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ì훈풍

훈풍 조 은 미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친구의 전화다. "밥 먹었어?" 언제나 제일 먼저 묻는 안부다. 엄마같은 푸근함이 묻어난다. 떡국 끓여줄께 집으로 오라 청했더니 그러마고 전화를 끊었다. 뒤미쳐 다시 전화가 왔다. 어제도 손님 대접하느라 떡국을 먹었을텐데 3일을 어찌 계속 떡국만 먹느냐며 맛난 것 사줄테니 나오라고 강권한다.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그녀의 마음씀이 고맙다. 따뜻한 한 마디 말에 가슴이 울컥한다.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간다. 전철로 40 여분 걸리는 거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먼 줄도 모르겠다. 백화점엔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맛난 점심을 먹으며 정담이 익어간다. 서로 점심 값을 내겠다 실랑이 하다 내가 이겼다. 이런 사랑의 줄..

뺄셈의 풍요

뺄셈의 풍요 조은미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마침 점심 때라 떡국 끓여 줄테니 오라고 불렀다. 아무 준비 없이 있는 그대로 집으로 부를 수 있는 무람한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간단히 준비한 소찬이지만 둘이 먹는 식탁이 따스해서 좋다. 나눔은 언제나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다. 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올해는 매일매일 감사노트를 적어보기로 했다. 감사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일정액을 저축하는 행복 적금 봉투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볼 생각이다. 문방구에 가서 노트 한 권을 사왔다. 감사 노트라고 제목을 붙여 놓으니 흐믓하다. 날미다 감사한 일로 채워질 노트를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기록한다. 이틀치 2만원도 행복 적금 지갑에 담는다. ..

플러그 인 (Plug in)

플러그 인 (plug in) 조 은 미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같은 날이지만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지니 마음가짐도 새로워진다. 샤워를 하고 집안을 청소한 후 마음을 정히 한다. 혼자 먹는 아침이지만 정성스레 떡국을 준비한다. 멸치 우려낸 국물에 사과 껍질을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그 국물에 떡국을 끓이면 입에 감기는 감칠 맛이 특별하다. 입맛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골 국물로 끓인 떡국 보다 개운하고 담백해서 더 좋다. 떡국이 끓어 떠 오르면 만두 몇 개를 곁들여 한소끔 더 끓인 후 대접에 담는다. 갖은 양념을 넣어 냄비에 자작하게 익힌 다진 소고기와 계란 지단을 고명으로 얹는다. 그 위에 구운 김을 부스려 넣고 후추와 통깨를 뿌려 놓으면 모양도 그럴 듯 하고 어찌 그리 맛난지! 옛부터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