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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 용의 출현" 영화 리뷰

"한산 , 용의 출현" 영화 리뷰 조 은 미 무더위와 시나브로 이어지는 장마에 불쾌지수가 극을 치닫고 있다. 여당 모 정치인의 시답지 않은 휴대폰 문자 유출 사건으로 연일 온통 나라 안이 시끄러워 더 짜증스럽다. 말은 말을 낳고 같은 편끼리 권력다툼의 감정적 대립은 큰 이슈 없는 불화의 골만 깊어간다. 보는 것도 피로감이 쌓인다. 상대 진영은 굴러들어온 사냥감을 놓치지 않으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어디를 봐도 공익은 허울 뿐이다. 의는 사라지고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좀비들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토리 키재기 싸움박질만 난무한다.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너무도 거리가 있는 정치적 현실에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 치고 시원한 뉴스가 그리운 때 김한민 감독의 "한산,..

어떤 폭행

어떤 폭행 조 은 미 순식간에 떼거지로 달려들어 폭행하고 귀신 같이 사라져버린 녀석들. 새벽에 무방비로 저항도 못해보고 기습적으로 당한 일이라 악 소리 칠 새도 없었다. 종아리 팔뚝 안 당한 데가 없다. 되게 당한 입술 한 방이 벌써 밤탱이가 되어 부어 오른다. 어젯밤 숙면하고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여니 뽀얀 물안개가 피어올라 어렴풋이 산을 가리는 선경이 펼쳐진다. 동화 속 몽환이 피어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듯 입은 채로 뜨락에 내려선다.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 마셨다 내 쉰다. 온 몸의 찌꺼기가 함께 딸려 올라온다. 정원의 나무들에게 아침 문안을 한다. 그만해도 중복이 지나 풀의 기세도 한풀 꺾였는지 지난 주 한판 전쟁을 치르고 간 뒤끝이 아직은 얌..

영화 "위대한 침묵" 관전기

영화 "위대한 침묵" 관전기 조 은 미 연일 무더위와 열대야에 숨이 헉헉댄다. 몸도 지치지만 마음도 짓무르는 날 절친의 번개팅 전화는 에너지를 솟게 한다. 민들레 나물을 맛나게 먹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마침 엊그제 시골집 마당에서 캐와 데쳐서 울궈놓았던 민들레를 갖은 양념에 맛나게 무치고 민들레 김치도 폭 삭아 맛있길래 좀 덜어 담아 집을 나선다. 그녀의 사랑으로 버무려진 시원한 아이스 커피의 냉기가 목젖을 타고 내린다. 별것 아닌 것에 고마워하며 입었던 예쁜 점퍼까지 벗어 입혀주는 정스러움에 가슴이 뭉클하여 눈시울이 붉어진다. 더위에 늘어졌던 심장이 탱탱하게 살아나 꼬들거린다. 피서 겸 오랜만에 영화나 한 편 보자 의기투합하여 근처 영화관을 찾는다. 마침 그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을 다룬 ..

광진예총 문화기행 소묘

광진 예총 문화기행 소묘 조 은 미 32~3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로 온 대지가 헉헉댄다. 오늘은 광진 예총 주최로 문화기행을 가는 날이다. 경동대학의 여강 문학관과 뮤지엄 San을 둘러보고 오는 코스이다. 코로나 여파로 근 2년만에 갖는 행사여서 그런지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버스 2대가 꽉 차도록 신청자가 많아 대성황을 이뤘다. 신임 김경호 광진 구청장께서 직접 배웅 인사까지 나와주셨다. 광진 예총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광진구의 명실공히 대표적 예술 단체로 대접을 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했다. 8시 30분 정각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가 약속 시간 20분이 지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작에서 불평이 터져나온다. 원로 한 분이 계속 오시는 중이라고 하시니 야박하게 떠날 수가 없어 기다리는..

하나 되는 기쁨

하나 되는 기쁨 조은미 설레임이 파닥이는 아침 새벽 같이 눈이 떠진다. 서울교대 동기들이 운길산역 물의 정원으로 야유회 가는 날이다.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회색 차일을 드리우고 하늘이 내려 앉았다. 비옷과 우산을 챙겨 넣는다. 기다리는 시간은 느리게 기어간다. 샤워 후 화장을 하고 나갈 채비를 다 마치고서도 11시 운길산 역 집결 시간에 맞추어 나가려면 아직 1 시간은 더 남았다. 나이들어서는 행동도 느리고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 넉넉하게 시간 여유를 두고 나서는게 상책이다. 서둘러 상봉역으로 향한다. 회장님께서 주밀하게 경의 중앙선 역사마다 지나는 시간을 자세히 안내해주셔서 상봉역 10 시 16분 기차 시간까지 40 여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느긋하게 화장실도 들리고 간식 시간에 나눌 따끈한 호..

고물 반납

고물 반납 조 은 미 새벽 바람에 오란다고 쫓아가는 열정이나 커피 향기 부드러운 카페에서 브런치 먹이고 점심까지 거하게 사주며 싫어말도록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고 그래도 헤어지기 서운해 우리집 까지 따라오는 친구의 열정이나 누가 우릴 70대라 할까? 마당도 초록이니 자연스럽고 전원에 어울리는 여유가 있어 좋다고 허리 핑계 삼아 한껏 마음을 누그러 뜨리며 그대로 살자 버려두었더니 온통 제 세상 만난 민들레와 잡풀이 기가 살아도 너무 살아 무슨 폐가처럼 마당이 빤한 데가 없고 발 딛기도 걸리적 거린다. 지나다 누가 대문 안이라도 들여다 보면 게으른 흉이나 잡히지 않을까 남사스럽고 민망해 허리 단도리 하고 한 판 혼구멍을 내주리라 벼른다. 요녀석들 결국 너무 설치니 그냥 참아넘기기엔 임계점에 다달아 팔소매 걷어..

사랑, 그 오묘한 신비

사랑, 그 오묘한 신비 조 은 미 며칠 한여름 못지않은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제 저녁부터 선들선들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에 흔들리며 사랑스런 몸짓으로 반응하는 나무처럼 오늘 아침 방짜 수저에 얼킨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며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서빙고 온누리 교회 부목사님으로 계시는 박목사님과는 남양주 온누리교회에서 1기 예수제자학교 훈련을 받으며 시작된 인연이 십사오년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한번도 공동체 담당 목사님은 아니셨지만 Jds를 졸업한 한참 후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병석에서 고통 가운데 신음하고 있을 때 그 바쁘신 와중에도 문병 오셔서 기도해주시고 남편을 하늘 나라 보냈을 때도 새벽같이 틈을 내어 한달음에 달려 오셔서 위로해주셨던 사랑을 오래 잊지 못한다. ..

은어들의 합창

은어들의 합창 조 은 미 5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의 족적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리라. 얼굴에 책임을 지기도 한참을 지난 70대 초반을 넘긴 나이에 서울교대 8회 총 동기 동창 50주년 졸업 기념 행사 모임을 그간 코로나에 묶여 미루고 못 모이다가 오늘서야 드디어 선릉역 상젤리제 웨딩 피에스타 홀에서 가졌다. 시간이 되자 훤하고 밝은 모습으로 함박 웃음을 띈 멋진 노신사 숙녀들이 들어서며 서로 얼싸안고 반긴다. 560 명 졸업생 중 140 명이 넘는 동기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는 가운데 모임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 입학할 때만 해도 선생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부정적인 직업 의식의 측면도 많이 작용을 했겠지만 초등..

영혼이 살아있는 생활인을 만나는 기쁨

영혼이 살아있는 생활인을 만나는 기쁨 조 은 미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 중 어떤 사람은 좋은 인연으로 오래 남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잊혀진 사람으로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처음 만났어도 대화 가운데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거나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감동이 있고 행복해진다. 대화에 진정성이 없고 마음을 열지 않아 의례적이고 피상적인 대화에 머물거나 너무 거만하고 차가워 닥아서기 어려운 사람, 거칠어서 예의가 없는 사람, 자기 중심적이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사람, 아무 때나 끼어들어 쉴새 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는 오랜 시간 함께 하면 피곤해지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며칠 전 퍼머를 하러 단골 미용..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소중한 것을 위하여 조 은 미 하루 걸러 한 번씩 이런 저런 약속들이 이 빠진 듯 걸려있어 느긋하게 시골 다녀올 짬을 못내다 비어 있는 시골 집에 다녀온 외사촌 동생이 언니네 보리수 딸 때가 겨워 다 떨어지게 생겼다는 귀뜸에 서둘러 시골집을 향해 나선다. 오뉴월 하룻빛이 다르다고 며칠 전에도 푸릇푸릇 하던 보리수 열매가 터질듯 빨갛게 익었다니! 고녀석들 앙징맞은 모습이 눈에 삼삼해 틈새 누워있는 날을 억지로 깨워 하룻밤이라도 자고올 요량으로 서둘러 달린다. 애인이나 만나러 가는 것만큼 설렌다 온통 민들레 밭으로 변한 앞마당에 앙징스런 민들레 꽃들이 할짝 웃으며 반긴다. 풀 나오지 말라고 깔아놓은 자갈이 무색하게 이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이 민들레 영토가 돼 버렸다. 앞마당이라고 풀 하나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