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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의 변신

묵은지의 변신 조 은 미 이모님이 보내주신 김장 김치가 맛있게 익었다. 김치 냉장고에 갈무리하려고 보니 통마다 먹다 놓친 김치들로 가득 찼다. 새김치 넣을 자리를 만드느라 통들을 비우고 정리했다. 묵은지는 물에 흔들어 속을 떨어내고 몇시간 울궜다. 물기를 꼭 짜서 숭숭 썰어 된장 조금 넣고 매실청, 파 , 마늘 갖은 양념에 들기름 한 술 넣어 조물거린 다음 멸치 육수 자작하게 붓고 중불에 자박자박 볶아낸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남은 묵은지로는 김치전을 부쳤다. 묵은지의 깊은 맛이 또 다른 식감으로 입맛을 유혹한다. 작은 수고로 버릴수 밖에 없는 묵은지가 새로운 맛으로 탈바꿈 했다. 묵은지의 변신을 보며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잠깐 생각이 미친다. 후패한 우리의 삶도 속 사람을 변화시킬수 있는 어떤 가..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조 은미 고향으로 둥지를 옮긴지도 어느새 2달이 넘었다.이사온 뒤끝의 번잡함에서 몸도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간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같은 날이지만 시작이라는 시간의 경계는 늘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각오를 다지게 된다. 오늘은 유명산 산악회에서 정선 함백산으로 등산을 가는 날이다. 새해 첫 모임이다. 무릎이 부실해 산을 오르는 건 엄두를 못내지만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좋아 산밑에서 놀더라도 따라 나서기로 한다. 7시 20분 엄소리 입구에서 합류하려면 서둘러 나서야한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길을 조심스럽게 달린다. 곧 관광 버스가 도착했다. 45인승 버스가 만석이다. 이런 모임에는 늘 뒤에서 수고하는 손길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집에서 직접 싼 김밥에 입맛을 사로잡는 홍..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 조 은 미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현관 문을 연다. 순백의 도화지가 펼쳐진 세상. 하얀 순수 앞에 아이들 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누구나 기다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눈 앞에 선물처럼 펼쳐졌다. 시골로 이사 오고 첫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다. 온갖 번잡함에서 벗어나 덕지덕지 걸쳤던 누더기들을 한 겹씩 벗겨내며 조금씩 내 안에 바랬던 사람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들! 평화가 내린다. 하나님 만드신 자연 앞에 서면 더 없이 겸손해지고 감사가 넘친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 대여섯명이 모여 예배드리는 작은 일문 교회가 있다. 이곳에 현대 계열에서 중직을 맡으시다 뒤늦게 신학을 하시고 첫 사역지로 이곳을 택해 오신 정진용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