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조 은 미 바람 한 점 없이 햇살이 따갑다. 여름이라도 온 듯 벌써 낮의 열기가 후덥지근 하다. 소나기라도 한 차례 내려주면 좋으련만. 하릴없이 지키는 한낮이 어찌 이리 긴지! 졸고 있는 낮 그림자 따라 시간도 기어간다. 점심 때가 겹도록 배꼽시계가 기척이 없다. 혼자 먹자고 꿈지럭 거리는게 귀찮기는 하지만 내 건강을 내가 지켜야할 의무감에 늘어붙는 게으름을 떨치고 일어선다. 냉동실에 주언부언 잔뜩 있는 재료들도 혼자 먹자고 꺼내지지가 않는다. 누구라도 와야 내 엉덩이도 가벼워져 살랑거리는데 혼자라는 게 한없이 편하기도 하지만 우정 정신 차리고 다스리지 않으면 배곯기 딱이다. 손쉬운 게 상추쌈 싸는 일이라 텃밭에서 상추 한 소쿠리 뜯어다 씻는다. 내친김에 다시물 내어 된장 삼삼하게 풀고 청양고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