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명절을 맞으며

조은미시인 2021. 9. 17. 23:50



명절을 맞으며
조 은 미

추석 명절이 가까워 온다.
다 모여야 아들 내외, 딸 내외, 외손녀까지 고작 여섯 밖에 안되는 단출하기 짝이 없는 식구이지만 냉장고에 이것 저것 가득 채워놓고 기다려진다.
아버지는 대면 면회가 힘들어 전화로만 안부를 묻는다. 여전하신 목소리에 반갑고 안심은 된다.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
아버지를 생각히니 짠하고 더 마음이 비어온다.

아들 내외가 내일 온다 소릴 들었건만 눈은 무심히 대문을 향하고 괜스레 마음이 안정이 안돼 누구라도 불러 맛난 거라도 해먹이고 싶어진다.
만만한게 동창이고 음식 늘어진 김에 먹이고 싶기도 해 번개를 치니 몇은 서울 가고 먹을 복 있는 두 친구가 흔쾌히 오마 해서 부지런히 손에 발동을 건다.

멸치 다시마 우린 다시물에 통북어 불려 썰고 콩나물에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어 쇠고기 무국 칼칼하게 끓이고 가지, 어묵 고추기름 내 얼큰하게 볶아 놓고 단호박 찜, 갖은 야채 곁들인 스테이크, 조기 두 마리 굽고 수박 껍질 나물 초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치고 묵은지 볶음에 상추 뜯어 한 상 차리니 제법 손님상이 그럴 듯 하다.
조 레스트랑 쉐프의 손 맛이 제법이라고 칭찬도 받고 맛나게들 먹어주니 뿌듯하다.

고향에 무람없이 부르면 와 줄 친구가 가까이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푸근해지는데 어린 시절 함께 한 벗들이 있어 더 고향이 살갑게 느껴진다.
코로나 때문에 명절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친지들이 다 함께 모여 차례 지내고 음식을 나누던 대가족 중심의 명절 분위기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사정상 함께 모이지 못하더라도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맞이 하시길
기원 드린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 추석  (0) 2021.09.19
역선택  (0) 2021.09.18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을  (0) 2021.09.16
무너진 기초를 세우길 소망하며  (0) 2021.09.15
시가된 우주, 우주가 된 그림 전시회  (0)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