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1

시골 아줌마

시골 아줌마 조 은 미 늘 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모저럼 활짝 열린다. 반가운 손들이 오는 날! 아침부터 분주하다. 마당에 풀도 다독이고 집안 청소도 하고 아욱도 뜯어다 국 끓이고 콩나물, 오이지 조물조물 무치고 고추 짱아찌, 시골 두부찜, 시원한 열무 물김치 한보시기 꺼내 놓고 직접 들고 오신 먹음직스러운 삼겹살과 갓 뜯은 상추, 설탕 수박 디저트로 한상 차리니 풍성한 식탁이된다. 덖어놓은 꽃차 한 잔 앞에 놓고 밥만 먹던 입이 다른 기능도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며 정담이 익어간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건 이리 마음을 따사롭게 한다. 몇 포기 되지도 않는 상추지만 혼자 먹기는 넘쳐나 줄 사람도 없고 버리자니 아까워 끌탕을 했는데 한봉지 씩 시골 아줌마 표 선물을 받아들고 입이 함지박이 된다. 작..

울타리를 세우며

울타리를 세우며 조 은 미 지난 번 개 난동 사건으로 취약지대였던 측면의 울타리 연장 공사를 드디어 오늘 마무리 했다. 훨씬 아늑하고 안전한 것 같다. 경계는 무언의 금지구역이고 내 영역의 표시이고 때로는 구속의 의미도 있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안전지대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경계가 모호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 같다. 성인이 된 자식 일에 너무 간섭하다 불화하는 경우도 허다 하고 아무리 무촌 지간인 부부간이라도 서로 최소한의 경계를 존중해주고 함께 가는 게 부부의 금슬이 오래 가는 비책이리라. 출가한 딸이나 분가한 아들이나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경계를 지켜주며 사니 특별히 싫네 좋네 말이 없이 구순하게 살아지는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쳐놓은 울타리에 갖혀 타인..

장미 향을 가두며

.장미 향을 가두며 조 은 미 울타리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오늘도 수은주는 30도를 넘고 있다. 가만히 앉았어도 늘어지는 오후! 콩가루 쑥인절미와 금계국차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한 후 이열치열 삼아 오늘은 장미 꽃차를 덖어보려 마음 먹는다. 유투브를 검색하니 통꽃으로 하는건 안보이고 꽃잎으로 덖는 것만 나와 있다. 몇번 꽃차를 덖어본 경험으로 살짝 쪄서 덖어보기로 한다. 꽃잎이 많아 쪄서 덖으니 한결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 해소, 피부미용 , 기억력 증진에 좋고 플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황산화 효능으로 인하여 피부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단다. 비타민 C는 무려 레몬의 17 배, 비타민 A는 토마토의 20배나 되고 에스트로겐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특별히 여성에게 좋다는 장미 꽃..

마르지 읺는 사랑

마르지 않는사랑 조 은 미 연일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 땅이 타들어가고 물을 흠뻑 줘도 언발에 오줌 누기 격으로 헉헉대더니 아침 현관문을 여니 밤새 촉촉히 내린 비로 온 초목에 생기가 돈다. 아 사랑스런 내 새끼들! 사랑을 하면 수다스러워 진다더니 나야말로 눈만 뜨면 어찌 그리 하고싶어지는 이야기가 많은지! 엊그제까지도 익어갈 조짐이 안보이던 보리수가 이틀새 매혹적으로 빨간 입술을 내밀고 유혹한다. 아 ! 그 거부할 수 없는 몸짓. 한 알 따서 입 속에 꼭 깨무니 상큼한 신맛이 까무러칠만큼 중독적이다. 사랑하는 만큼 되돌려받는 기쁨! 사람은 사람이 됐건 사물이 됐건 사랑할 대상이 있어야 살아갈 힘이 생기고 사랑 받는 확신이들 때 행복한 것 같다. 마르지 않는 사랑.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수고 하는 것..

강인한 생명력을 배우며

강인한 생명력을 배우며 조 은 미 5시 반이면 서둘러 깨우는 햇님 등쌀에 더 누울래야 누웠지도 못하고 내 아침 일과는 시작된다. 오늘 아침은 양쪽 어깨가 쑤시고 허리가 무지룩하니 몸이 무겁다. 그래도 밤새 별일 없는지 문안 인사를 나눠야할 식구들이 궁금하여 뜨락에 나선다. 들판에서 옮겨다 심은 돋나물, 머위대가 몸살을 회복하고 제 자리를 찾았는지 허리 빳빳이 펴고 맞는다. 돋나물은 노란 별꽃까지 달고 눈인사를 한다. 엊그제 꽃 핀채로 떠온 층층이꽃도 건재를 과시한다. 삽목을 얻어다 심은 무궁화도 싱싱하게 잎을 달고 당당히 서있다. 강한 생명에 대한 투지가 느껴진다. 이 녀석들에게서 강인한 삶에 대한 의지가 전염이 되어 활기가 생긴다. 무지룩하던 몸이 움직이니 좀 풀어지는 것 같다. 마당에 잡초가 밤새 그..

파리와의 타협

파리와의 타협 조 은 미 상추 10대 남짓 심은 게 하루 자고나면 얼마나 쑥쑥 크는지 다 제 밭의 상추도 넘치고 처지는 터라 누구 줘야 반가워할 사람도 없고 키운 정성이 아까워 끼니 마다 상추를 먹어대니 눈뜨고 앉으면 꼬박꼬박 졸음이 쏟아진다. 덕분에 초저녁 잠 설치면 왠수스럽게 안오던 잠이 눈 붙였다 뜨면 아침이니 신기하기만 하다. 하루 종일 잔들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잠 오면 낮잠을 즐기면 그뿐이련만 이따금 한 두마리 파리 녀석이 종아리며 팔에 내려앉는 통에 이 녀석과 한판 싱갱이를 하다보면 오던 잠도 어느새 다 달아나 버린다. 일어나 파리채로라도 후려치려하면 얼마나 빠른지 잽싸게 내달아 번번히 약만 올리고 헛팔질한 나만 애닳아 한다. 아니 근데 요녀석 말하는 꼬라지 좀보소. 정말 듣고 있자니 이녀석..

버리는 것이 주는 기쁨

버리는 것이 주는 기쁨 조 은 미 토박이처럼 농사를 푸지게 짓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라도 일을 만들어 하지않으면 하루가 무료하기 짝이 없는 한가로운 시간들! 때로 지나는 사람 외에 눈 마주치고 한담이라도 나눌 대화 상대 없이 오직 입이 밥먹는 기능 뿐으로 지날 때가 태반인 시골 생활이 그래도 지루하지 않은 건 sns 덕분인 것 같다.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꾀 고마운 친구이다. 그리고 글이라도 끄적이며 소통 하는 일이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나름 내 노력이고 치매 방지 예방책이니 이나마라도 글로 표현 할 수 있고 누군가 내 글에 공감해주는 기쁨은 내가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갖게하고 삶의 활럭이 되기도 한다. 만난 적도 없는 벗들이 눌러주는 공감이 그래서 늘 고맙고 감사하다. 며칠 전..

꽃차를 덖으며

꽃차를 덖으며 조 은 미 생전 처음 쇠뜨기차를 만들어 보고 난 후 내 관심은 온통 차에 꽂히고 지천에 널린 꽃들을 보며 혹시 꽃차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유투브를 찾아본다. 세상에 어찌 그리 좋은 효능들을 가진 꽃들이 많은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주변에 일부 독초를 제외 하고 약 안되는 풀이 없는 것 같다. 하나님의 선물에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누구도 못말리는 내 열정은 너무나 매혹적인 꽃자주 꽃을 예쁘게 피우고 있는 엉겅퀴와 노란 꽃을 지천으로 달고 있는 금계국의 화사함을 오래 가두고 싶어 엉겅퀴 한아름과 금계국 꽃을 조심스레 따온다. 엉겅퀴는 어혈을 다스리고 지혈 간회복에 특히 좋고 그외 이담 ,소염 각종 부스럼, 동맥 경화등에 효과가 있고 금계국은 해열 해독 부종..

장미 정원에서

시골에 짱박혀있다 올라온 오랫만의 서울 나들이! 시골집 정윈의 장미는 이제 몽긋몽긋 봉오리가 올라오는데 올림픽 공원의 장미는 어느새 만개하여 절정을 지나고 있다. 5월의 끝자락을 아쉬위하며 장미의 화사함에 넋을 잃는다. 아름답다는건 이렇게 충만한 기쁨인가? 신록은 싱그럽고 자연은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계절의 변화는 이렇듯 감동으로 설레이는데 일찍 찾아온 여름의 시샘에 마스크 속의 입술은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 재앙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겨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겨 조 은 미 앞마당 전깃줄에 내려앉은 까치 소리에 잠이 깬다. 반가운 손님이 오려나? 아침부터 까치가 깍깍 거리면 왠지 하루가 기대되고 설레인다. 하루 종일 한 사람도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여 말 한 마디 못하고 지날 때가 많지만 날마다 새 얼굴로 맞아주는 뜨락의 식구들 때문에 수다스러워진다. 너무 일찍 심어 동해를 입었던 금어초가 그래도 살아나 꽃을 피우고 반긴다.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꽃잔디 속에 숨어 짐짓 꽃잔디인 척 시침 떼고 숨바꼭질하는 쇠뜨기 녀석 참 가증스럽고 가관이다. 이 녀석과는 날마다 전쟁 중이다. 매의 눈이 되어 사정 없이 낚아채는 손길에 뚝뚝 끊어지며 뮐 그렇게 까지 척질 일 있느냐고 여유있게 몸을 내주고 지는 척 하지만 속 마음은 좀 처럼 항복하지 않고 깊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