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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 자기

어느 날 갑자기 조 은 미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급히 에스카레이터를 타려고 한 발 올려놓으려는 순간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앞서 올라가던 남자가 얼굴을 위로 한 채 뒤로 벌렁 넘어지며 쓰러진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에스카레이터는 그 사람을 실은 채 멈추지 않고 올라가고 있었다. "어마, 어떻게 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주변에서 119에 신고를 하는 소라가 들린다. 에스카레이터는 위에 다 올라 가서야 멈춰 섰다. 몇 사람이 모여들어 넘어진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 올린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였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추스리고 계단으로 올라와 약속 시간 때문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뒷머리를 정통으로 쇠계단에 부딪치고 쓰러졌으니 아..

굽은 가지의 소망

굽은 가지의 소망 조 은 미 창을 연다. 새벽 바람이 차다.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순수가 주는 낭만에 취해본다. 커피향 속에 사랑이 묻어 흐른다. 뜨거운 커피잔을 받쳐든 손으로 따스함이 퍼진다.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마신다. 입 속에 번지는 사랑은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거실의 화초에 눈이 머문다. 안보이던 것이 자세히 보인다. 예사롭던 것이 새롭게 보인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싱대의 작은 신음 소리도 귀에 들린다. 다육이 한 가지가 휘어져 위를 향하고 있다. 곧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져 자랄 동안 그 아픔을 돌아 보지 못했다. 아니 무관심해서 보이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겉으로 말은 해도 다육이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이름조차도 모른다. 같이 사는 남편도 자식도 다..

카테고리 없음 2023.01.26

3일의 사랑

3 일의 사랑 조 은 미 위험한 줄 알면서 다가가보고싶은 묘한 호기심이 발동할 때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주는 탄력이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페이스 북을 하다보면 친구 신청을 많이 받는다. 프로필과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있는가? 포스팅한 글이 건전한 내용인가를 살펴보고 합당하면 친구 신청을 수락한다. 얼굴 사진이 없거나 경력 사항이 없는 사람, 포스팅한 글이 없는 사람은 친구 요청에서 삭제 대상으로 나름 기준을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메신저의 알림음이 울린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수락한 분의 정중한 감사 메세지와 함께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떴다. 나사의 우주 정거장에서 일하고 있단다. 페이스북의 프로필을 보니 훈남형의 한국인 이름을 가진 재미 교포였다. 페이스 ..

감사 행진

감사 행진 조 은 미 어제 밤부터 머리가 무겁다. 참을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머리 전체에 무거운 둔통이 느껴진다. 눈도 침침해지는 것 같고 오른쪽 눈 밑도 감각이 뻣뻣해진다. 속도 메슥거리고 어지럽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아픈 건 몇 달 된 것 같다. 정수리 오른쪽이 아프면서 가끔 전기가 지나듯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아픔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은 머리 전체가 아프다. 행여 뇌졸증 전조증상이 아닌가 싶어 더럭 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픔이 가라앉지 않는다. 서둘러 동네 주치의에게 상담을 하러 갔다. 진료 의뢰서를 받아 빠른 검사를 위해 가까운 건국대학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X 레이, 심전도, 혈액 검사, 소변검사, CT 촬영을 했다. 진통제 주사를 처..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 조 은 미 혼자 먹는 밥상이라 대충 있는대로 먹다보니 시장 갔다온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밖에서 외식하게되는 일이 많아 반찬거리를 사다놓더라도 냉장고에서 시들어 버리기 일수다. 시장을 가도 덥석 물건을 사게 되지 않는다. 모처럼 시장을 둘러본다. 파릇한 냉이가 싱그럽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나물 하나 무치려해도 양념거리까지 다 사야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것도 일이라고 삶아서 나물 무치는 것도 번거로울 것 같다. 반찬 가게에서 조금 사다먹는 것이 경제적이다. 나물 하나 사는 값이면 다 조리된 반찬을 몇 가지 살 수 있다. 시장에 가끔 가는 반찬가게가 있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나다. 반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문은 열렸는데 주인이 보이지 않는..

대박

대박 조 은 미 눈 뜨면 습관적으로 말씀 앞에 앉는다. 예배로 시작하는 하루는 종일 긍정 에너지가 솟는다. 셀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기쁨을 누린다. 날마다 감사할 일이 생긴다. 감사는 감사를 낳는다. 당근 마켙을 돌아보다 겐조 다기 세트 일습을 만원에 파는 광고에 눈이 머문다. 채팅창을 통해 직거래 하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수수한 차림의 중년 여인에게서 물건을 건네받았다.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예쁘다. 아끼고 찬장에 진열만 해두었다가 내 놓았단다. 상당한 가격을 주고 사서 아끼던 물건이었으련만 과감하게 정리하는 용기가 부러웠다. 시골집에 당장 필요한 물건이라 횡재한 느낌이다. 친구와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해서 서둘러 나갔다. 마침 백화점 카드 회원모집 행사를 하고 있..

고백

고백 조 은 미 순간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일년이 되고 일생이 된다 올해는 토끼해 이다. 나의 해를 맞아서 날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긴다. 새로운 활기로 하루를 기대하며 산다. 기쁘고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매일 만원씩 행복 적금을 붓기로 하였다. 하루를 돌아보며 날마다 만원의 적금이 불어나는 행복을 느낀다. 나의 감사 노트에는 감사할 일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새로운 행복을 불러온다. 기분이 좋은 일이 생기니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산다는 일이 이리 생기롭고 활기찬 일인지! 하나님께로 마음을 모으니 하루 하루가 이렇게 즐겁고 기쁠 수가 없다. 오늘도 감사 조건이 수없이 많다. 새벽 예배에서 감동적인 설교로 충만한 은혜를 받았다. 하모니카 수업이 ..

ì훈풍

훈풍 조 은 미 반가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친구의 전화다. "밥 먹었어?" 언제나 제일 먼저 묻는 안부다. 엄마같은 푸근함이 묻어난다. 떡국 끓여줄께 집으로 오라 청했더니 그러마고 전화를 끊었다. 뒤미쳐 다시 전화가 왔다. 어제도 손님 대접하느라 떡국을 먹었을텐데 3일을 어찌 계속 떡국만 먹느냐며 맛난 것 사줄테니 나오라고 강권한다.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그녀의 마음씀이 고맙다. 따뜻한 한 마디 말에 가슴이 울컥한다.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간다. 전철로 40 여분 걸리는 거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먼 줄도 모르겠다. 백화점엔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맛난 점심을 먹으며 정담이 익어간다. 서로 점심 값을 내겠다 실랑이 하다 내가 이겼다. 이런 사랑의 줄..

뺄셈의 풍요

뺄셈의 풍요 조은미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마침 점심 때라 떡국 끓여 줄테니 오라고 불렀다. 아무 준비 없이 있는 그대로 집으로 부를 수 있는 무람한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간단히 준비한 소찬이지만 둘이 먹는 식탁이 따스해서 좋다. 나눔은 언제나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다. 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올해는 매일매일 감사노트를 적어보기로 했다. 감사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일정액을 저축하는 행복 적금 봉투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볼 생각이다. 문방구에 가서 노트 한 권을 사왔다. 감사 노트라고 제목을 붙여 놓으니 흐믓하다. 날미다 감사한 일로 채워질 노트를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기록한다. 이틀치 2만원도 행복 적금 지갑에 담는다. ..

플러그 인 (Plug in)

플러그 인 (plug in) 조 은 미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같은 날이지만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지니 마음가짐도 새로워진다. 샤워를 하고 집안을 청소한 후 마음을 정히 한다. 혼자 먹는 아침이지만 정성스레 떡국을 준비한다. 멸치 우려낸 국물에 사과 껍질을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그 국물에 떡국을 끓이면 입에 감기는 감칠 맛이 특별하다. 입맛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골 국물로 끓인 떡국 보다 개운하고 담백해서 더 좋다. 떡국이 끓어 떠 오르면 만두 몇 개를 곁들여 한소끔 더 끓인 후 대접에 담는다. 갖은 양념을 넣어 냄비에 자작하게 익힌 다진 소고기와 계란 지단을 고명으로 얹는다. 그 위에 구운 김을 부스려 넣고 후추와 통깨를 뿌려 놓으면 모양도 그럴 듯 하고 어찌 그리 맛난지! 옛부터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