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9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를 다녀와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를 다녀와서 조 은 미 지난 2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덕수궁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를 거의 마감을 앞두고서 막역한 문우들과 함께 찾는다. 언제부터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놓치기 아까운 전시회를 채근하여 같이 보러 갈 수 있는 문우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예약을 안 하면 못 보는 전시회지만 무턱대고 현장에서 대기표를 받고 한 시간 여 기다라니 다행히 들어갈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덕수궁의 정취에 젖으며 여유로운 가슴이 되어 문단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꽃피우며 같은 길을 가는 벗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와 서정의 울타리에 머문다. 서로 있음에 고맙고 더욱 든든한 끈으로 묶이는 연대를 느낀다 1910년부터 194..

빗속의 비수구미 소회

빗속의 비수구미 소회 조 은 미 갑작스레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 용태가 안좋아 취소했던 화천 비수구미 버스 당일 여행을 다시 회생하신 아버지 덕분에 그간 마음 고생 힐링이나 하고 오자는 친구의 강권에 고맙게 따라나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잔뜩 흐린 날씨가 버스를 타자 그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초록이 짙게 익어가는 풍경들이 비에 씻겨 더 싱그럽게 차창을 스친다. 2시간 30여분 달려 해산령 입구의 비수구미 마을 들어가는 철책 문 앞에서 버스를 내린다. 비수구미란 물로 빚은 아름다운 아홉가지 경치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초기로 추정되는 궁궐에서 쓰는 나무를 함부로 베지 말라는 비소고미 금산 동표가 바위에 새겨져있는 것으로 보아 비소고미로 불리던 것이 비수구미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가이드 설명이다. ..

그리움, 그 언저리

그리움 그 언저리 조 은 미 아침부터 잔뜩 하늘이 흐렸다. 비가 한 판 쏟아질 것 같다 서울 가는 날. 밭의 싱그러움을 이웃들에게 나눠주러 마음이 급해진다. 곧 한 방울씩 비가 돋는다. 미쳐 뜯을 새도 없어 가위로 싹뚝거려 봉지봉지 담는 마음이 흐믓하다. 며칠 있으면 그이 5주기 기일이 돌아온다. 평일이라 지방에 근무하고 직장 일에 바쁜 아이들이 함께 모일 형편도 안돼 각자 편한 시간 산소 다녀가라 이르고 나도 비를 거늘러 미리 성묘 길에 나선다. 다행히 한 판 쏟아지던 비가 멈칫하며 해가 나기 시작 한다. 그리운 이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문득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때로 관계에 상처 받아 마음 둘 곳 없을 때 뭔가 일이 실타래처럼 엉켜 복잡한 때 이곳에 오면 그이가..

나눔의 행복

나눔의 행복 조 은 미 고향에 산다는 건 단순히 전원 생활의 여유롭고 자연에 사는 유유자적함을 즐기는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장소도 사람도 다 특별한 추억이 있고 어디를 가나 엄마 자궁 속 같은 편안함이 있다.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은 다 외지로 출가해 가까이 있는 친구가 별반 없는데 남자 동창 중에는 더러 은퇴 후 귀촌한 친구들도 있고 토박이로 사는 친구들도 있어 어쩌다 만나면 가끔 코 흘릴 적 유년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무람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 나누는 환담이 고향살이에 적잖은 활력이 되고 의지가 된다. 동창 단톡방에 열무 물김치 올린 sns 를 보고 내가 시골 있지 싶었는지 고향집에 자주 내려오는 친구가 집에 있으면 한 번 만나자며 현지 사는 친구와 둘이 같이 놀리 오겠단다. 열무 물김치 자랑을 팥떡같..

잡초의 미학

잡초의 미학 조 은 미 산골의 아침은 부지런하다. 새벽 5 시만 되면 어느새 햇살이 창문을 노크한다. 늘 같은 날이지만 생명이 숨쉬는 뜨락은 날마다 새롭다. 맑은 공기가 정신을 쇄락하게 한다. 말씀은 성경에만 있는게 아니다. 하나님 주신 자연에서 더 가깝게 하나님을 느끼고 만난다. 오늘도 자연이 내게 들려주는 언어에 귀기울이며 내 식구들의 밤새 안전을 점검하고 그들의 재판관으로 선다. 될수록 공정한 잣대로 남겨야될 것 뽑아야 될 것을 가리며 생사여탈권의 무한한 권력을 손에 쥐고 하나님의 성품을 묵상하게 된다. 우선적인 기준은 내가 의도적으로 값을 주고 사다 심은 것들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적으로 간주하기로 한다. 주인공의 주변을 에워싸 기를 못펴게 하거나 남의 영역에서 제 배를 불리는 것들은 일차적인 제..

열무김치 시집 보내는 날

열무김치 시집 보내는 날 조 은 미 팔자대로 살겠지 싶은 마음에 제멋대로 뿌려놓은 열무와 얼가리가 그야말로 팔자 대로 싹이 트더니 약 한 번 안쳤는데도 벌레들의 손아귀에서 용케 벗어나 벌써 솎아내기도 때 늦을 만큼 자랐다. 한 이랑 몽땅 뽑으니 큰 고무 다라이로 하나 가득 넘친다. 오늘은 이 녀석들 시집 보낼 매파 노릇으로 하루 종일 분주하다. 일단 깨끗이 뿌리를 잘라내고 다듬어 목욕 재계 부터 시킨다. 팔팔한 성질 머리 부터 죽여야 시집살이 견뎌낼 터 천일염을 켜켜이 뿌려 1 시간 가량 절인다. 김치 담아본 지도 하 오래라 유투브 검색을 하며 조금이라도 맛나게 담아보려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며 집에 있는 좋다는 재료는 다 꺼내 놓는다. 그런데 유투브 강사 여섯에 다섯은 열무는 아이 다루듯 그저 살랑살랑 ..

아침의 세레나데

아침의 세레나데 조은 미 사랑하는 이여! 어젯밤 멀리 자장가처럼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당신의 푸근한 품속에서 단잠을 이뤘다오.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별을 세며 당신과 나눈 밀어들이 보석이 되어 되어 가슴에 떨어졌다오. 아침 일찍 밝게 비취이는 햇살을 통해 당신 얼굴을 대하고 내 사랑하는 이에게 언감생심 적과의 동침 운운하며 당신 자존심을 구겼다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모자와 장갑을 챙겨 들고 나가 이슬 머금은 그대 의 얼굴에 우뚝 선 침입자들을 무찌르는 당신의 기사가 된다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구려 이제 좀 환해졌구려.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곱지만 사랑하는 그대를 위해 이깟 수고쯤이야 대수겠소?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내게 준비한 선물이 그득 하구려. 적겨자채가 노란 꽃이..

세컨 하우스

세컨 하우스 조 은 미 허리 띠 졸라매고 몇 번 이사한 끝에 본 댁 마님 자리잡아 앉히고나니 이젠 허리도 펼만 하고 권태기도 슬슬 찾아와 고향집 핑계 삼아 참한 작은 댁 하나 들여앉혀 몸도 마음도 호강해볼 요량에 여기저기 덧보다가 마음에도 얼추맞고 콧대도 세지 않아 같이 데리고 살기 만만할 것 같아 덜컥 계약하고 제법 모양새 갖추느라 대충 주머니돈 풀어 살림을 차린다. 돈 들여 갖추느라면 욕심이 한이 있을까만 그래도 큰 돈 안들이고 새살림 채리니 새정이 무섭긴 하다. 본댁을 품고 누웠어도 마음은 어느새 삼삼하게 어른거리는 새댁의 자태에 툭하면 찾아와 사랑을 쏟으니 정은 아는지 마음 주는 만큼 점점 더 자태가 고와 가니 보는 눈 빛도 그윽함을 더해간다. 별 투정 없이 여러날 묵어가도 군말 않고 지켜봐 주는..

시니어 반란

시니어 반란 조 은 미 어느새 어디 가든 어르신이 우리 호칭이 되고 경로석 앉기가 민망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고 싶고 몇십 년 허물 없는 여고 동창이라도 만나는 날은 나이를 70%쯤은 뚝 떼어 나이야가라 폭포에 던져버리는 만용을 서로 용서하는 너그러움으로 하루 종일 까르륵 거린다. 코로나 녀석 웃음소리에 놀라 오다가도 도망갈 만큼 엔돌핀이 솟는다. 비록 마스크 속의 환담이지만 오래 잃었던 일상의 행복을 되찾으며 서로 있음에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한다. 오늘은 부천 사는 친구가 아들 장가간 턱을 내는 날이다. 늦은 나이에 참하고 예쁜 신부를 데리고와 시어머니 훈장 달아준 효자 아들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도 경사 치르고 고마움과 감사로 베푸는 마음에 부천까지 한 걸음에 달려간다. ..

곰배령, 그 속살을 보듬으며

곰배령, 그 속살을 보듬으며 조 은 미 오랜만에 의기투합한 절친과 신안의 환상적 보라섬 여행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설렌다. 보라색 원피스와 운동화까지 일습을 새로 장만하고 기다렸는데 예약 인원이 우리 둘뿐이라 여행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얼마나 실망이 되던지! 그래도 이왕 계획한 나들이니 꿩 대신 닭이라고 인제군 점봉산의 곰배령 확정 상품이 있어 무조건 따라나서기로 한다. 곰배령은 귀둔리 곰배 마을에서 진동리 설피 마을로 넘어가는 해발1164 m의 고개 인데 고개 마루에 이르면 5만여평의 광활한 평원에 각종 야생화의 천상낙원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곰배령은 곰이 하늘을 향해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별명이란다.점봉산 입구에서 곰배령까지 오르는 왕복 10여 km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