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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강낭콩 조 은 미 잿빛 하늘이 옥상 위에 걸렸다. 시나브로 싸락눈이 내린다. 비도 함께 내린다. 진눈깨비다. 쌓일 새 없이 눈이 녹는다. 함박 눈이나 펑펑 내려 쌓이면 좋으련만. 진눈깨비 내리는 날은 마음까지 우울하다. 모처럼 할 일 없이 한가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영화라도 한 편 보러 나갈까 생각하다 진눈깨비 핑게대고 그만 주저 앉는다. 등어리에 자석이라도 붙었는지 소파가 자꾸 끌어당긴다. 점심 때가 겨웠다. 늦은 점심을 준비하러 일어난다. 엊저녁 부터 강낭콩을 물에 불렸다. 불린 강낭콩을 넣고 밥을 짓는다. 콩 익는 구수한 밥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압력솥 불을 낮추고 뜸을 들인다. 그동안 햄을 넉넉히 썰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압력솥의 김을 빼고 뚜껑을 연다. 밥에서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

인정의 꽃밭에서

인정의 꽃밭에서 조 은 미 어제 화단을 들이 받는 사고를 낸 후 빨리 복구해준 것이 고마워 카톡으로 감사 인사를 띄웠다. 이내 한번 찾아 오겠다는 답장이 왔다. 현관 벨이 울린다. 반갑게 문을 열고 보니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구운 계란 한 판과 서리태 콩을 선물로 들고 왔다. 고쳐주는 걸로 끝내지 않고 우정 선물까지 들고와 미안 하다고 찾아온 마음이 예쁘다. 다치지 않은 게 고맙고 사고가 그만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서로에게 감사할 일이다. 금방 구워온 계란이 그녀의 마음처럼 따끈하다. 작은 마음 씀이 소중한 인연의 끈이 된다. 앞으로 서로 가깝게 왕래 하자 약조한다. 사랑이 담긴 선물이라 몇 알씩 건물의 세든 이들과 나눔을 한다. 작은 것이지만 함께 나누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택배 문자가 떴다. ..

ㅡ새로워진다는 것은

새로워진다는 것은 조은 미 날씨가 눈이라도 쏟아질 듯 흐렸다. 낮에 모임 끝나고 저녁답이 겨워서야 시골집을 향한다. 이런저런 바쁜 이유로 오랜만에 찾는다. 어스름 깊어지는 저녁 해걸음에 이무도 다니지 않는 길. 적막이 내려앉는다.잎 떨군 앙상한 가로수들만 길을 지키고 있다. 굳게 닫힌 대문을 보니 반가움이 앞선다. 시간이 정지된 공간. 오랜만에 오면 풀이 무성해 폐가 같던 성클함이 오히려 안온한 고요로 맞는다. 누렇게 변한 잔디마저 넉넉함을 안고 있다. 잠잠히 기다림이 익어가는 겨울 뜨락은 평화롭다. 진정한 쉼을 누리는 듯 계절이 지나간 순환의 흔적들. 그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 목련 꽃눈이 얼을세라 털옷으로 무장하고 숨죽이고 있다. 찬 바람이 도는 썰렁한 거실. 보일러 불을 올리고 벽난로 불도 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