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가 시를 쓰는 아침 멸치가 시를 쓰는 아침 조 은 미 내게도 파란 꿈으로 파닥거리던 풋풋한 시절이 있었지요 온 바다가 다 내 집인양 휘젓고 다니던 그런 때 내 선택은 아니지만 잠깐 한눈 팔던 사이 그만 그물코에 걸려 들려올려지고 내가 놀던 물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놓여지며 절망에 떨었지요 .. 영상자작시 2019.11.26
사과 말랭이 사과 말랭이 조 은 미 햇살이 들어와 박혀 빨갛게 익은 가을 한 입 새콤달콤 아삭이삭 빛이 씹히는 소리 차마 붙잡고 싶은 욕심 얇게 저민 속살마다 가을이 숨어있다 불꽃같은 열정 열기 속에 가둔다 제 몸의 진액 안으로 삼키며 바삭하게 가을이 말라간다 입속에 녹아내리는 가을.. 영상자작시 2019.11.24
미세먼지 주의보 미세먼지 주의보 조 은 미 소문의 발 타고 불어오는 정체 모를 미세 먼지 속에 갇혀 주변이 왜곡되고 생경스럽까지 한 날 가끔 방향을 잃고 휘청거릴 때가 있다 그래 그런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바깥 공기를 차단하고 가만히 내 안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조용히 시간이라는 녀.. 영상자작시 2019.11.22
단추의 고백 단추의 고백 조 은 미 앞섶을 풀어헤치고 당당히 걷던 때 아무도 내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요 소외되고 외면당하고 친구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던 날도 누구 하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심했지요 찬바람 불던 어느 날 추위에 웅크리고 옷깃을 세우며 분주해진 손길 그제서야 없.. 영상자작시 2019.11.21
겨울의 길목에서 겨울의 길목에서 조 은 미 현실에 타협하며 순응하는 눈치 빠른 벗나무 입질하는 겨울 앞에 어느새 앙상한 가지로 선다 바람이 분다 마지막 남은 잎새들의 처연한 몸짓 나무는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제살을 떨어낸다 말의 가시에 찔려 겨울로 치닫는 마음 밭 추적추적 찬 .. 영상자작시 2019.11.19
신발, 어떤 이별 신발, 어떤 이별 조 은 미 그를 처음 만나던 날! 내 품에 꼭 맞게 안기던 그의 감촉 첫 눈에 내 사람이란 걸 알았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의 발을 편안히 감싸면서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나 동행했다. 서로에게 점점 길들여져 잠 자는 시간 외 떨어진다는 건 한 번도 상상해 본.. 영상자작시 2019.11.04
이슬 이슬 조 은 미 스물스물 내 몸에서 빠져 나온 나는 또 다른 내가 되어 하늘 높이 난다 나는 무엇 일까? 온몸의 열기가 빠져 나가고 이제사 퍼뜩 정신이 든다 모습은 달라도 변하지 않는 나 그래 그게 바로 나 인거야 뒤늦게 깨닫는 우둔함 흩어진 자아 안으로 추스르며 해맑게 빛나.. 영상자작시 2019.10.28
들국화 들국화 조 은 미 갈래 갈래 갈라진 꽃잎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 시시비비 가리지 말고 뭉쳐야 꽃인거야 오랜 자기 성찰의 시간 소담스런 꽃을 피우기 위해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며 하나가 되어야 산다고 흩어진 마음 구심점을 향해 서로를 묶는다 찬 서리에 푸른 잎 곧추 세우고 .. 영상자작시 2019.10.18
전주 한옥마당 가을 전주 한옥마당의 가을 조 은 미 감나무 휘늘어진 가지마다 알알이 가을이 영글어 가고 수줍게 핀 바늘꽃 가녀린 가지에도 가을 바람 숨바꼭질 한다 소슬한 찬 기운 옷깃에 내려 앉고 보름달 들어찬 뜨락 가을을 불러 모으는 하모니카 선율에 달빛도 귀를 기울이며 멈춰 서는 밤 서.. 영상자작시 2019.10.15
고무줄 고무줄 조 은 미 이 끝과 저 끝 합쳐질 수 없는 자존심의 대결 끊어질 듯 살기가 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 끝과 저 끝 하나 되어 손잡으면 허리를 묶는 역사가 일어난다 가는 허리 굵은 허리 제 몸에 맞게 아우르며 비로소 서로의 소중한 그 무엇이 된다 영상자작시 201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