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사랑의 기적

조은미시인 2022. 5. 13. 09:25










사랑의 기적
조 은 미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사랑으로 채워지는 하루는 늘 내 에너지 이상의 힘을 솟게 한다.
사랑 받고 사랑하며 사는 것만큼 사람을 살 맛나게 하고 기운나게 하는 일이 있을까?

혈육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묘하게 무남독녀 외딸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동생이 집에오기로 한 날이다.
특별한 준비 없이 집에까지 사람을 부른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도 편안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나도 내일 시골집에 친구가 오기로 해서 가야하는 형편이고 그녀도 간신히 틈새 시간만 낼 수 있는 형편이라 만나기가 버겁긴 했지만 서로 그리움이 목에 차서 무조건 만니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있는 재료로 몇 가지 반찬을 만들며 바지런을 떤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은 같은 일을 해도 이리 엉덩이가 가볍다.
유난히 토속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 입맛을 생각해 별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취나물 밥을 해줄 요량으로 엊저녁부터 불려놓았던 묵은 취나물과 표고버섯을 물기 없이 꼭 짜서 채친 후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평소보다 약간 적은 듯 하게 밥물을 붓고 그 위에 무친 취나물과 표고버섯을 얹은 후 잡내 제거를 위해 소주도 한 수저 넣어 밥을 지으니 구수한 밥 내음이 침샘을 자극한다.

간장에 물을 좀 섞어 짜지 않게 희석한 후 달래 송송 썰고 통깨, 고춧가루, 매실청 약간, 참기름 한 수저 듬뿍 넣어 달래장을 곁들이니 더 할 수 없이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섞어 산나물 데친 것 소금 간하여 마늘, 파, 통깨, 들기름 넣어 살살 무쳐 한접시 담아 놓고 미나리도 생으로 갖은 양념하여 새콤 달콤하게 간장 간으로 무쳐놓는다. 오이도 꺽뚝꺽뚝 썰어 멸치 액젓에 약간 절인 후 고추가루, 통깨 넣고 새콤달콤 그 간에 그대로 무치니 싱그럽고 아삭하게 씹히는 오이 맛이 입에 붙는다.
부추도 멸치 액젓 조금 넣고 갖은 양념하여 무쳐놓으니 나물만 금새 몇 접시가 된다.
오이지도 찬물에 담가 간기를 빼고 레몬즙 과 매실청 조금 넣고 소금간 약간하여 고춧가루 통깨 뿌라고 실파 동동 띄워 냉국을 만드니 상큼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된장 찌개까지 뽀글 뽀글 끓이니 제법 한 상이 그득하다. 무슨 재료에도 마지막에 사랑 한스푼 첨가하니 마법의 맛이 된다.

에피타이저로 미나리전을 부쳐주니 어찌 그리도 맛나게 잘 먹는지! 미나리전 3장을 앉은 자리에서 다 먹고
밥은 배불러 도저히 못먹겠다고 물러나 앉는다.
만든 정성 생각해 한 술이라도 먹어 보라 잡아 끈다.
취나물 밥에 달래 간장을 쓱쓱 비벼 한 수저 떠 보더니 맛나다고 밥그릇을 앞으로 끌어 당겨 곧 많은 대접의 밥을 다 비운다.
젓갈 가는 나물 마다 언니 맛있어를 연발하며 행복해한다. 오늘 내 마이더스 손의 레시피 비결이 사랑인 걸 알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한껏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는 일은 언제나 엔돌핀 뿜뿜 나오는 기쁨이고 신나는 일이다.
날마다 같은 날이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날은 늘 특별한 날이 된다.

내일도 여고 동창 절친이 오기로 한 날이라
아쉬운 마음으로 동생을 보낸 후 서둘러 시골로 향한다.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는 언제나 따스함이 남는다.
내 마음이 넉넉하고 따스해지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따사롭고 넉넉하게 다가온다.
점점 초록이 짙어가는 들판도 연둣빛 잎이 너울 거리는가로수도 꼬불 거리는 시골 길도 돌돌 거리는 시냇물 소리도 사랑의 눈으로 보면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충만한 행복감으로 감사가 넘친다.
내가 채워져야 나눌 행복도 있다.
사랑은 감사를 낳고 감사는 행복을 낳는다.
늘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가 명품이고 걸작품인 것에 감사하면 내 안에 절로 긍정의 기쁨과 감사가 솟는다.

시골집에 오자마자 일복으로 갈아입고 화초를 돌아보고 김도 좀 매고 잔디밭에 물 주느라 앉아 볼 틈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이 철인같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하루에 몇 탕을 뛰어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걸 보면 기적이 따로 없고 기적은 사랑을 타고 온다.
내일 오후 늦게는 외사촌들과 오랜만에 외숙모님이 오시기로 하셔서 또 두 배로 행복한 날이 될 기대로 넘친다.
늘 감사의 조건을 찾고 사랑을 나누면 나눌 수록 커지는 사랑의 알고리즘을 발견하게 된다.
찌푸리고 찡그리고 불평하며 살기엔 너무나도 짧은 삶의 여정이다.
행복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행복은 열심히 내 것으로 찜하고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제 아쉽지만 가버린 시간 보다 남은 시간이 더 짧다
아무 때고 부르실 날을 준비하며 삭막한 세상에 서로 좋은 사람들 가까이 곁에 두고 사랑을 나누며 감사함으로 행복을 내 것으로 누리고 살 일이다.
뜨락의 꽃들도 텃밭의 채소도 내 발자국 소리
에 깨어난다. 사랑으로 다독거리는만큼 윤기가 난다.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사랑에 인색 떨며 나도 남도 상처 주는 미련일랑 이제 바이바이하고 가슴 벌려 사랑을 맞이 하고 늘 기적을 경험하며 살자.
나는 때로 정이 넘쳐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병이 되기도 한다.
내 약점 중에 제일 고쳐지지 않는 약점 이리라.

오늘도 아침 안부로 내 좋은 이들에게 손가락이 곱도록 사랑의 화살을 쏜다.
모두 가슴에 명중하시길!
그래도 이 긴 글을 찬밥으로 내놓는 사람이 없어 얼마나 행복한지!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분들로 인해 나는 몇십 배의 에너지를 받고 살아간다.
모두 오늘도 행복한 날 되소서.
Oh happy day!
I love you.
Cheer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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