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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내려오는 길은 더 편안했다

내려오는 길은 더 편안했다 조 은 미 한 달에 한 번 대학동창들이 만나는 날이다 오늘은 남산 둘레길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회현역 ㅣ번 출구 나와 12 정승 은행나무 밑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집합 시간에 늦지않으려고 서둘러 나선다. 어째 눈이라도 쏟이질듯 날씨가 잔뜩 흐렸다. 어느새 봄이 가까이 왔는지, 바람에도 봄 기운이 묻어난다.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뺨에 닿는 아침 바람이 상쾌하다. 중종조의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의 집터로 이후 400년 동안 12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당 자리에 500년이 지난 은행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자라고 있다. 서기어린 명당 자리에 우람하게 서있는 은행 나무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시간이 되니 하나 둘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든다. 명당터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출발..

Begin again

Begin again. 조 은 미 코로나의 긴 터널을 통과하며 이제 어슴프레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야외에서 마스크 벗기도 일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모임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재개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코로나 이후 근 3 년만에 갖는 강동 온누리 교회 B 공동체 리더쉽 컨퍼런스가 양주 seekers 에서 열리는 날이다. 삭막하던 관계의 단절에서 모처럼 꿈틀거리는 활기가 느껴진다. 일부러 우리집까지 데리러와준 순장 부부의 호의로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seekers cafe는 양주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단체를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는 카페였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스탭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야외에서 오랜만에 갖는 대면 행사는 기다림과 설레..

빈 의자

빈 의자 조 은 미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간다. 아직 전철이 들어오지 앉았다. 어디 앉아서 기다릴 자리가 없는가 둘러본다. 전철을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의자가 눈에 띄였다. 용케 텅 비어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의자에 가 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냉기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온다.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얼른 일어섰다. 차라리 서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났겠다 싶다. 의자가 텅 비어있는데도 사람들이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보기에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대리석 돌 의자가 추운 겨울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나이 들어가니 어디서건 앉을 곳부터 찾게 된다. 전철을 타도 빈 자리가 있으면 횡재라도 한 듯 행복하다. 의자는 지친 다리를 편히 쉬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