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오후 / 조 은 미 봄볕이 따뜻하다. 늘 무심히 지나치는 앞마당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다. 어느새 봄이 그렇게 옆에 와있었는데도 늘 봄을 기다리며 봄, 봄 하던 마음이 무색하다. 양지쪽 담장 밑에 심지도 않은 부추가 소복이 올라와 반긴다. 돌아보니 돌 나물도 한쪽으로 수줍게 뾰족뾰족 고개를 내민다. 남편은 전지가위를 들고 웃자란 나무 가지들을 잘라주고 나는 파릇파릇 연한 부추 한소쿠리 뜯어다 부추김치를 담는다. 멸치 액젓 삼삼하게 넣고 고춧가루 풀어 살살 버무린 후 매실 즙 약간 간맞춰 통깨 솔솔 뿌려놓으니 먹음직스런 부추김치 한통이 넉넉하다. 갑자기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 봄 부추는 인삼보다 낫다고 하던가? 양기를 돋우고 혈액순환에 특히 좋다고 들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엊그제 사온 봉평 메밀가루에 향긋한 미나리 썰어 넣고 묵은 김치 빨아 볶아서 고명으로 얹고
메밀 전을 부쳤다 . 향긋한 미나리 향이 코끝을 감싼다. 아삭하게 씹히는 김치의 깊은 맛과 어우러져 제법 맛이 있다. 남편도 입맛에 맞는지 맛나게 금방 한 접시를 비운다. 맛있게 들어주는 남편이 오늘따라 사랑스럽고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오랜만에 남편과 오붓하게 마주앉아 느긋한 오후를 즐긴다. 늙어가며 남편만큼 편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간 허리 무릎 아파 병원에 쏟아 부은 돈이 몇 백인데 요즘 임플란트 시술하며 거금을 쓰게 해서 은근히 미안한 생각이 들고 나를 지켜주는 건 남편 밖에 없다 생각하니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여보! 당신이 건강하게 내 옆을 지켜줘서 정말 고맙고 감사해요. 앞으로 당신 좋아하는 맛난 것 많이 해 줄게요. 늘 행복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서로 있음에 감사하며 깊은 신뢰와 사랑으로 남은 날들도 행복한 날
만들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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