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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이 풀리길 바라며

매듭이 풀리길 기다리며 조 은 미 시계를 본다. 벌써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친구와 엊저녁 갑자기 의기 투합해 천북항 과 청양 근교로 나들이 가기로 한 날이다. 먼데서 오는 친구가 아침 도 못먹고 올 것 같아 서둘러 고구마와 계란을 찌고 천혜향도 두어개 챙겨 가방에 넣는다. 마스크를 하려는데 고리가 떨어져 나간다. 급히 다른 줄을 찾아 꺼내니 서로 엉겨 풀어지지가 않는다. 급한데 마스크줄까지 말썽이다. 서로 끝을 찾아 살살 풀어내니 드디어 매듭이 풀리고 각각 하나가 된다. 살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게 얽혀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는 때가 있다. 요즘 뉴스에 빌라왕 이슈가 터지더니 다세대 주택의 전세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층에 사는 임차인이 3월 만기가 되..

어느 날 갑 자기

어느 날 갑자기 조 은 미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급히 에스카레이터를 타려고 한 발 올려놓으려는 순간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앞서 올라가던 남자가 얼굴을 위로 한 채 뒤로 벌렁 넘어지며 쓰러진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에스카레이터는 그 사람을 실은 채 멈추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 "어마, 어떻게 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주변에서 119에 신고를 하는 소라가 들린다. 에스카레이터는 위에 다 올라 가서야 멈춰 섰다. 몇 사람이 모여들어 넘어진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 올린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추스리고 계단으로 올라와 약속 시간 때문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뒷머리를 정통으로 쇠계단에 부딪치고 쓰러졌으니 아..

굽은 가지의 소망

굽은 가지의 소망 조 은 미 창을 연다. 새벽 바람이 차다.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순수가 주는 낭만에 취해본다. 커피향 속에 사랑이 묻어 흐른다. 뜨거운 커피잔을 받쳐든 손으로 따스함이 퍼진다.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마신다. 입 속에 번지는 사랑은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거실의 화초에 눈이 머문다. 안보이던 것이 자세히 보인다. 예사롭던 것이 새롭게 보인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싱대의 작은 신음 소리도 귀에 들린다. 다육이 한 가지가 휘어져 위를 향하고 있다. 곧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져 자랄 동안 그 아픔을 돌아 보지 못했다. 아니 무관심해서 보이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겉으로 말은 해도 다육이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이름조차도 모른다. 같이 사는 남편도 자식도 다..

카테고리 없음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