣고 달래 간장을 만들어 놓는다. 향긋한 달래향이 입안에 퍼진다. 민들레 무침, 냉이국, 구운 김에 달래 간장까지 봄으로 한 상차린 식탁이 풍성하다.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입 속에 행복이 구른다.
목젖을 타고 내린 봄이 가슴에 가득찬다.
통통 튀는 행복에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
여러 변환기에 세상이 어지럽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봄도 이만큼 가까이 정녕 오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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