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매화 바람날 철이라 꽃바람 맞으러 양산 원동 순매원과 통도사 당일 버스 여행을 며칠 전 찜해 놓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7시30분 잠실역을 출발하여 4시간여 달려 낙동강 줄기가 유유히 뻗어 내리는 경부선 원동역에 닿는다.
구름 속을 걷는 듯 한창 만개하여 장관일 순매원을 기대하며 푸른 기와 지붕이 단아한 자태로 서있는 원동 역사를 돌아 순매원까지 강을 내려다 보며 걷는다
길 양편에 연분홍 망울진 벚꽃이 봄을 이고 있다. 일주일 후면 만개한 환상적인 꽃길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지나고 언 가슴 풀어헤친 강물이 봄바람의 부드러운 애무에 교태를 부린다.
봄볕에 아른아른 윤슬이 반짝인다.
강바람 타고 봄이 가슴에 안긴다.
순매원까지 올라가니 어느새 봄님이 먼저 다녀가셨는지 매화꽃은 보이지도 않고 어쩌다 봄귀 늦은 늦둥이들이 몇 남아 매화 찾아 먼길 온 춘심을 그나마 달랜다.
매화국수 이름에 매화 넣은 국수인 줄 또 한번 속아 들어가니 상호가 매화 국수라는 설명에 헛웃음을 웃는다. 그래도 야물딱진 주인장의 손 맛이 그럴듯 해 뜨끈한 멸치국물에 말아낸 맛깔난 잔치국수에 서운함을 말아 맛나게 요기를 한 후 꿩 대신 닭이라고 노란 유채꽃 핀 들판에서 봄을 건져 올리고 통도사로 향한다.
경내로 향하는 소나무 숲길이 겨울을 이겨내고 푸르른 기상을 품어낸다. 입구에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성보 박물관을 둘러본다.
부처님 향한 불심의 깊이가 느껴지고 참으로 우리 문화에 기여한 불교의 공헌에 존경과 경탄을 금치 못한다.
신라 선덕여왕 15년에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는 통도사는 언제 와도 천년 고찰의 위용이 느껴진다.
고색 창연한 단청은 중후함을 더하고 목어가 두 눈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범종루가 반긴다. 금강 계단에 진신 사리를 모시고 있다 한다
아름드리 붉은 자잠매와 고목이된 흰 매화가 흐드러져 경내에 온통 봄이 차고 넘친다.
비록 때를 못마춰 매화도 벚꽃도 눈맞춤을 못 하고 돌아오는 여행 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봄을 찾아 콧바람 쐬고 온 멋진 하루라는데 방점을 찍는다. 다리 아직 걸을만 하고 가슴 떨리는 젊음이 남아 있을 때 부지런히 여행하라는 것은 어김없는 명언이고 진리이다.
좀 먼 일정이었지만 봄바람이 지나간 들녘 매화는 갔지만 벚꽃이 또 쉬이 피리라는 희망을 안고 돌아온다.
솜처럼 밀려오는 나른한 피곤함에 봄의 언저리를 서성이던 행복감이 얹혀 활기가 충전된 오늘도 남은 생애 가장 젊은 하루를 마감하며 감사함으로 덮는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문턱에서 (0) | 2022.03.28 |
---|---|
세계 평화 염원 특별 콘서트 (0) | 2022.03.27 |
고운 인연에 감사하며 (0) | 2022.03.22 |
자유! 이 달달함에 감사히며 (0) | 2022.03.22 |
자유! 이 달콤함에 감사히며 (0) | 2022.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