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의 모정 밭의 모정 조 은 미 어디서 왔는지 고단한 몸 뉘이는 양귀비 꽃씨 하나 차마 내치지 못하고 가만히 품는다 사랑으로 다독이는 기다림의 시간 따스한 감촉 온몸에 온기가 퍼진다 굳었던 심장 서서히 녹아내리고 제 껍질 벗어던지며 부화하는 초록 병아리 가슴으로 낳은 자식 대견한 눈빛으로 젖가슴 통째로 내어주는 모정 젖줄에 뿌리 박고 장미보다 더 붉은 꽃잎으로 피어난다 영상자작시 2020.07.17
패랭이꽂 패랭이꽃 조은미 마음이 닿지 못해 조각난 가슴 아리아리 찢긴 아픔 톱니로 남아 패인 상처마다 선홍빛 응어리 토한다 하늘은 아시려나 속내 열어 젖히고 그리움 심지 올려 오늘도 애잔한 꽃등을 켠다 영상자작시 2020.06.13
봄 봄 조 은 미 쉿 아직은 때가 이니야 물오른 생기 따사로운 봄기운 참다 참다 그예 더는 못참고 터져나온 산수유 꽃망울 자유가 이런 거구나 심호흡 하며 하늘을 마신다 봄의 나팔수 봄이라고 모두 눈뜨라고 귀 기울이던 개나리 제일 먼저 뛰어나오고 진달래 졸이던 가슴 쓸어내리.. 영상자작시 2020.03.24
발치 발치 조 은 미 장기집권 어금니 내부 핵심부터 썩어들더니 드디어 뿌리까지 흔들흔틀 밤새 욱신거리는 비상사태 발발 탄핵 탄핵 벌떼같이 일어서는 이빨들 드디어 탄핵 적부심 심사 요리조리 보이지 않는 여죄까지 확대경으로 찾아낸다 회복 불능의 부패 졔 기능을 상실한 무능 .. 영상자작시 2020.03.05
빈 항아리 빈 항아리 조 은 미 나는 누구일까? 소금 항아리 간장 항아리 된장 항아리 내 이름 앞에 따라 붙는 이름들 가진 것 비워내고 비로소 내가 되어 소나무 밑 파란 하늘 이고 허기진 배 내민체 맑은 물로 속을 헹구고 있다 포로롱 참새 두 마리 항아리 가에 내려앉아 쉬어가고 빈 가슴엔.. 영상자작시 2020.03.04
마스크의 정절 마스크의 정절 조 은 미 마스크가 신이 되던 날 세상은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는다 입과 코가 사라진 백색 괴물의 도시 지하철 허부룩한 의자에도 도심의 빈 보도에도 얼어붙은 심장이 흔들린다 깜깜한 어둠 혼란의 강을 거슬러 무자비하게 덥치는 코로나 겁간 현장 공포의 늪에서.. 영상자작시 2020.03.03
뿔 뿔 조 은 미 그와 나 사이 마음만 달려가는 닿을 수 없는 거리 밀쳐내도 자라는 그리움의 뿔 떨쳐내려 흔들어 댈 수록 뿔에 받힌 가슴은 얼얼하다 아린 속 삭히려 겨울바다 앞에 선다 하늘이 바다인지 바다가 하늘인지 하나가 된 둥근 우주 삼킬 듯 달려드는 파도 철썩 가슴에 부딪.. 영상자작시 2020.01.31
가운데 손가락 가운데 손가락 조 은 미 키만 멀쑥 커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글씨 쓸때 엄지 검지를 도와 연필이나 받쳐주고 젓가락질 할 때 젓가락 사이가 붙지 않도록 들러리나 서주는 존재감 부재의 비애 손을 펴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가만히 속삭이는 옆지기들 소리 넌 제일 키 크고 .. 영상자작시 2020.01.21
진공 청소기의 항변 진공 청소기의 항변 조 은 미 쉿 내 숨이 막혀 가슴이 헉헉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아? 청소기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온갖 쓰레기를 몸으로 삼키며 살아욌지만 가끔 날 생각하면 눈물이 나 난 왜 온갖 쓰레기를 다 참아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늘 웃으며 살아야되는지 나도 남들.. 영상자작시 2019.11.28
군고그마 군고구마 조 은 미 강화도 어느 성당 텃밭에 내 조그만 뿌리를 내릴 때만해도 난 제법 큰 꿈을 가졌었어 늘 사링의 눈으로 나를 바라뵈주고 때론 평화로운 찬송 소리도 날 행복하게 했거든 그런데 세상 일은 사랑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닌가 봐 사랑에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거.. 영상자작시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