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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장맛

묵은 장맛 조 은 미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그동안 겨울 눈치 보느라 한껏 주눅들었던 봄볕이 제 세상 만난듯 호기롭다. 마음도 덩달아 바깥으로 달린다. 도저히 집안에 앉아 있기엔 좀이 쑤신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초등학교 절친에게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불러낸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다. 비취빛 하늘을 닮아 푸른 빛이 감도는 북한강가에 자리 잡은 한적한 레스토랑에 마주 앉았다. 햇살이 내려앉은 강물에 윤슬이 반짝인다. 갓 구운 따끈한 모닝 빵이 부드럽다. 매꼼한 맛이 혀끝을 사로잡는 갈비 파스타와 싱싱한 열무 잎이 토핑으로 얹어 나오는 이름도 생소한 루꼴라 피자를 앞에 놓고 정담이 익어간다. 육십 년이 넘게 만나오면서도 한결 같은 친구이다. 묵은 장맛처럼 은근하고 깊은 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은 미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이다. 오래 못 다녀온 시골집에 다녀와야겠다 싶어 나갈 채비를 서두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 사모님, 좀 있다 사모님댁 집 보러 갈께요." 4층에 세든 임차인이 만기가 되어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잘 안나가는 4층 대신 궁여지책으로 2층 우리집을 전세 매물로 내놓았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은 탓인지 근 두달만에 처음으로 집 보러 온다는 반가운 소식에 흥분이 되었다. 나가려다 도로 주저 앉아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현관과 화장실 그 외 눈에 띄지 않는 곳 까지 땀을 흘리며 대청소를 마쳤다. 주변의 가까운 기도 동역자들에게 오늘 계약이 성사되게 해달라고 급히 기도 부탁까지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나 혼자 겪는 상황이 아니라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생각의 전환

생각의 전환 조 은 미 나이 들어가니 생일이 돌아오는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또 나이 한 살 더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이 나이까지 무탈하게 지내온 은혜를 생각하면 감사하기 그지 없다. 전에는 설에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 치례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만 나이가 공용화 되니 생일이 지나면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점점 일상 생활로 굳어지리라. 우리 나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음력으로 생일을 쇤다. 한 껏 구정이나 추석등 명절을 제외하고 평소 양력을 주로 쓰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아이들이 해마다 변하는 부모 생일 챙겨주기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태어난 해의 음력 생일을 기준으로 실제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할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