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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갈대 조 은 미 너를 바라보며 네 눈 속에서 길을 잃고 싶어 바람이 속삭이는 밀어 보듬는 손길 따라 낭창한 고갯짓 바람이 떠난 자리 행복했던 추억 하얗게 익어간다 그리움 곧추 세우고 오늘도 갈대는 속을 비워내며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Reed Cho Eunmi Looking at you I want to get lost in your eyes The wind whispers sweet words Following the caressing hand, waving smile face Where the wind has gone The happy memories ripen white Longing straight up Today, the reeds are enduring the pain of missing Wai..

영상자작시 2023.04.27

추어탕

추어탕 조 은 미 허름한 뒷골목 추어탕 맛집 설설 끓는 뚝배기에 시장기를 만다 구수한 고향 맛 듬뿍 퍼올린 숟갈 위로 엄마 얼굴이 얹힌다 누구의 에미가 되는 일은 살점까지 바수어 가루가 되는 일인 것을 떠나신 빈자리 구멍난 그리움을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에 녹여내고 있다 Eating Chueotang Cho Eunmi At shabby back alley There is a delicious chueotang restaurant In a hot soup Satify my hunger The taste of hometown On top of scooped spoon Mom's face comes up Being someone's mom It's about being ground into powder eve..

영상자작시 2023.04.21

수선화

수선화 조 은 미 모처럼 나서는 친구들과의 봄나들이 사로잠 설레이며 마음이 먼저 달린다 비온 후 해말간 연둣빛 여인 노란 병아리 종종대는 꽃의 향연 속 시간을 거스르는 은어들의 힘찬 꼬릿짓 수선화 열린 옷 섶에 웃음꽃 환하다 Daffodil Cho Eunmi Spring outing with friends Couldn't sleep well Mind runs first The woman like a light green leaves after the rain Yellow chicks, in the feast of flowers The powerful tails of sweet fish that defy time Laughter of daffodils in full bloom are bright

영상자작시 2023.04.19

봄을 훔친다

봄을 훔친다 조은미 닫힌 대문 쇠창살 틈 사이로 고개 내민 모란 잎새 유월은 아직 멀었는데 그리움 목에 차 하마 꽃잎이 벌었구나 사각의 앵글에 남의 집 담장 너머 햇살을 훔친다 내 안의 봄도 훔치고 싶을만큼 몽글몽글 익어간다 Steal the spring Cho Eunmi Through the gap in the iron bars of the closed gate Leaves of a peony head out June is still far away Full of longing Petals have blossomed already At the angle of the square On the wall of someone's house Steal the sunshine My spring in me Like..

영상자작시 2023.04.17

어느 음악가의 지휘봉

어느 음악가의 지휘봉 조 은 미 지휘자의 손끝에서 음표가 흐르는 정적을 깬다 온몸으로 말하는 지휘봉이 파도를 밀고 온다 흔들리는 길을 따라 춤추는 음표들의 발자국이 길을 낸다 고단함도 녹아내리고 어깻죽지에 새 날개가 돋는다. A musician's baton Cho Eunmi At the conductor's fingertips Breaking the stillness of flowing notes A baton that speaks with the whole body pushing the waves Along the swaying road Footprints of dancing notes make way Even the tiredness melts away New wings grow on the sho..

영상자작시 2023.04.16

광진 예총 문화기행 소묘

광진 예총 문화기행 소묘 조 은 미 봄 가뭄으로 대지가 바짝 타들어간다. 연 3일 반가운 비소식이 들린다. 어제 밤부터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강릉 일원으로 광진 예총에서 문화기행을 떠나는 날이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늘 설레임이 있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잔뜩 흐렸다. 기다리는 단비였음에도 비가 안오니 다행스런 생각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둘러 집을 나선다. 뺨에 닿는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약속 시간보다 30 여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대기 중인 버스에는 벌써 여러분이 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광진구의 예술 단체가 함께 떠나는 문화기행이다. 버스 2대에 52명이 참여했다. 같은 예술인이라는 유대감으로 서로 친밀함을 느낀다. 구청의 행정..

때 조 은 미 솜사탕처럼 탐스럽게 피었던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마지막 군무로 황홀하게 한다. 꽃눈을 맞으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어느새 뒤미쳐 연두빛 신록이 내닫는다. 꽃이 필 때가 있으면 질때가 있고 , 잎이 날때가 있으면 열매를 맺을 때가 있다. 꽃이 아름답다 하나 일년 삼백 육십 오일 지지 않고 피어 있다면 이리 꽃이 피고 짐에 감흥이 있을까? 생명 없는 조화의 아름다움에 깊이 감동하는 사람은 없다. 잠깐 눈길이 머물다 곧 잊혀진다. 사람의 일생도 때가 좌우 한다. 때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승승 장구 하며 성공한 삶을 누리지만 때를 놓치는 사람들은 늘 헤매며 어려움 가운데 살아간다. 타고난 운명도 작용을 하겠지만 때를 잘 분별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은 스스로가 좋은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며 ..

빽 조 은 미 "빽이 좋아야 출세한다" 한국 사회를 잘 대변해주는 말중의 하나이다. 이 말은 때로 논리와 이성적인 합리성이 배제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치명적인 약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감있고 따뜻한 인간 관계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근간에 흐르는 뿌리깊은 정서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줄을 잘 서서 빽의 후광을 입지 못하면 그 보석은 보석으로 빛나지 못하고 그냥 세상에 묻히고 만다. 누군가 발탁해서 써줄 때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고 그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방이 막혀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한 줄기 빛으로 구원의 손을 뻗어주는 손길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보다 더 든든한 빽이 어디 있을까? 더군다나 그 분이 세상 모든 만물의 주인이시라는데 그 손을 잡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