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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낚시

행복 낚시 조 은 미 임인년 마지막 날이다. 매일이 같은 날이지만 끝날과 시작이라는 의미가 특별하게 와닿는다. 끝점과 시작은 하나인데도 12월 31일과 1월 1일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임인년이 몇 시간 뒤면 꼬리를 감춘다.계묘년이 임무교대 대기 중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보다 무탈하게 지난 1년이 그저 감사하다.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거의 매일이다 싶이 기록한 일상들을 들춰본다. 서리서리 똬리 뜬 추억들을 풀어본다. 언잖았던 일들도 즐거웠던 일들도 딸려 올라온다. 갈무리 되어 있는 추억들은 어느새 모두 연분홍빛으로 변해 있다. 즐거운 기억만 남아있다. 그새 그리움이 들어 찬다. 늘 밝은 크레파스로 칠하려 노력했던 날들. 따스함이 묻어난다.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 즐거웠..

구운 김

구운 김 조 은 미 연말이다. 따뜻함을 나누고 싶은 계절이다. 오늘 가까운 지인에게서 귀한 선물을 받았다. 집에서 김을 굽다 내 생각이 나서 싸가지고 왔단다. 그 정성과 성의가 눈물나게 고맙다. 요즘은 손쉽게 구이김을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가 있다. 손수 집에서 구운 김을 먹어보기는 오랜만이다. 워낙 손이 많이 가다보니 번거롭고 귀찮아 아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 김을 구워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포장을 펼치니 고소한 들기름내가 진동을 한다.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한장 입에 넣어본다.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다. 향수가 느껴진다. 그 시절은 너나 없이 어렵던 시절이라 무엇이던 귀했다. 산골 마을에서 김은 귀한 손님이 오거나 명절 때나 되어야 맛볼 수 있는 반찬이었다. 솔가지에..

군고구마

군고구마 조 은 미 낮이 짧아져서 금방 어둠이 내린다. 글 몇 줄 쓰다보니 금방 저녁 때가 되었다. 점심을 잘 먹고 들어와서인지 저녁 생각이 별로 없다. 끼니를 거르기는 아쉬워 고구마 댓개를 에어 프리이어에 넣고 돌린다. 노릇노릇 구운 고구마에 동치미 한 대접이면 저녁으로 족하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속이 출출하다. 그러고 보니 엊저녁 고구마 돌려놓고 꺼내지 않은 생각이 난다. 별로 시장하지도 않고 다른 일에 몰두 하느라 깜박 잊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었다. 아침밥 대신 먹어야겠다 싶어 꺼내니 이미 식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본다. 열기에 굳었던 속살이 부드러워지며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동치미 한 대접을 다 비우며 맛나게 먹었다. 코끝이 찡하게 시원하다. ..

누룽지

누룽지 조 은 미 임인년 한해도 막바지를 넘는다. 며칠 남지 않은 날들이 괜스리 아쉽고 허전하다. 정든 것에 대한 이별은 늘상 그렇다. 까닭 없이 마음이 비어오는 쓸쓸함이 있다. 밤새 시간을 죽이며 TV와 눈싸움하다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다. 새벽 예배에 채널을 맞추고 마음을 모은다. 아침 입맛이 깔깔하다. 밥이 넘어 갈 것 같지가 않다. 압력 솥에 눌은 누릉지에 물을 붓고 끓인다. 딱딱하게 늘어 붙었던 누릉지가 부드럽게 일어난다. 물에 풀어지며 구수하게 끓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김치찌개 한 냄비 앞에 놓고 식탁에 앉는다. 푹 무른 김치 한 줄기 걸쳐 뜨거운 누릉지와 함께 먹는 맛이라니. 환상적인 궁합이다. 아침 밥상을 격식 갖춰서 차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함이 이렇게 좋을 수가..

푸른 노년

푸른 노년 조 은 미 계간 문예에서 주최하는 시와 음악의 만남 송년 콘서트가 있었다. 연주 동우회의 일원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계간 문예에서 작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 십여 명이 모여 동우회를 시작한지 벌써 세 돌이 되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활동을 못하다 올해는 3돌 맞이 기념 연주회를 시낭송 행사와 더불어 이화회관에서 갖게되었다. 모두 연만하신 분들로 이루어졌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지휘자도 없고 전문적인 음악인도 없이 자체적으로 연습하는 초보 아마추어들이다. 젊은 시절부터 오래 악기를 다루었던 분들이라 연습곡만 주어지면 유투브 엠알에 맞추어 열심히 집에서 연습한 후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 때 모여 맞추어 본다. 계간 문예 행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마스코트로 사랑을 받고 ..

내 편

내 편 조 은 미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 한가지 사안에 대해 어쩜 그리도 다른 가치관과 시각으로 보는지 ! 각자 논리를 들어보면 한 편에서는 선인 것이 또 한편에서는 악이 된다. 도무지 합쳐질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며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 그동안 쌓아온 정리나 인간적 도리로 보나 싱식적인 범주를 넘어선 일방적인 자기 기준을 잣대로 상대를 재단하며 몰아세우는 황당한 경우를 당하면 심정이 상한다. 기억의 오류를 잡아주는 증거를 눈 앞에 들이대도 무조건 자기 기억이 옳다고 우겨대는 억지와 막무가내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더구나 상대를 배려한 선의를 왜곡하여 악의로 매도할 때 가슴이 온통 고추가루 뿌린 듯 쓰리고 아린다. 보편적인 가치기준에서 벗어나 병적일 정도의 뒤틀린..

진정한 자유

진정한 자유 조 은 미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는 습관적으로 유투브를 보게된다. 손가락으로 넘기며 제목을 훑어본다. "거실에 절대로 놓아두어서는 안되는 것들" 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생활과 직접 관계가 있고 궁금하여 들어보았다. 거실에는 가시 있는 선인장류는 절대로 놓아두어서는 않된단다. 집안에 들어 오는 운을 막는단다. 거실은 늘 밝고 따뜻 하게하여 온기가 도는 것이 좋단다. 풍수지리학이 아니더라도 일리있는 말이라 공감이 간다. 아이들 기르는 집에서 가시 있는 선인장은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나도 언젠가 선인장 가시가 손톱에 박혀 혼난 적이 있다. 거실은 가족들이 다 모이는 공간이니 썰렁하고 추우면 기분도 우울해질것이다. 안들었을 때는 무심히 지났는데 거실에 털복숭이 가시 선인장이 마음에 걸리기 ..

ㅡㅡ정리 유감

정리 유감 조 은 미 어느 새 12월도 막바지다. 꼭 이루어어야할 것도 없고 쫒아오는 이도 없는데 괜스레 마음이 바빠진다. 뭔가 할일이 많은데 미루어 둔 것같은 개운하지 못한 찜찜함으로 허둥 댄다. 막상 일을 하려해도 손에 잡히질 않고 마음은 허공을 난다. 공연히 안절부절 하모니카도 불었다 책도 잡았다 유투브도 켰다 애꿎은 시간만 죽이고 있다.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누리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 있을까? 객괸적으로 진단해 보기로 한다. 때가 되서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무슨 대수일까? 내년부터 통상적으로 만 나이를 쓴다니 내년에도 여전히 일흔 둘이다. 삶의 시간이 1년 더 길어진 느낌이다. 나이 먹는 아쉬움 때문은 아닌것이 분명하다. 지난 1년을 돌아본다. 거의 매일이다싶이 기록한 글들을 들쳐본다. 알록..

하모니카 가슴

하모니카 가슴 조 은 미 날씨가 제법 춥다. 올해 들어 첫 추위이다. 몸이 웅크러든다. 하모니카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집에 머물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나선다. 일단 나서면 활기가 생긴다. 하모니카 배운지도 햇수로는 몇 년이 지났다. 처음 배울 때는 하모니카 앞 뒤도 분간을 못했었다. 꾸준히 손을 놓지 않고 배우다 보니 이제는 제법 불고 싶은 곡을 악보 없이 불 정도가 되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반 이라 하지 않던가. 무엇이건 시작할 때가 제일 빠른 때이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빈 자리가 많다. 적은 인원에도 열정을 다해 가르쳐주는 강사님이 고맙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습했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어쩌면 이다지도 빠른지. 한 해를 마무리하며 후회보다는 열심히 ..

강낭콩

강낭콩 조 은 미 잿빛 하늘이 옥상 위에 걸렸다. 시나브로 싸락눈이 내린다. 비도 함께 내린다. 진눈깨비다. 쌓일 새 없이 눈이 녹는다. 함박 눈이나 펑펑 내려 쌓이면 좋으련만. 진눈깨비 내리는 날은 마음까지 우울하다. 모처럼 할 일 없이 한가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영화라도 한 편 보러 나갈까 생각하다 진눈깨비 핑게대고 그만 주저 앉는다. 등어리에 자석이라도 붙었는지 소파가 자꾸 끌어당긴다. 점심 때가 겨웠다. 늦은 점심을 준비하러 일어난다. 엊저녁 부터 강낭콩을 물에 불렸다. 불린 강낭콩을 넣고 밥을 짓는다. 콩 익는 구수한 밥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압력솥 불을 낮추고 뜸을 들인다. 그동안 햄을 넉넉히 썰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압력솥의 김을 빼고 뚜껑을 연다. 밥에서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