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단풍 조은미 본능적 느낌 위기 의식이 온몸을 엄습한다 조짐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고 나면 느껴지는 소슬한 기운 물관이 서서히 마르는지 목이 타기 시작한다 결국 겨울이 오고 있다 이대로 앉아서 죽기만 기다릴 순 없지 이심전심 숲이 움직인다 내 한 몸 말라 떨어져 나무.. 영상자작시 2019.10.12
닫힌 문 닫힌 문 조 은 미 한 여름 아직 해가 있을 때 귀뚜라미는 울지 않는다 스산한 가을 저녁 어둠이 내려 덮으면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목청을 다해 밤을 깨운다 귀뚜라미 신호에 여치도 일어서고 방울벌레도 일어서고 온 천지가 일어선다 콘크리트 벽 닫힌 이중 창문 방안에선.. 영상자작시 2019.09.26
아버지의 발 아버지의 발 조 은 미 아버지 당신의 입술은 제 발입니다 발이 삶을 포기하던 날 아버지는 화장실 앞에서 주저앉으셨습니다 묵묵히 받쳐주던 그 무심함 언저리 당연 했던 일상이 하니씩 발끝에서 빠져나와 늪을 건넙니다 아버지의 평생을 지탱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한 평 .. 영상자작시 2019.07.15
썬글래스 사랑 썬 글래스 사랑 조은미 나는 너의 노예 너를 선택한 순간 네 빛깔이 내 빛깔이 되고 네 모양이 내 모양이 된다 흰 고광나무 꽃 그늘 속 카오스 잠재우는 시리도록 파란 비취빛 하늘 아래서 팔딱 거리는 네 생기를 마신다 제 그림자 드리우고 키재기 하는 태양 등 뒤로 바람은 몰래 .. 영상자작시 2019.06.04
아버지 아버지 조은 미 요양원 거실 창가 당신이 밥이었던 것도 잊은 채 온 몸에 물기 마져 말라가는 누릉지 하나 휠체어 흔들리며 해바라기 하고 있다 식구들 밥이 되기위해 제 몸 누렇게 익혀가며 열기에 달구어 지던 젊은 날들 식구들 입에 더 맛난 밥 들어가는게 기쁨이었던 당신 당.. 영상자작시 2019.04.07
봄,그 첫사랑 봄, 그 첫사랑 조 은 미 햇살 한 줌 내려와 꽃샘 추위 피해 몰래 한 첫사랑 복사빛 봉긋한 가슴 살포시 보듬는다 스치는 손끝 마다 알알이 터지는 연분홍 화사한 눈망울 달빛도 시새우는 하얀 속살 내비치며 물 오른 가지마다 불태우는 절정의 환희 숨이 멎는다 봄빛 채우는 사랑 .. 영상자작시 2019.04.07
겨울바다 겨울바다 조 은 미 손바닥만큼 피어오르던 먹구름 손에 잡힐 듯 허공에 퍼지더니 어느새 태양을 삼킨다 흑빛으로 주눅든 하늘 시간의 목젖 굵어지고 분노가 목에 차오르면 참았던 숨 내쉬며 용틀임하는 하늘 온몸을 덮는 어둠과의 사투가 시작되고 서슬 퍼런 창끝마다 구멍이 뚫.. 영상자작시 2019.01.27
모자 모자 조 은 미 머리 위 올라 앉아. 보이고 싶지 않은 속내 오롯이 감싸주고 추우면 추울쎄라 더우면 더울쎄라 바람막이 되어 주는 당신 함께 걷는 길 어느새 당신께 길들여진 나 넓어진 가슴은 당신을 닮아갑니다 영상자작시 201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