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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

나를 위한 선물 조 은 미 사람이 목적없이 노는 것 만큼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 없다.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소파만 지키고 있으면 영락없이 환자가 된다. 우리 나이는 딱히 큰 병이 없어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게 일상이라 집에 있으면서 퍼지기 시작하면 없던 병도 생기기 마련이다. 갈 데 없으면 시장을 한 바퀴 돌더라도 움직여야 동티를 면한다. 매주 수요일은 하모니카 수업이 있는 날이다. 화장을 하고 외출복이라도 갈아입고 나서면 없던 힘도 생긴다. 조금 여유있게 도착하여 도로옆 공원 벤취에 앉아 하늘을 본다.유리 구슬 처럼 파란 하늘이 가을을 이고 있다. 휠체어에 따뜻한 햇살을 밀고 가는 노부부의 뒷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조금씩 물들어가는 나뭇잎들도 가을을 보듬고 있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시간 속에 나도 가..

유통 기한

유통 기한 조 은 미 이런 저런 일로 바빠 몇 주만에 잠깐 짬을 내어 시골집에 다녀오러 나섰다. 계절이 지나간 자리가 역력하다. 가을이 휘젓고간 빈집은 성클하고 황량했다. 제멋대로 활개치고 풀이 자란 마당하며 무성하게 자랄대로 자라 꽃이 지고 잎마저 병이 든 봉숭아가 추레함을 더하고 있다. 작약도 잦은 비에 검게 썩은 줄기만 버티고 있다. 어디를 봐도 떠나가는 것들로 우중충하다. 화사하게 마당을 채우던 활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 꽃이 예쁘다 하나 그것도 한 때이다. 피었다 가는 것이 순리련만 지는 꽃의 허망함이 왠지 안스럽고 괜스리 마음이 울적해진다. 현관문을 여니 훅 끼치는 냉기가 섬뜩하다. 천장에는 굼실거리는 하루살이 애벌레가 하얗게 붙어있다. 푸근히 쉬었다 가야겠다는 야무진 소망이 여지없이 무너져..

카테고리 없음 2022.10.05

신뢰한다는 것에 댸하여

신뢰한다는 것에 대하여 조 은 미 퇴행성 관절염과 허리 협착증 진단을 받고 불편한 허리, 무릎과 동거하며 지낸지가 십여년이 넘는 것같다. 그럭저럭 불편함 가운데서도 이런저런 처방으로 다스리며 조심조심 지내왔다. 얼마 전부터는 무릎이 가만히 앉았어도 시리고 아프다. 종아리가 붓고 무시로 쥐도 난다. 다리 아래로 얼음장처럼 차서 밤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외출했다 밖에서 주저앉는 비상 사태를 두번이나 겪기도 했다.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 했다. 젊은 의사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하지정맥류가 의심이 된다며 간단히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 한다. 다리에 구렁이처럼 푸른 핏줄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만 하지 정맥이라고 알고 있던 내 상식으로 뜬금 없는 소리같아 반신반의 하며 간단히 초음파 검사를 했다. 영상에 나타는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