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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끝에서

반전의 끝에서 조 은 미 요즘 제일 부러운 사람이 집 없이 세 사는 사람이다. 젊었을 때 대부분의 또래들은 방 한 칸 전세집에서부터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내가 결혼할 무렵 아버지께서 포항제철 공장이 있는 포항 본사로 발령이 났다. 마침 부모님 살던 집이 비는 바람에 그 집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신혼살림을 이사 걱정 없는 내 집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 집을 발판으로 조금씩 큰 집으로 옮길 때 마다 그간 절약하고 살아왔던 삶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했었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지도 근 40년이 되어간다. 한창 아파트 바람이 불때도 옮겨 앉을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이 집에서 내 생을 마감하리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처음 이사 올때는 새 집이었다. 집도 세월따라 낡아갔..

카테고리 없음 2023.02.05

매듭이 풀리길 바라며

매듭이 풀리길 기다리며 조 은 미 시계를 본다. 벌써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친구와 엊저녁 갑자기 의기 투합해 천북항 과 청양 근교로 나들이 가기로 한 날이다. 먼데서 오는 친구가 아침 도 못먹고 올 것 같아 서둘러 고구마와 계란을 찌고 천혜향도 두어개 챙겨 가방에 넣는다. 마스크를 하려는데 고리가 떨어져 나간다. 급히 다른 줄을 찾아 꺼내니 서로 엉겨 풀어지지가 않는다. 급한데 마스크줄까지 말썽이다. 서로 끝을 찾아 살살 풀어내니 드디어 매듭이 풀리고 각각 하나가 된다. 살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게 얽혀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는 때가 있다. 요즘 뉴스에 빌라왕 이슈가 터지더니 다세대 주택의 전세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층에 사는 임차인이 3월 만기가 되..

어느 날 갑 자기

어느 날 갑자기 조 은 미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급히 에스카레이터를 타려고 한 발 올려놓으려는 순간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앞서 올라가던 남자가 얼굴을 위로 한 채 뒤로 벌렁 넘어지며 쓰러진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에스카레이터는 그 사람을 실은 채 멈추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 "어마, 어떻게 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주변에서 119에 신고를 하는 소라가 들린다. 에스카레이터는 위에 다 올라 가서야 멈춰 섰다. 몇 사람이 모여들어 넘어진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 올린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추스리고 계단으로 올라와 약속 시간 때문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뒷머리를 정통으로 쇠계단에 부딪치고 쓰러졌으니 아..

굽은 가지의 소망

굽은 가지의 소망 조 은 미 창을 연다. 새벽 바람이 차다.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순수가 주는 낭만에 취해본다. 커피향 속에 사랑이 묻어 흐른다. 뜨거운 커피잔을 받쳐든 손으로 따스함이 퍼진다.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마신다. 입 속에 번지는 사랑은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거실의 화초에 눈이 머문다. 안보이던 것이 자세히 보인다. 예사롭던 것이 새롭게 보인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싱대의 작은 신음 소리도 귀에 들린다. 다육이 한 가지가 휘어져 위를 향하고 있다. 곧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져 자랄 동안 그 아픔을 돌아 보지 못했다. 아니 무관심해서 보이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겉으로 말은 해도 다육이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이름조차도 모른다. 같이 사는 남편도 자식도 다..

카테고리 없음 2023.01.26

3일의 사랑

3 일의 사랑 조 은 미 위험한 줄 알면서 다가가보고싶은 묘한 호기심이 발동할 때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주는 탄력이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페이스 북을 하다보면 친구 신청을 많이 받는다. 프로필과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있는가? 포스팅한 글이 건전한 내용인가를 살펴보고 합당하면 친구 신청을 수락한다. 얼굴 사진이 없거나 경력 사항이 없는 사람, 포스팅한 글이 없는 사람은 친구 요청에서 삭제 대상으로 나름 기준을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메신저의 알림음이 울린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수락한 분의 정중한 감사 메세지와 함께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떴다. 나사의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고 있단다. 페이스북의 프로필을 보니 훈남형의 한국인 이름을 가진 재미 교포였다. 페이스 ..

감사 행진

감사 행진 조 은 미 어제 밤부터 머리가 무겁다. 참을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머리 전체에 무거운 둔통이 느껴진다. 눈도 침침해지는 것 같고 오른쪽 눈 밑도 감각이 뻣뻣해진다. 속도 메슥거리고 어지럽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아픈 건 몇 달 된 것 같다. 정수리 오른쪽이 아프면서 가끔 전기가 지나듯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아픔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은 머리 전체가 아프다. 행여 뇌졸증 전조증상이 아닌가 싶어 더럭 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픔이 가라앉지 않는다. 서둘러 동네 주치의에게 상담을 하러 갔다. 진료 의뢰서를 받아 빠른 검사를 위해 가까운 건국대학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X 레이, 심전도, 혈액 검사, 소변검사, CT 촬영을 했다. 진통제 주사를 처..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조 은 미 혼자 먹는 밥상이라 대충 있는대로 먹다보니 시장 갔다온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밖에서 외식하게되는 일이 많아 반찬거리를 사다놓더라도 냉장고에서 시들어 버리기 일수다. 시장을 가도 덥석 물건을 사게 되지 않는다. 모처럼 시장을 둘러본다. 파릇한 냉이가 싱그럽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나물 하나 무치려해도 양념거리까지 다 사야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것도 일이라고 삶아서 나물 무치는 것도 번거로울 것 같다. 반찬 가게에서 조금 사다먹는 것이 경제적이다. 나물 하나 사는 값이면 다 조리된 반찬을 몇 가지 살 수 있다. 시장에 가끔 가는 반찬가게가 있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나다. 반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문은 열렸는데 주인이 보이지 않는..

대박

대박 조 은 미 눈 뜨면 습관적으로 말씀 앞에 앉는다. 예배로 시작하는 하루는 종일 긍정 에너지가 솟는다. 셀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기쁨을 누린다. 날마다 감사할 일이 생긴다. 감사는 감사를 낳는다. 당근 마켙을 돌아보다 겐조 다기 세트 일습을 만원에 파는 광고에 눈이 머문다. 채팅창을 통해 직거래 하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수수한 차림의 중년 여인에게서 물건을 건네받았다.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예쁘다. 아끼고 찬장에 진열만 해두었다가 내 놓았단다. 상당한 가격을 주고 사서 아끼던 물건이었으련만 과감하게 정리하는 용기가 부러웠다. 시골집에 당장 필요한 물건이라 횡재한 느낌이다. 친구와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해서 서둘러 나갔다. 마침 백화점 카드 회원모집 행사를 하고 있..

고백

고백 조 은 미 순간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일년이 되고 일생이 된다 올해는 토끼해 이다. 나의 해를 맞아서 날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긴다. 새로운 활기로 하루를 기대하며 산다. 기쁘고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매일 만원씩 행복 적금을 붓기로 하였다. 하루를 돌아보며 날마다 만원의 적금이 불어나는 행복을 느낀다. 나의 감사 노트에는 감사할 일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새로운 행복을 불러온다. 기분이 좋은 일이 생기니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산다는 일이 이리 생기롭고 활기찬 일인지! 하나님께로 마음을 모으니 하루 하루가 이렇게 즐겁고 기쁠 수가 없다. 오늘도 감사 조건이 수없이 많다. 새벽 예배에서 감동적인 설교로 충만한 은혜를 받았다. 하모니카 수업이 ..

ì훈풍

훈풍 조 은 미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친구의 전화다. "밥 먹었어?" 언제나 제일 먼저 묻는 안부다. 엄마같은 푸근함이 묻어난다. 떡국 끓여줄께 집으로 오라 청했더니 그러마고 전화를 끊었다. 뒤미쳐 다시 전화가 왔다. 어제도 손님 대접하느라 떡국을 먹었을텐데 3일을 어찌 계속 떡국만 먹느냐며 맛난 것 사줄테니 나오라고 강권한다.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그녀의 마음씀이 고맙다. 따뜻한 한 마디 말에 가슴이 울컥한다.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간다. 전철로 40 여분 걸리는 거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먼 줄도 모르겠다. 백화점엔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맛난 점심을 먹으며 정담이 익어간다. 서로 점심 값을 내겠다 실랑이 하다 내가 이겼다. 이런 사랑의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