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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들의 합창

은어들의 합창 조 은 미 5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의 족적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리라. 얼굴에 책임을 지기도 한참을 지난 70대 초반을 넘긴 나이에 서울교대 8회 총 동기 동창 50주년 졸업 기념 행사 모임을 그간 코로나에 묶여 미루고 못 모이다가 오늘서야 드디어 선릉역 상젤리제 웨딩 피에스타 홀에서 가졌다. 시간이 되자 훤하고 밝은 모습으로 함박 웃음을 띈 멋진 노신사 숙녀들이 들어서며 서로 얼싸안고 반긴다. 560 명 졸업생 중 140 명이 넘는 동기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는 가운데 모임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 입학할 때만 해도 선생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부정적인 직업 의식의 측면도 많이 작용을 했겠지만 초등..

영혼이 살아있는 생활인을 만나는 기쁨

영혼이 살아있는 생활인을 만나는 기쁨 조 은 미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 중 어떤 사람은 좋은 인연으로 오래 남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잊혀진 사람으로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처음 만났어도 대화 가운데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거나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감동이 있고 행복해진다. 대화에 진정성이 없고 마음을 열지 않아 의례적이고 피상적인 대화에 머물거나 너무 거만하고 차가워 닥아서기 어려운 사람, 거칠어서 예의가 없는 사람, 자기 중심적이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사람, 아무 때나 끼어들어 쉴새 없이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는 오랜 시간 함께 하면 피곤해지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며칠 전 퍼머를 하러 단골 미용..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소중한 것을 위하여 조 은 미 하루 걸러 한 번씩 이런 저런 약속들이 이 빠진 듯 걸려있어 느긋하게 시골 다녀올 짬을 못내다 비어 있는 시골 집에 다녀온 외사촌 동생이 언니네 보리수 딸 때가 겨워 다 떨어지게 생겼다는 귀뜸에 서둘러 시골집을 향해 나선다. 오뉴월 하룻빛이 다르다고 며칠 전에도 푸릇푸릇 하던 보리수 열매가 터질듯 빨갛게 익었다니! 고녀석들 앙징맞은 모습이 눈에 삼삼해 틈새 누워있는 날을 억지로 깨워 하룻밤이라도 자고올 요량으로 서둘러 달린다. 애인이나 만나러 가는 것만큼 설렌다 온통 민들레 밭으로 변한 앞마당에 앙징스런 민들레 꽃들이 할짝 웃으며 반긴다. 풀 나오지 말라고 깔아놓은 자갈이 무색하게 이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이 민들레 영토가 돼 버렸다. 앞마당이라고 풀 하나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