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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턱

한턱 조 은 미 기쁜 일이 있거나 축하받을 일이 있을 때 한바탕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한턱 낸다고 한다. 한턱을 내는 일은 대접하는 사람이나 대접 받는 사람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다. 밥을 같이 먹는 일은 서로를 더 친밀하게 만든다. 수필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스님 문우가 대외 큰 상을 받았다. 내 일처럼 기뻐하며 모두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었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점심을 한턱 냈다. 수업 시간에 같이 공부할때도 즐거웠지만 모처럼 한자리 둘러앉아 밥을 먹으니 격의가 없어지고 취미를 같이 하는 동우회의 유대감이 생긴다. 남자들은 술을 같이 먹으면 친해지고 여자들은 밥을 함께 먹으면 친해진다. 예전에는 밥이 오로지 목숨줄로 생각되어 생물학적 의미가 더 강했다. 그래서 아침 인사도 "진지 드셨어요" 하는..

다시 일어서며

다시 일어서며 조 은 미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난다. 나쁜 생각을 하면 연이어 나쁜 일이 일어난다. 우리 인생은 셀리의 법칙과 머피의 법칙이 공존한다. 자기 마음을 잘 컨트롤 하여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날을 만들어 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가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늘 긍정적으로 웃으며 살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런 절박한 상황에 놓이지 않은 까닭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남의 큰 불행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게 생각되는게 인간이다. 요즘 풀리지 않는 전세 문제가 늘 어깨를 짓누른다. 기도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시간이 가면 어떤 형태로든 해결이 되겠지만 기다리는 마음은 초조하다. 기도를 하면서도 응답에 대한 확신을 못 갖는 것은 파도치는 물 밑만 바라..

묵은 장맛

묵은 장맛 조 은 미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그동안 겨울 눈치 보느라 한껏 주눅들었던 봄볕이 제 세상 만난듯 호기롭다. 마음도 덩달아 바깥으로 달린다. 도저히 집안에 앉아 있기엔 좀이 쑤신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고향을 지키고 있는 초등학교 절친에게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불러낸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다. 비취빛 하늘을 닮아 푸른 빛이 감도는 북한강가에 자리 잡은 한적한 레스토랑에 마주 앉았다. 햇살이 내려앉은 강물에 윤슬이 반짝인다. 갓 구운 따끈한 모닝 빵이 부드럽다. 매꼼한 맛이 혀끝을 사로잡는 갈비 파스타와 싱싱한 열무 잎이 토핑으로 얹어 나오는 이름도 생소한 루꼴라 피자를 앞에 놓고 정담이 익어간다. 육십 년이 넘게 만나오면서도 한결 같은 친구이다. 묵은 장맛처럼 은근하고 깊은 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은 미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이다. 오래 못 다녀온 시골집에 다녀와야겠다 싶어 나갈 채비를 서두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 사모님, 좀 있다 사모님댁 집 보러 갈께요." 4층에 세든 임차인이 만기가 되어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잘 안나가는 4층 대신 궁여지책으로 2층 우리집을 전세 매물로 내놓았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은 탓인지 근 두달만에 처음으로 집 보러 온다는 반가운 소식에 흥분이 되었다. 나가려다 도로 주저 앉아 집안 청소를 시작한다. 현관과 화장실 그 외 눈에 띄지 않는 곳 까지 땀을 흘리며 대청소를 마쳤다. 주변의 가까운 기도 동역자들에게 오늘 계약이 성사되게 해달라고 급히 기도 부탁까지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나 혼자 겪는 상황이 아니라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생각의 전환

생각의 전환 조 은 미 나이 들어가니 생일이 돌아오는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또 나이 한 살 더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이 나이까지 무탈하게 지내온 은혜를 생각하면 감사하기 그지 없다. 전에는 설에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 치례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만 나이가 공용화 되니 생일이 지나면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점점 일상 생활로 굳어지리라. 우리 나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음력으로 생일을 쇤다. 한 껏 구정이나 추석등 명절을 제외하고 평소 양력을 주로 쓰다보니 바쁜 일상에서 아이들이 해마다 변하는 부모 생일 챙겨주기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태어난 해의 음력 생일을 기준으로 실제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할 수도 있..

3내려오는 길은 더 편안했다

내려오는 길은 더 편안했다 조 은 미 한 달에 한 번 대학동창들이 만나는 날이다 오늘은 남산 둘레길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회현역 ㅣ번 출구 나와 12 정승 은행나무 밑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집합 시간에 늦지않으려고 서둘러 나선다. 어째 눈이라도 쏟이질듯 날씨가 잔뜩 흐렸다. 어느새 봄이 가까이 왔는지, 바람에도 봄 기운이 묻어난다.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뺨에 닿는 아침 바람이 상쾌하다. 중종조의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의 집터로 이후 400년 동안 12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당 자리에 500년이 지난 은행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자라고 있다. 서기어린 명당 자리에 우람하게 서있는 은행 나무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시간이 되니 하나 둘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든다. 명당터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출발..

Begin again

Begin again. 조 은 미 코로나의 긴 터널을 통과하며 이제 어슴프레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야외에서 마스크 벗기도 일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모임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재개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코로나 이후 근 3 년만에 갖는 강동 온누리 교회 B 공동체 리더쉽 컨퍼런스가 양주 seekers 에서 열리는 날이다. 삭막하던 관계의 단절에서 모처럼 꿈틀거리는 활기가 느껴진다. 일부러 우리집까지 데리러와준 순장 부부의 호의로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seekers cafe는 양주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단체를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는 카페였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스탭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야외에서 오랜만에 갖는 대면 행사는 기다림과 설레..

빈 의자

빈 의자 조 은 미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간다. 아직 전철이 들어오지 앉았다. 어디 앉아서 기다릴 자리가 없는가 둘러본다. 전철을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의자가 눈에 띄였다. 용케 텅 비어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의자에 가 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냉기가 엉덩이를 타고 올라온다.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얼른 일어섰다. 차라리 서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났겠다 싶다. 의자가 텅 비어있는데도 사람들이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보기에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대리석 돌 의자가 추운 겨울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나이 들어가니 어디서건 앉을 곳부터 찾게 된다. 전철을 타도 빈 자리가 있으면 횡재라도 한 듯 행복하다. 의자는 지친 다리를 편히 쉬게 해준다. ..

모자의 변신

모자의 변신 조 은 미 어느새 두꺼운 겨울 모자가 무겁게 느껴진다. 인사동 길을 걷다 모자점에 걸린 흰색 모자가 눈에 띄였다. 단순하고 평범한 모자지만 제법 잘 어울린다. 모자는 패션의 완성이다. 옷을 차려 입고 모자를 갖춰 쓰면 품위가 달라 보인다. 모자 가격도 저렴했다. 흡족한 마음으로 새 모자를 사서 쓰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집에 와서 이 옷, 저 옷에 맞춰 써본다. 코시지 하나를 달아 써 보니 평범했던 모자가 특별한 모자로 변신한다. 액세서리 하나가 모자에 생명을 불어 넣은 듯 상큼해 보인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늘 그날이 그날인 듯 평범한 날들이지만, 작은 센스로 새롭고 활기찬 날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감사라는 액세서리 하나 붙이면, 우리 삶은 날마다 생기롭고 활기찬 날들로 변해간다..

우렁각시

우렁 각시 조 은 미 시낭송과 수필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현관 앞에 택배 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보내온 레드향이었다. 누가 보냈을까? 송장을 보니, 보낸 사람도 받는 사람도 내 이름과 연락처가 표기되어 있었다. 누가 보냈는지 알길이 없다. 제주도에 사는 지인들을 떠올려보았다. 전화로 일일이 확인 해본다. 다 아니리는 대답만 돌아 왔다. 보낸 사람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어려서 재미있게 듣던 우렁각시 이야기가 생각난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기쁨이 배가 된다. 누군가 제주도 여행 갔다 내 생각을 하고 깜짝 선물을 보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성경에서는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을 베풀 때라도 남에게 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