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텃밭

조은미시인 2013. 5. 4. 18:11

 

 

하루 종일 파일구어 만들어 놓은 텃밭! 보기만 해도 대견하다

 

 

앞마당에 철쭉이 활짝 피었다

 

 

 

흐드러지게 핀 연산홍

 

 

새색시 처럼 한창 물오른 화사함이 너무나 곱다

 

 

 

앞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이랑 연산홍이 너무 곱다.

오늘 따라 봄볕이 유난히 따뜻하다.

어머님 살아 계실 때는 늘 마당 빈터에 봄이 되면 상추랑 갖은 야채를 심어 놓고

잘 가꾸셨는데  난 도무지 그런 일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 엄두를 못내다가

앞집 사는 이웃이 지나는 말로 노는 땅이면 거기다 뭐좀 심어도 되느냐고 묻길래

얼결에 "아니 저도 뭐좀 심을 꺼에요"

대꾸 해놓고는 올해는 말 해놓은 김에 정말 밭을 갈아 뭐든 심어보리라

단단히 마음 먹는다.

 

생전 처음 마당에 자란 풀도 뽑아내고 나무 가지도 쳐내고 굳은 땅을 파일궈

밭을 만드느라 구슬 땀을 흘린다.

삼층 사시는 아저씨가 혼자 어설프게 호미질 하는게 미덥지 못하셨는지

삽을 가지고 내려와  갈아 엎어 주신다.

남자 손이 가니 금새 단단하던 땅이 제법 텃밭으로 변신을 한다.

호미로 흙도 으깨고 자갈도 골라내니 손끝에 만져지는 흙의 감촉이

사뭇 촉촉하고 부드럽다.

가까이 맡는 흙 내음도 고향 내음 같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사람이 흙에서 나서 그런지 흙을 밟고 가까이 느끼면

마음이 편안하고 푸근해지는 것 같다.

거름 흙도 사다 뿌려 놓고 호미로 이랑도 만들고 제법 뭔가 심을

준비를 다하고 나니 양지쪽에 생전 처음 내가 만든 나만의 텃밭이

그럴듯하게 만들어 졌다.

 

점심 먹고 나서 족히 5시간은 꿈지럭 거렸나 보다.

기쁨으로 하는 일은 힘드는 줄도 모르겠다.

모처럼 몸을 움직이고 나니 나른한 기분좋은 피곤함이 몰려 온다.

다 만들어진 텃밭을 보며

너무나  큰일 한거 같아 스스로 대견하다.

무얼 심을까?

상추, 쑥갓, 고추, 토마토 , 가지 ,호박, 오이....

내 텃밭을 가득 채울 풍성함들을  떠올리며 행복함에 젖어본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할 때 이렇듯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을

새삼 깨닫는다.

노동의 귀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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