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6

어떤 불신

어떤 불신 조 은 미 엊그제 부터 까닭 없이 왼팔이 들어올릴 수가 없이 무겁고 통증이 있다.어깨가 아픈가 했는데 어깨는 아니고 무슨 무리한 일을 한 적도 없고 잘 쓰지 않는 왼팔의 근육이 아파 좀 의아스럽기는 하다. 참아 넘기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한방에 가서 물리 치료를 받고 오니 조금은 차도가 있는 듯 하지만 좀처럼 잠자리가 편하지 않다. 그러다 혹시 일주일 전에 맞은 아제 2차 백신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미쳐 타이레놀 2알을 먹고 가까스로 잠이 든다. 2차 백신 맞고 나서 컨디션이 좋고 아무 일 없이 1주일이 지나서 이번엔 수월하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아플만한 아무 까닭도 없이 이리 아프니 긴가 민가 하면서도 백신 후유증의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맞고 바로 아픈 것이 아니고 일주일만에 이런 ..

묵은지의 변신

묵은지의 변신 조 은 미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매일 뭐가 그리 바쁜지 살림에 손이 안가 늘 냉장고를 정리해야지 벼르다가 오늘 모처럼 손이 노는 날이라 팔 걷어 부치고 냉장고 청소에 나선다. 먹다 놓쳐 시다못해 군내 나는 묵은지가 여기저기 뒹군다. 어제 친구네서 먹어본 묵은지 조림이 얼마나 맛나던지 나도 따라해 볼 요량으로 굴러다니는 묵은지를 한데 모아 양념을 빨아내고 한참을 울궈낸다. 우선 멸치, 다시마 육수 내 놓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놓은 김치에 매실 액기스 서너 수저 넉넉히 설탕도 한 수저 적당히 가미하여 넣어 준다. 된장도 한 수저 다진 마늘과 쫑쫑 썬 파도 함께 투하하여 조물조물 무친 후 매콤한 청양고추와 홍고추 두어 개 어슷어슷 썰어 넣고 육수 넉넉히 부은 후 액젓으로 간을 맞추고 중간 불에 ..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조 은 미 마음 맞는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건 얼마나 축복인지! 문화 코드가 비슷한 문우 절친들. 피카소 전시회를 다녀온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은 모처럼 한갖지게 조조 영화를 보자는 번개 호출에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선다. 저우 사오치 역의 허광한과 요우 용츠역의 장약남이 주연으로 열연하는 요즘 핫한 중국 멜로물인 "여름날 우리"를 보기로 하고 상영관에 들어서니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어 영화관을 통째로 전세낸 호사를 누리며 모처럼 소녀 시절로 돌아가 달달하고 꿈꾸듯 한 첫사랑의 추억에 흠뻑 빠져보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풋풋한 17살에 만나 한 눈에 사랑을 느낀 후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하며 운명적인 만남으로 순수하고 진솔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따사롭고 달콤하..

무궁화 사랑의 길목에서

무궁화 사랑의 길목에서 조 은 미 안양에서 무궁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무궁화를 보급하고 무궁화를 가꾸시는데 애쓰시는 "무궁화 가꾸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박광준 회장님께서 해마다 기획하시는 안양의 이번 무궁화 전시회에 무궁화 한 그루를 기증하면 전시회 끝나고 개인에게 보내주신다고 해서 좋은 뜻으로 애쓰시는 일에 격려도 보내고 무궁화도 뜰에 심고 일석 이조의 기쁨이겠다 싶어 흔쾌히 동참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하던 순백의 배달계 무궁화에 내 명패가 달렸다.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인지! 나라 사랑의 마음이 무궁화 꽃송이에 오로로 핀 듯 탐스럽다. 그 흔하던 무궁화가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좀처럼 맞닥드리기 어려운데 어쩌다 지나는 길에 무궁화 꽃핀 것을 보면 그리 반갑고 올림픽 경기 시상대에 선 선수들 앞에 자랑..

사랑이 머무는 순간들

사랑이 머무는 순간들 조 은 미 아침 일찍 일어나 습관적으로 카톡을 열어본다. "엄마 작지만 이 하는데 보태세요." 딸이 생각지도 않은 목돈을 은행으로 송금했다는 메세지가 뜬다. 코끝이 시큰해지고 뭘 그런 걸 다 보냈느냐고 나무라면서 왈칵 목이 메인다. 아이 학원비며 오죽이나 돈 쓸데가 많을텐데 뭉칫돈 빼내느라고 얼마나 자리가 났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나이 들면 어디 아픈 것 자식들 알면 신경 쓰일까봐 조심스러워 왠만한 건 입밖에 내지않고 지나려 애쓰는데 얼마 전 전화로 이야기 끝에 임플란트 몇대 해야할 것 같다고 지나는 말 한걸 마음에 담고 있다 빠듯한 살림에 엄마 이 하는데 보태라고 보낸 딸의 마음이 가상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다. 나이 들수록 아빠를 더 많이 닮아가는 딸의 모습이 오늘 따..

카페라떼 한 잔의 낭만

카페라떼 한 잔의 낭만 조 은 미 오후 칫과 진료 나왔다 들어가는 길. 시원한 카페 라떼 생각이 간절해 대공원 푸른 숲이 보이는 자주 가는 카페 2층 창가에 자리잡고 앉는다. 주차장엔 초등학교 노란 스쿨버스가 졸고 있고 텅빈 카페가 한가롭다 1 시간만 멍때리기로 작정하고 느긋하게 마음의 빗장을 푼다. 한가롭고 달달한 여유가 스몰스몰 기어나와 옆자리를 지킨다. 좋은 친구들과 마주 앉았던 추억들이 스치고 깔깔대고 웃던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쟁쟁 거린다. 얼음 가득한 커피잔에 보고픈 얼굴도 뜬다. 기다릴 이 없어 조바심도 반납하고 휘휘 그리움 휘저으며 달달했던 그 미소를 떠올린다. 카페라떼 한 잔의 낭만이 오롯이 나를 감싼다. 나를 위한 호사로운 시간, 혼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혀끝에 녹아드는 ..

피카소 탄생 140주년 전시회를 다녀와서

피카소 탄생 140주년 전시회를 다녀와서 조 은 미 지난 5월 1일 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피카소 탄생 140주년 기념 전시회가 8월29일 이면 막을 내리는 터라 전시회 막바지에 절친 문우들과 함께 고팠던 문화 산책을 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전시회장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로우대에 마지막 수요일 문화 관람 활인까지 적용받아 8000원의 착한 가격으로 입장료를 끊고 30분 이상 대기해서야 입장을 한다. 이름 있는 전시회라 그런지 코로나 와중에도 많은 사람이 관람하러 온 것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 수준도 꾀 상위 수준에 와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피카소의 전생애 작품들을 일목 요연하게 변화의 괴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시기별로 구분하여 회화, ..

냉털 가지 피자 대박

냉털 가지 피자 대박 조 은 미 오늘 아침엔 딱히 밥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간단히 요기나 할 요량으로 냉장고를 열어본다. 조금 조금 남은 아채들이 굴러다닌다. 곧 처치 안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생긴 것들을 다 끄집어내 소환 한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냉장고 털이 레시피가 빠르게 뇌속을 회전하며 손이 움직인다. 몇십 년 솥뚜껑 운전수 감이 이런 땐 참 유용하게 작동한다. 가지 납작 납작하게 썰고 두부도 작게 큐브로 썰고 당근 호박은 채치고 방울 토마토 깻잎 상추 자투리까지 알뜰히 썰고 홍고추 청양 고추까지 가세한다. 아보카도 남은 것도 거들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지, 호박, 당근 ,두부부터 먼저 넣고 기름에 볶다가 나머지 야채 넣고 소금 후추 간한 후 계란 3개 깨뜨려 올리고 치즈 가루까지 뿌..

그래도 해 뜨는 날

그래도 해 뜨는 날 조 은 미 오늘은 건대 병원 유방암 조직 검사 결과 보러 서울 가는 날이다. 집안을 다독 거리며 서둘러 정리를 한다. 곧 먹게 탐스럽게 자란 상추를 좀 뜯어 올 요량으로 급한 마음에 장화도 신지 않고 입던 채로 텃밭에 들어선다. 참말로 눈에 보일까 말까한 작은 씨를 뿌려 놓기만 했는데도 절로 싹이 터 자라고 무농약으로 방치했는데도 벌레 하나 안 먹고 싱싱하게 자라는 걸 보면 하나님 은혜를 실감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씨를 뿌리는 것은 나 이지만 기르시는 분은 온전히 그분의 주권임을 믿는다 평화롭던 텃밭에 침입자를 감지 했는지 어디서 기어오르는지 팔뚝이고 다리고 온 몸을 공격 해대는 물 것들로 금방 사방이 툭툭 불거지며 가려워 진다. 미물이라도 자기 영역 방어에 그리 임전 태세가 ..

불면을 다스리며

불면을 다스리며 조 은 미 휘영청 밝은 달빛이 창을 채운다. 뜨락에 내려서니 보름달이 달무리 속에 웃고 있다. 풀벌레 소리 애닯고 까닭 모를 그리움이 산을 이루는 밤! 가을은 그렇게 가만히 찾아와 나를 불러낸다. 잠은 일찌감치 뒷전으로 물러섰고 그네에 흔들리며 가을의 포로가 된다. 상큼한 가을 바람이 냉큼 가슴에 들어와 안긴다. 봄이 가면 여름 오고 여름 가면 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와 자연은 순리대로 순행하는데 세상을 거꾸로 돌리려는 인간의 교만은 끝간 데를 모르고 하늘을 향해 치닫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 못잡고 온통 입은 마스크로 봉해 버리고 낮에는 네 사람 저녁에는 두사람 까지만 전염권 밖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낮에 네사람이 만났다가도 저녁이면 따로 앉아 밥을 먹어야하고 백화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