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뜨락

축구공 조 은 미 타고난 맷집 비움으로 채워진 속내 여기저기 숱하게 채이면서도 상처받지 않는 영혼 차일수록 더 익어가는 숙명 하늘 높이 차올려진 아득한 순간 골인 지축을 울리는 환호소리 그러나 발의 임자만 기억되는 차가운 세상 인심 어쩌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잔..

실수 조 은 미 무심히 탄 지하철 집과는 반대방향 한참을 가다 깨닫는 어이없는 실수 시원한 에어콘 넉넉한 빈의자 조바심 마저 외출한 저녁 레일 위 구르는 부드러운 바퀴 소리 모난 마음 귀퉁이 잘라내어 공하나 굴리며 되짚어 돌어온다

드라이 플라워 조 은 미 가버린 젊은 날 붙잡고 싶은 갈망 향기는 사라지고 박제된 겉모습만 남은 추억의 그림자 젖어오는 가슴 슬몃 옆자리 생기 속에 얹혀 지지 않는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눈 속에 뜨는 별 조 은 미 그리움 닻을 내린 포구 따사로운 가슴의 온기 귓볼에 불어주는 달콤한 입술의 밀어 사랑은 손끝 을 타고 흐르고 고동치는 심장의 박동 서로의 눈속에 별 하나 뜬다

커피 한 잔의 무게 조 은 미 오랜만에 시골에 다녀오면 여기저기 손을 기다리는 일이 많아 힘에 넘치게 일을 하게 되어 몸이 솜처럼 피곤해진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돌아오는 고속도로의 중간쯤 오면 야속할정도로 내려덮는 잠을 참느라 초인적인 노력을 하게된다. 집 어..

쉼표, 그 언저리 조 은 미 녹음 드리운 공원 오솔길 초록 마음 어깨를 맞대고 걷는다 까르륵 웃음 너머 고향집 앞 실개천 발장구 치던 물소리 소꼴 베고 돌아오던 소년을 기다리던 아스라한 그리움 숨바꼭질 한다 시간의 두께 만큼 깊어진 여울목 마주 보는 눈 속에 여전히 단발머..

순간 포착 조 은 미 시선이 머무는 곳 마음도 머물고 사각의 파인더에 갖힌 세상 파르르 떠는 영혼의 교감 눈에서 불꽃이 일고 적막을 깨는 셔터소리 혼이 전이 되는 전율 정지된 찰나 살아서 춤을 추고 생명이 걸어나온다

감자의 산통 조 은 미 가슴 한쪽 도려내는 아픔을 참아내며 땅속 깊이 몸을 뉘이던 날 또 다른 나를 잉태하는 희망 하나 거머잡고 어둠을 견딘다 감겼던 눈 비비고 사력을 다해 밀어올리는 촉수 타들어가는 대지 위에 가슴 속까지 갈라지는 갈증 견디며 옆구리 마디마디 터지며 솟..

가시 방석 조 은 미 내 안의 빈 의자 욕심이라는 녀석 어느 틈에 올라앉고 미움, 서운함도 한쪽 구석 똬리 튼다 때로 번뜩이는 타인의 눈 어디를 돌아봐도 나는 없고 창문을 연다 햇살 이운 자리 켜켜히 쌓인 먼지 떨어낸 후 빗자루로 쓸어낸다 헐커덕 거리는 남의 신발 나란히 벗..

양귀비꽃 조 은 미 고혹적인 입술 기다림에 지쳐 빨갛게 터져버린 심장 네 속에 그 열정 감추느라 속이 그리 까맣게 탔구나. Poppy Eunmi Cho Alluring lips tired of waiting A red-scarred heart Hide that passion in you. Your inside burned very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