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오늘이 어버이 날이다.
식당마다 부모님 모시고 나와 가족 단위로 식사하는 팀으로 차고 넘친다. 이런 날은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더 난다. 우정 시내까지 나가서 엄마가 좋아하시던 한련화 몇 분을 사다가 제일 잘 보이도록 화딘 중앙 양지 쪽에 심는다.
내게 한련화는 그냥 꽃이 아닌 또 디른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엄마를 보듯 보고 또 보고 한다.
액면 가치로 치면 불과 몇 천원에 불과 하지만 내겐 더 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런 꽃이다.
한련화가 다른 꽃 보다 유독 예뻐서가 아니라
특별한 의미로 내 안에 사니 이미 꽃의 외양이 얼마나 예쁜지는 호불호의 대상이 아니다.
엄마가 좋아 하시던 꽃 이기에 무조건 내게 최고의 꽃이 된다.
자식이 부모에게 그렇다. 내 배 아파 난 내 새끼이기에 이 세상 어떤 훌륭한 자식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다.
잘 나고 못 나고는 이미 비교의 대상을 넘어선다.
살면서 서로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어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는 행복은 삶을 참 윤기나고 촉촉하게 한다.
누군가의 의미가 되어 서로 사랑할 때 절로 관심이 가고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고 알뜰히 챙겨주고 싶고 금방 봐도 또 보고 싶고 늘 그리움 안에 산다.
그런 인연을 만난다는 건 축복이다.
언니 동생하며 가슴으로 만나 친 동생 맞잡이로 가깝게 지내는 동생이 내일 생일이라 예쁜 떡 케익을 카톡으로 주문해 선물로 보낸다.
서로의 의미가 되어 사랑을 나누는 일은 얼미나 기쁨이 되고 행복한 일인지!
그녀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덩달아 나도 행복해진다.
실상 소소한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미디가 사랑을 든든히 이어주는 끈이 된다.
사랑은 표현하는 만큼의 크기로 상대에게 느껴진다.
사랑한다면서 무심한 것 만큼 사람에게 상처주는 일은 없다.
거절 당하는 사랑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사랑해 본 사람은 안다.
사랑의 화살이 꽂히지 않고 되돌아와 내 발 앞에 떨어질 때 그 무참함과 무너지는 자존심의 에리는 상처는 오래 마음의 가시가 되기도 한다.
그걸 말로 해야 아나 ?
부부 사이에도 믿거라 무심하게 지나는 그 소소함이 습관이 되면 그야말로 서로 남의 편이 되어 웬수가 따로 없고 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됨을 명심하자.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었다면 창구멍이라도 하나씩 내고 사시길 권면 드린다.
꽃을 심고난 후 동거하기로 마음 먹었던 잔디밭의 민들레와 망초순, 쑥을 공들여 뽑는다.
며칠 후 집에 온다는 친구를 생각하며 나물이라도 해 줄 요량으로 일에 욕심을 부렸더니 그거 좀 구부리고 일했다고 허리가 무너나고 손가락 마디가 부어올라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손목이 시려온다.
그래도 맛나게 먹어줄 친구를 생각하며 깨끗하게 다듬어 냉장고에 갈무리 해두니 무슨 큰 일이나 한 듯 흐믓하다.
일을 다 마치고나니 후두둑 비가 돋는다.
오래 가물어 비를 기다리던 차에 어찌나 반가운지!
꽃 모종한 끝에 비가 오니 더 더욱 감사하다.
덕분에 잘 살겠지!
어둠이 짙게 깔리고 기다리는 이의 발소리 만큼이나 정겨운 빗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몸 생각하며 풀과의 전쟁을 포기하리라 다짐해도
당장 눈앞에 보이니 자연 꿈지럭 거리게 되고
한 번 손 대면 요것만 요것만 하다 보면 눈에 띄는 게 풀이라 쉬엄쉬엄이 안되고 무리를 하게 된다.
훤해진 잔다밭을 보면 대견스럽고 일한 보람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뒤 끝은 허리기 땅에 붙고 몸살처럼 온몸이 욱신거려 밤새 끙끙 앓는다.
뭘 해보겠다는 마음만 앞서지 겉 보기는 멀쩡해도 속으로 먹는 몸의 나이는 속일 수가 없다.
따끈하게 올린 전기 장판의 온기가 온몸을 감싼다.
서서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적막을 뚫고 빗소리에 실려오는 그리움 안에 머문다
보고싶은 얼굴들이 하나 둘 스친다.
소중한 의미로 다가서는 사랑하는 이들.
사랑 할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사랑 해주는 이들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내게 의미로 닥아오는 소중한 인연들!
관계의 끈을 어떻게 잘 엮어가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빛갈이 달라지고 내 삶의 질이 달라진다.
상대의 눈 높이에 맞추려는 진솔함을 바탕으로 배려와 따뜻함으로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내가 먼저 변해야 하리라. 서로의 의미가 되어 축복의 통로로 서기를 소망한다.
좋은 인연들로 울타리쳐주시는 은혜에 감사하며 마음 안에 사는 이들에게 오늘도 아침 안부를 보낸다.
이 하루도 복된 날 되소서.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어지는 샘물 (0) | 2022.05.12 |
---|---|
현재를 누릴 줄 아는 지혜 (0) | 2022.05.10 |
어버이날을 보내며 (0) | 2022.05.07 |
불륜 (0) | 2022.05.05 |
Double date (0) | 2022.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