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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거

불편한 동거 조 은 미 불청객 코로나와 불편한 동거가 3일째로 접어든다. 나대다가 심기 건들여 큰 불똥이 튈까 겁나 얌전히 집을 지키고 있다. 자도자도 잠이 쏟아진다. 녀석도 산지사방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는지 그리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는다. 목이 쏘는 듯 아픈 것 외에 몸살처럼 온 몸이 늘어지긴해도 견딜만하다. 라게브리오 처방이 효과가 있는지 목의 통증도 조금 덜한 것 같다. 거실 창을 통해 만개한 벚꽃이 봄을 해산하느라 산통으로 헉헉댄다. 찌르르 진한 통증이 가슴을 훑는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가슴이 아리는 것은 무슨 심사인가? 환장할 봄이 타는데 바깥에 나갈 수 없는게 답답하다. 창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 내음 실은 바람이 상쾌하다. 아프다고 누워만 있을 것인가? 어제 택배로 받은 양지 머리와 꽈리 고..

코로나에게 고함

코로나에게 고함 조 은 미 코 막고 입 막고 3년이나 주눅 들어 살았으면 고만이지 무슨 심술로 마지막 떠나는 길에 다시 돌아서 얼굴을 들이미는지. 마음이 모질지 못해 문전 박대는 차마 못 하고 집안에는 들였으나 안방 차지 할 생각은 애시당초 하지 말고 마루에 엉덩이나 걸쳤다 가기요. 내 두번 다시 당신 얼굴 보기 싫으니 숨소리도 내지 말고 없는 듯 다녀 가소. 한번은 어찌 속아 당신한테 잡혀 살았지만 코로나라면 나도 이골이 났으니 나를 회유할 생각일랑 접으시오.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 접수 했소. 한 발만 더 내디면 나 살고 당신 죽을 판이요. 얌전하게 있다 가기요. 뭐 좋다고 두 번이나 찾아 오는지. 어제 저녁부터 으슬으슬 춥고 목이 아프다. 어째 일어나는 것도 굼뜨다. 몸살이 왔나 싶어 상비약을 찾아..

사랑, 그 신비

사랑, 그 신비 조 은 미 딸네 집에 급히 전할 물건이 있어 방문했다. 맞벌이 부부라 빈 아파트에 구름이가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 구름이는 딸네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 이름이다.10 년 넘게 키우다 보니 식구나 마찬가지다. 외손녀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될만큼 크다보니 이 녀석이 집안의 재롱둥이가 돠었다. 딸, 사위는 자연스레 구름이 엄마 아빠가 되었다. 덩달아 나도 개 손주를 둔 할머니가 되었다. 얼굴도 귀염성 스럽게 생겼지만 하는 짓도 얼마나 영특한지 이 녀석을 보면 외손주를 보는 듯 반갑기 그지없다. 현관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가니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꼬리를 흔들고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펄쩍펄쩍 뛰어오른다. 한참을 반갑게 짖어대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제 식구를 알아보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