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9

냉털 가지 피자 대박

냉털 가지 피자 대박 조 은 미 오늘 아침엔 딱히 밥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간단히 요기나 할 요량으로 냉장고를 열어본다. 조금 조금 남은 아채들이 굴러다닌다. 곧 처치 안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생긴 것들을 다 끄집어내 소환 한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냉장고 털이 레시피가 빠르게 뇌속을 회전하며 손이 움직인다. 몇십 년 솥뚜껑 운전수 감이 이런 땐 참 유용하게 작동한다. 가지 납작 납작하게 썰고 두부도 작게 큐브로 썰고 당근 호박은 채치고 방울 토마토 깻잎 상추 자투리까지 알뜰히 썰고 홍고추 청양 고추까지 가세한다. 아보카도 남은 것도 거들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지, 호박, 당근 ,두부부터 먼저 넣고 기름에 볶다가 나머지 야채 넣고 소금 후추 간한 후 계란 3개 깨뜨려 올리고 치즈 가루까지 뿌..

그래도 해 뜨는 날

그래도 해 뜨는 날 조 은 미 오늘은 건대 병원 유방암 조직 검사 결과 보러 서울 가는 날이다. 집안을 다독 거리며 서둘러 정리를 한다. 곧 먹게 탐스럽게 자란 상추를 좀 뜯어 올 요량으로 급한 마음에 장화도 신지 않고 입던 채로 텃밭에 들어선다. 참말로 눈에 보일까 말까한 작은 씨를 뿌려 놓기만 했는데도 절로 싹이 터 자라고 무농약으로 방치했는데도 벌레 하나 안 먹고 싱싱하게 자라는 걸 보면 하나님 은혜를 실감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씨를 뿌리는 것은 나 이지만 기르시는 분은 온전히 그분의 주권임을 믿는다 평화롭던 텃밭에 침입자를 감지 했는지 어디서 기어오르는지 팔뚝이고 다리고 온 몸을 공격 해대는 물 것들로 금방 사방이 툭툭 불거지며 가려워 진다. 미물이라도 자기 영역 방어에 그리 임전 태세가 ..

불면을 다스리며

불면을 다스리며 조 은 미 휘영청 밝은 달빛이 창을 채운다. 뜨락에 내려서니 보름달이 달무리 속에 웃고 있다. 풀벌레 소리 애닯고 까닭 모를 그리움이 산을 이루는 밤! 가을은 그렇게 가만히 찾아와 나를 불러낸다. 잠은 일찌감치 뒷전으로 물러섰고 그네에 흔들리며 가을의 포로가 된다. 상큼한 가을 바람이 냉큼 가슴에 들어와 안긴다. 봄이 가면 여름 오고 여름 가면 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와 자연은 순리대로 순행하는데 세상을 거꾸로 돌리려는 인간의 교만은 끝간 데를 모르고 하늘을 향해 치닫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 못잡고 온통 입은 마스크로 봉해 버리고 낮에는 네 사람 저녁에는 두사람 까지만 전염권 밖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낮에 네사람이 만났다가도 저녁이면 따로 앉아 밥을 먹어야하고 백화점이고..

외로움도 달달한 자유가 되는 아침

외로움도 달달한 자유가 되는 아침 조 은 미 새벽 일찍 눈을 뜬다. 흙 먼지가 풀풀 일만큼 타들어 가는 텃밭에 물을 줄 요량으로 현관문을 연다. 세상에나! 문 콕 닫고 있으니 언제 오셨는지 모르게 가만 가만 내리는 보슬비의 애무에 사랑스럽게 눈을 깜박이며 교태가 늘어진 정원의 나무들이 잔잔한 바람의 손길에 살랑대기 까지 한다. 물기를 머금은 잔디밭도 한결 풀어진 눈매가 부드럽다. 비 덕분에 한 품이 줄어든 여유에 감사하며 아침상을 제대로 차려 나를 손님으로 모시고 대접하기로 작정한다. 소 불고기 후라이팬에 자글자글 볶아놓고 청양 고추 몇개 다져 넣고 들깨 가루 넣어 들기름에 고소하게 볶아낸 고구마순, 간장과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하고 다시마 잘라 넣고 설탕 조금 넣어 달달 볶아낸 콩나물, 새콤 달콤하게 무..

이 또한 지나가리

이 또한 지나가리 조 은 미 타는 듯한 따가운 햇살의 구애에 손바닥만한 텃밭의 끝물 토마토와 가지가 아직 열매를 달고 제 빛으로 익어가고 따먹다 놓친 고추도 수줍은 듯 뒤늦게 붉게 물든 얼굴을 잎새에 숨기고 가을 빛을 재촉하고 있다. 작년까지 한 알도 열리지 않던 대추가 올해는 제법 실하게 굵어가고 사과도 나날이 초록 가슴에 햇살을 채우고 있다. 늦은 저녁을 물리고 뜨락에 내려선다 보름이 가까운지 만월을 향해 치닫는 보름달을 구름이 막아선다. 달빛은 주눅든 얼굴을 구름 속에 감추고 외로운 별 하나 홀로 빈 하늘을 지키고 있다. 적막한 밤을 채우는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 소리에 까닭 모를 그리움이 아리아리 가슴을 헤집고 서늘한 바람은 살며시 옷깃을 더듬는다. 가을이 여름의 꼬리를 물고 성큼성큼 닥아오는 발..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 그 언저리 ㅡ 서울식물원 나들이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 그 언저리 ㅡ 서울식물원 나들이 조 은 미 아제 백신 접신 푸닥거리도 거의 잦아지는 즈음 그 든든한 빽 덕에 정말 몇 달만에 조심스럽게 잃어버렸던 일상의 시간들을 만나러 나선다. 화사회! 매달 화요일 4번째 만나는 교대동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마곡 나루역 3번 출구를 나서니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 속에 낯익은 눈동자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반긴다. 건강 해줘서 고맙고 눈만 보고도 경계심이 무장해제 되는 오랜만의 해후에 봇물이 터진 그리움은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 유난히 날씨도 맑은 초록이 깊어가는 들판 위로 살구색 웃음꽃이 흐드러진다. 한가롭게 평화가 숨쉬는 데크길을 삼삼오오 걸으며 묵었던 정담이 무르익는다. 그렇게 큰 것도 아닌 소박한 행복을 그리 오래 저당잡하고 살아온 응달진 가..

원주 나들이

윈주 나들이 조 은 미 며칠 꿀꿀하던 날씨가 비온 끝이라 하늘이 청명하다. 새신을 신고 새 가방에 새 스틱을 둘러메고 나서는 길이 어릴 때 소풍 길 처럼 설렌다. 함께 할 벗이 있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다닐만한 건강이 되니 이보다 더 좋을수가 있을까? 요즘은 코로나로 여행 다니는 사람이 전보다 많지 않아 당일 버스여행은 3만윈 안쪽이면 어디건 골라서 갈 수가 있고 자리도 널널하고 가는 곳마다 꽃 천지고 관광지마다 정비가 잘 되어 있어 힐링 삼아 구경다닐만 하다. 떠날 여건만 된다면 그저 훌쩍 떠나 자연과 함께 하나 되는 행복을 누리길 권한다. 오늘은 원주 용수골 꽃양귀비 축제를 보고 중앙시장에서 전통 먹거리 체험과 시장 구경을 하고 치악산 둘레길을 트레킹하고 돌아오는 코스이다. 원주행 관광 버스에 오르..

서로의 존재가 의미가 되는

서로의 존재가 의미가 되는 조 은 미 마음은 아직 소녀 같은데 어느새 누기 봐도 어르신이고 할머니이다. 허리를 펴고 꼿꼿이 걷는다 싶어도 친구들 뒷 모습을 보면 저게 내 모습이지 싶어지고 지나온 날 보다 남은 날이 더 가깝기에 만날만한 건강이 될 때 부지런히 만나자 약속한다. 누가 어느 때 번개를 치더라도 불러주는 사람 있어 고맙고 나갈 만한 건강 있음에 감사하여 왠만하면 거절하지 않고 함께 하려 노력한다. 나이들어 가니 다들 마음들이 너그러워지고 베푸는데 인색하지 않은 여유가 푸근하게 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턱을 이유로 모인 여고 동창들! 뜻하지 않은 유산 상속으로 점심을 쏘는 할매 덕에 입이 호사를 누린다. 야실야실 보라색 원피스를 새로 사입고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 또 다른 할매 즉석에서 옷값 보다..

물의 정원

물의 정원 조 은 미 물의 정원은 경기도 남양주시 운길산역 부근에 2012년 한강 살리기 일환으로 국토부에서 484,188 제곱 미터 부지에 조성한 수변 생태공원이다. 강둑을 따라 꽃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핀 사진을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왔다. 상봉역에서 경의선 전철 한 번만 환승하면 한 시간 내외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놓칠 수가 있을까? 지근 거리에 동행을 불러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선다. 초록이 익어 가는 들판과 강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지는 양귀비 꽃밭의 화사한 아름다움 앞에 숨이 멋는 것 같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자연 친화적인 인공이 만나는 오묘한 조화가 마음과 눈을 편안하게 한다. 오 창조의 신비여, 경이로움이여! 누가 한 말인지 행복은 저축할 수 있는게 아니라던 말이 ..

소중한 인연을 감사하며

소중한 인연을 감사하며 조 은 미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만나고 헤어지지만 시간이 가도 문득 문득 생각키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어제는 근 30년 전 한 교회에서 만난 교대 후배가 오래 전에 퇴직해 집에서 놀고 있을 땐데 마침 나도 그 때 퇴직했다 다시 임용시험을 봐 학교 나가던 터라 복직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더니 내 덕에 임용 시험 공부 할 엄두를 내고 합격해서 복직했다 지금은 퇴직해 연금 생활자가 되 살고 있다며 날 은인처럼 고마워하고 보고 싶다며 카톡을 통해 어떻게 연락이 닿아 오랫만에 반갑게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점심도 대접 받고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전해주며 별 것 아니었던 호의를 그리 오래 기억해주고 감사하는 후배의 마음 씀이 얼마나 고맙고 따스하던지! 대공원의 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