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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궁합 조 은 미 바람 한 점 없이 햇살이 따갑다. 여름이라도 온 듯 벌써 낮의 열기가 후덥지근 하다. 소나기라도 한 차례 내려주면 좋으련만. 하릴없이 지키는 한낮이 어찌 이리 긴지! 졸고 있는 낮 그림자 따라 시간도 기어간다. 점심 때가 겹도록 배꼽시계가 기척이 없다. 혼자 먹자고 꿈지럭 거리는게 귀찮기는 하지만 내 건강을 내가 지켜야할 의무감에 늘어붙는 게으름을 떨치고 일어선다. 냉동실에 주언부언 잔뜩 있는 재료들도 혼자 먹자고 꺼내지지가 않는다. 누구라도 와야 내 엉덩이도 가벼워져 살랑거리는데 혼자라는 게 한없이 편하기도 하지만 우정 정신 차리고 다스리지 않으면 배곯기 딱이다. 손쉬운 게 상추쌈 싸는 일이라 텃밭에서 상추 한 소쿠리 뜯어다 씻는다. 내친김에 다시물 내어 된장 삼삼하게 풀고 청양고추 하..

더불어 사는 행복

더불어 사는 행복 조 은 미 허리 때문에 한번 된통 혼나고 난 이후로 내 허리가 귀한 금쪽이 되어 조심조심 모셔가며 살게 된다. 시골 오면 옷 벗어놓기가 무섭게 잔디밭의 풀이며 잡초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느라 허리 돌볼 새가 없었는데 그래 너희들도 팔자대로 살거라 싶어 내버려두고 사랑스럽게 보자 마음먹고 보니 잔디 밭의 작은 잡초들도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이름 모를 풀꽃들이 눈송이 같은 작은 하얀 꽃을 달고 이제 해방된 민족으로 기를 펴고 눈웃음을 흘린다. 돗나물도 노란 별꽃을 달고 웃고 있고 토끼풀, 괭이풀도 납작 엎드렸다 고개를 든다. 그래 잔디 밭에 같이 더불어 산들 어떻겠니? 똑같이 푸르게 태어나 꽃까지 달고 있는데 그리 푸대접하며 나는 족족 뽑아버려 서로 각 세우고 팍팍하게 살거 뭐 있겠니?..

우리, 그 행복한 울타리!

우리, 그 행복한 울타리! 조 은 미 근 2년 가까이 코로나로 인해 교회 소모임을 줌으로만 만나다 오늘 처음 같은 구역 식구들 모임인 순 식구들을 한강변의 풍광이 아름다운 광나루의 맛집 가온에서 처음 대면하여 만났다. 온라인 상으로는 여러번 대면했지만 우리 순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직접 대면은 처음 하는 자리여서 흥분되고 기다렸던 터라 십년지기 만큼이나 반갑고 편안하고 화기애애 했다. 화면으로만 보던 스포츠 경기나 예술 공연을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 같은 생동감과 감동이 있다. 낱낱이 흩어진 종이도 스테플러로 찝으면 하나로 묶여 책이 되고 의미가 된다. 장작의 불꽃도 모여야 모닥불이 된다. 참으로 함께 한다는 것은 이렇듯 사람을 생기있고 행복하게 한다. 코로나에 내어주었던 이런 소소한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