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현재를 누릴 줄 아는 지혜

조은미시인 2022. 5. 10. 08:09








현재를 누릴 줄 아는 지혜
조 은 미

남편 생전에 부부 모임에서 알게된 오래 된 인연으로 남편 친구 부인인 또래의 그녀와 원래 내 친구 인 것 처럼 무람없이 친해져 서울을 떠나 양평 근교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는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언제부터 한 번 들려봐야지 벼르기만 하다가 오늘 드디어 서울 오는 길에 느닷없는 방문으로 반가운 해후를 했다.
미리 간다고 하면 손님 치레 하느라 번거롭게 할 것 같아 차만 한 잔 간단히 하고 올 요량으로 마음 먹은 김에 떠나기 임박해 전화를 하고 주소를 찍고 나선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낯선 길도 잘 찾아다닐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아침이라 양평으로 이어지는 유명산 산간 도로는 그야말로 한가하기 그지없다.
멋진 드라이브의 낭만을 즐기며
카르페디엠의 행복을 누린다.
옥천면을 지나 양서면 중동길에 접어들어 구불구불 길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산 마루에 닿는 거의 끝 지점쯤 시원하게 탁 트인 환상적인 전망이 일품인 아담한 집 앞에서 네비가 멈춘다.
아래가 훤히 내다보이는 산으로 둘러쌓인 시원한 시야의 아름다운 풍광에 할 말을 잊는다.
바라만 보아도 가슴의 체증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맞아주는 두 부부의 얼굴에 자연을 닮아가는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오밀 조밀 각가지 채소밭이 있는 정원 한 쪽에 오두막 같은 정자가 운치를 더한다. 텃밭에서 상추, 부추, 참나물, 고추, 파등 필요한 야채를 손수 기르며 그림같은 전원생활을 한껏 즐기며 살고 있었다.

시골의 좋은 공기가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몇 번의 후두 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남편의 친구분은 예전보다 훨씬 젊어 보일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신 걸 보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차만 마시고 오려던 게 어느새 점심 끼니 때가 되었다.
갑작스런 방문인데도 평소 손끝이 매운 살림 솜씨 덕분에 집에서 거둔 재료로 정갈하게 차린 밥상에 입이 호사를 한다.
시원한 돌나물 물김치와 참나물 무침, 알맞게 익은 아삭한 오이지, 문어 숙회, 소갈비살 구이에 갓 따온 여린 상추쌈, 귀한 두릅까지 정성드린 음식들이 얼마나 맛나던지!
닫다가 들이닥쳐도 이렇듯 맛깔 나는 성찬을 차려내는 그 준비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랫만에 마음을 나누며 회포를 풀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돌아올 때는 맛나게 담근 오이지며 마당에 파릇하게 자란 연한 부추까지 뜯어 들려 보낸다.
친정 언니처럼 푸근하고 정스런 넉넉한 인품의 그녀에게 참 많은 걸 배우는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서울 집 팔아 시골로 옮겨 앉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넓직한 뜨락에서 유유자적하게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가! 전철이 있어 서울까지 접근성도 좋고 생활에 큰 불편이 없어 본인들도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만족해 한다.

집 값이 널 뛰듯 출렁이며 안정되지 못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집이 sweet home의 개념보다 부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오도된 가치 기준의 우선 순위에 발이 묶여 여러가지 선택에 어려움이 따르는 문제이긴 하겠지만 소득을 위한 경제 수단이 마땅찮은 노후에 달랑 집 하나 붙잡고 House poor로 사시는 분들이라면 삭막하고 팍팍하게 도시에서 노후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진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과감하게 탈 서울 하여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게 보내는 것도 우리 노년 세대들이 다시 한 번 심사 숙고하며 생각해 보아야 할 카르페디엠
의 지혜가 아닐까?
두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돌아오는 가슴이 훈훈해진다.
새 둥지에서 건강하고 더 멋진 날들 만들어 가시길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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