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조 은 미 잿빛 하늘이 옥상 위에 걸렸다. 시나브로 싸락눈이 내린다. 비도 함께 내린다. 진눈깨비다. 쌓일 새 없이 눈이 녹는다. 함박 눈이나 펑펑 내려 쌓이면 좋으련만. 진눈깨비 내리는 날은 마음까지 우울하다. 모처럼 할 일 없이 한가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영화라도 한 편 보러 나갈까 생각하다 진눈깨비 핑게대고 그만 주저 앉는다. 등어리에 자석이라도 붙었는지 소파가 자꾸 끌어당긴다. 점심 때가 겨웠다. 늦은 점심을 준비하러 일어난다. 엊저녁 부터 강낭콩을 물에 불렸다. 불린 강낭콩을 넣고 밥을 짓는다. 콩 익는 구수한 밥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압력솥 불을 낮추고 뜸을 들인다. 그동안 햄을 넉넉히 썰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압력솥의 김을 빼고 뚜껑을 연다. 밥에서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