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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며 조 은 미 나를 사랑하며 사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엄마, 아내, 며느리등 여러 이름으로 살다 보면 언제나 나는 뒷전이 된다. 아침마다 운동 삼아 가는 목욕탕에 오늘은 나보다 연배로 보이는 분들이 탕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알몸이 되면 서로 경계심이 없어져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말문을 트게 된다. 잘 아는 사람과는 오히려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말을 삼가게 된다. 자칫 있는대로 속내를 드러냈다간 관계가 틀어지면 내가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 상처로 돌아올 때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차라리 뒷말의 부담이 없어 속상할 때는 아는 사람한톄 털어놓는 것보다 위로가 되기도 한다. . 오늘은 여든 다섯 되셨다는 어떤 분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야기를..

공감 속에 누리는 행복

공감 속에 누리는 행복 조 은 미 토요일 오후 꼭 참석해야되는 모임이 2건이나 있었다. 시인시대 출판기념회와 하정열 화백의 개인전 개막식이다. 시인 시대에서 축하 순서로 하모니카 연주와 시낭송을 부탁받았다. 하모니카 배운 이후 내가 속한 단체에서는 몇 번 연주를 했지만 출장 연주 초청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 되었다. '숨어우는 바람 소리'를 연주했다. 앵콜 소리가 터져나온다. 앵콜곡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즉석에서 '내 고향 남쪽 바다'를 연주 했다. 한두 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 하더니 어느새 곧 합창으로 이어진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감동이었다. 전문 연주가도 아니고 아마추어 수준의 미숙한 연주였지만 함께 공감해주는 시인들의 감성이 고맙고 감사했다. 같은 마음으로 하나 되는 따사로운..

쉼 안의 쉼

쉼 안의 쉼 조 은 미 날마다의 삶이 쉼이지만 때로 우선 멈춤이 필요하다. 며칠 백수가 과로사할 정도로 나갈 일이 많았다.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어 느긋하게 일어나 한껏 게으름을 부린다. 아침도 거르고 밀린 원고 정리 하느라 글 삼매경에 빠진다. 글을 쓸 때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때를 잊고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거실에 살포시 찾아드는 햇살도 따뜻하고 등을 받쳐주는 소파도 편안하다. 11시가 겨워서야 시장기를 느껴 글 쓰기를 멈춘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한다. 나설 데는 없어도 코발트빛 점퍼에 빨간 모자를 쓰니 절로 상큼한 기분이 든다. 뭔가 요기는 해야할 것 같아 시장의 손칼국수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손만두국을 먹어볼 요량이다. 양도 적당하고 ..

익어간다는 것

익어간다는 것 조 은 미 오래 묵을수록 장맛이 깊어 지듯이 사람도 잘 익어가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기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감동이 된다. 꽃이 예쁘다 하지만 짙어가는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 오늘 강동 온누리 교회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남이섬으로 야유회를 가는 날이다. 날씨가 다행히 바깥 나들이 하기에 딱 알맞다. 하늘도 맑고 더 없이 푸르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처음 갖는 행사이다. 언제 만나도 푸근한 미소의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들어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세월의 깊이만큼 잘 숙성해 가고 있는 시니어 회원들! 살아온 경륜이 오랜 신앙 생활에서 오는 사랑과 어울어져 편안한 모습들이다. 미국에서 온 친구 부부도 초대하여 함께 합류했다. 회원도 아니지만 모두 반겨준다. 교회 어른들 행사..

정이 머무는 언저리

정이 머무는 언저리 조 은 미 '정'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물이나 대상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또는 오랜 동안 지나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의 되어있다. 그러나 정이라는 말에는 사전적 의미 이상의 감정, 윤리적, 정서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오래된 물건에 정이 든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 하지만 사랑이 식어도 정 때문에 살아간다고들 한다. '정든 임 ' 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정' 은 살갑고 도타운 사랑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은 '정' 이란 말에서 굳이 설명 안해도 'love' 와는 또 다른 어떤 애틋하고 따뜻한 정서를 공통적으로 느낀다. 그러고 보면 '정' 은 '한민족' 으로 대변되는 우리 민족성의 뿌리에 흐르는 내면의 인간적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소통 안에 누리는 행복

소통 안에 누리는 행복 조 은 미 코로나 이후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학교 수업이나 회의가 줌으로 이루어 지고 교회 예배까지도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예배로 시스템이 바뀌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당연히 일주일에 한 번씩 집집마다 방문하여 돌아가며 드려지던 순예배도 화상을 통한 줌예배로 바뀌었다. 대형 교회에서 그나마 개인적인 교제가 이루어져 친밀함으로 끈끈하게 묶어주던 순예배가 줌으로 바뀌면서 한구석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공동체 구성원간의 소통이 인터넷을 통한 가상 공간에서도 가능하겠지만 현장에서 보는 스포츠 경기나 음악회처럼 생생한 감동을 줄수야 있겠는가? 코로나 방역 통제가 어느 정도 풀려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둔촌동에 있는 '디자인 허브 카페'에서 대면 예배로 모이..

ㅡ선물

선물 조 은 미 목적을 가진 왜곡된 선물이 뇌물로 둔갑해 때로 인생의 발목을 잡는 일도 허다하지만 진심을 담은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게 한다. 은퇴 후 서울에서 왔다갔다하며 텃밭에 농사를 짓고 있는 초등학교 남자 동창이 올해는 고구마 농사가 잘됐다며 한 상자 챙겨놓았으니 틈나는대로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또 다른 절친이 저도 한 상자 챙겨줘서 내 몫까지 집에 갔다놓았으니 가지러 오란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준다는 선물도 가지러 갈 새가 없어 오늘은 오후 일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전에 잠깐 다녀올 요량으로 아침 일찍 나선다. 새벽 같이 들이닥쳐도 반겨주는 벗이 고맙다. 정성스레 쌀국수로 아침을 차려준다. 얼마나 맛나던지. 머리통만한 고구마에 초보 농부의 땀과 수고가 배여 있다. 이 고..

소확행

소확행 조 은 미 일상 생활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적당한 수면과 운동 , 균형 있는 식사와 평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홀몸살이로 스스로 보호자가 되어 살아야되니 매일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을 지키려 애쓴다. 늘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Cgn TV에서 6시에 시작하는 새벽 예배를 드리고 기도로 하루를 연다. 육의 양식도 중요하지만 말씀으로 내면이 충만해지면 마음이 안정되고 힘을 얻어 하루 시작이 상쾌해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예배 후 7시쯤 동네 목욕탕에 가 1 시간 정도 물속에서 걸으며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한다. 덕분에 요즘 걸음 걷기가 훨씬 편안해지고 무릎이 덜 아프니 삶에 활기가 생긴다. 자..

3계간문예 가을 문학 기행 소묘

계간문예 가을 문학 기행 소묘 조 은 미 사람이 어딘가 소속해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것은 건강한 사회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어디에 소속해 있느냐에 따라 정체감이 달라지고 자신이 속한 단체의 위상에 따라 자존감과 어깨의 높이가 달라진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본의든 타의든 여러 단체에 소속하게 된다. 나도 손가락을 꼽을만큼 몇 단체에 소속해 있다. 그중에서도 계간 문예는 늘 친정처럼 푸근해서 더 정이 간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문우들도 궁금하고 만나면 반갑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계간 문예 대다수의 회원들은 다 계간문예 회원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이 단체를 사랑한다. 행사 참가 인원을 보면 여실히 알수 있다. 문학 기행 공고가 나..

ㅡ가을을 타는가 보다

가을을 타는가 보다 조 은 미 어느새 해가 짧아졌다. 일찍 땅거미가 진다. 어스름한 저녁답 시장 보러 가는 골목에 고양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서있다. 길고양이는 늘 경계 태세로 살아서 사람 발자국 소리만 스쳐도 후다닥 피하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이상하게 피하지를 않는다. 얼굴이 귀염성스럽게 생긴 배에 흰털이 있는 까만 고양이다. 평소 고양이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가 신기해서 장난기가 발동한다. 앞에 가서 '야옹' 하며 마주 서본다. 내 표정이 호의적인 것으로 판단했는지 고양이도 '야옹' 하며 화답한다. 손짓해서 부르니 꼬리를 세우고 내 곁을 빙빙 돌며 아예 몸을 들이댄다. 가만히 등을 쓸어 주었더니 발랑 누워 네 발을 흔들며 사뭇 애교까지 부린다. 아들 집에서 키우는 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