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장맛 조 은 미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그동안 겨울 눈치 보느라 한껏 주눅들었던 봄볕이 제 세상 만난듯 호기롭다. 마음도 덩달아 바깥으로 달린다. 도저히 집안에 앉아 있기엔 좀이 쑤신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초등학교 절친에게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불러낸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다. 비취빛 하늘을 닮아 푸른 빛이 감도는 북한강가에 자리 잡은 한적한 레스토랑에 마주 앉았다. 햇살이 내려앉은 강물에 윤슬이 반짝인다. 갓 구운 따끈한 모닝 빵이 부드럽다. 매꼼한 맛이 혀끝을 사로잡는 갈비 파스타와 싱싱한 열무 잎이 토핑으로 얹어 나오는 이름도 생소한 루꼴라 피자를 앞에 놓고 정담이 익어간다. 육십 년이 넘게 만나오면서도 한결 같은 친구이다. 묵은 장맛처럼 은근하고 깊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