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5

팽이버섯 활용법

팽이버섯 활용법 조 은 미 날씨가 제법 맵다. 점점 극성을 부리는 코로나 확산은 비상시 계엄령 치하처럼 모든 생활을 스톱 시키고 움츠러들게 한다. 집 콕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혼자 즐기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이 위기를 잘 이겨내는 지혜이리라. 활동량이 줄어드니 어느새 중부지방 베들레햄엔 코로나보다 더 심각한 경고가 뜬다. 유투브에 팽이 버섯이 내장 지방을 분해하는데 특효라며 2달동안 장복하고 12~3kg 감량했다는 반가운 정보에 당장 팽이 버섯 한 박스를 통째로 구입해 팽이버섯을 활용한 다이어트에 도전한다. 팽이버섯을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물기를 뺀 후 음식물 건조기에 바짝 마를 때 까지 건조시켜 분쇄기에 가루로 빻아 아침, 저녁 꾸준히 먹어보려 한다. 남은 팽이 버섯 2봉지를 씻어 3도막정도 자..

잘 가시게 가을이여

잘 가시게 가을 이여 조 은 미 가을이 떠나기가 꾀나 서러운갑다. 밤새 유리창을 두드리는 애잔한 흐느낌에 덩달아 잠이 깨 밤을 세운다. 잊고 있던 기억 너머 아련한 그리움까지 뒤흔들어 휘저어 놓는 통에 갈아앉았던 앙금이 다시 뒤섞여 뿌옇게 흐려지며 알싸한 쌉쌀함이 목구멍 끝에서 치민다. 그래도 뒷맛이 달달한 그 기억들을 눈깔 사탕 녹이듯 혀끝에 녹이며 도란도란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눈다. 오늘 밤 지나면 한 차례 된 추위가 찾아 오겠지. 겨울이 오는 유세를 오죽이나 부릴려는지! 떠나는 님 붙잡지 않고 오는 님 막지 않는 게 순리려니. 눈부시게 행복했던 동행에 감사하며 미소로 보낸다. 떠나는 길 미련일랑 접으시고 잘 가시게. 내년에 더 고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도심에서 건저올린 만추의 행복

도심에서 건져올린 만추의 행복 조 은 미 오랫만에 여고 동창의 전화를 받고 번팅으로 잠실 롯데에서 셋이 오붓하게 만나기로 한다. 정작 학창 시절엔 그런 친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졸업했는데 지난 50주년 동창회에서 만난 이후 새롭게 알아가며 마음을 나누는 가까운 사이가 되어 지낸다. 오랜 만남으로 묵은 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고 시절 함께 했다는 인연만으로도 50년이라는 시간의 단절을 쉽게 뛰어 넘어 만나면 반갑고 따스한 우정의 깊이를 느낀다. 같이 거들려고 카운터 앞에 섰다가 막무가내로 밀어내는 통에 싱싱한 쌈채소의 맛난 점심과 석촌 호수길의 카페에서 커피 까지 full service로 대접 받고 호사를 누린다. 아직 남은 가을의 꼬리를 호수에 드리운 단풍 잎새의 살랑거리는 수줍은 손짓이 가슴을 설레게..

순리를 거스른다는 것

순리를 거스른다는 것 조 은 미 얼마전 배수관 공사를 하며 대문 밖으로 개천과 통하는 하수관을 묻었는데 그 이후 무슨 까닭인지 사나흘 돌이로 물이 솟아 마을 길로 흐르는 바람에 노심초사 했는데 엊그제 첫 추위에 길바닥이 얼어붙는 사단이 터지고나니 안전사고가 염려되어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마침 다른 우수관 공사도 마무리지을 게 있어 급히 공사 의뢰를 하고 땅을 파보니 가로지른 하수관에 물길이 막혀 지하수가 고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도에 차면 땅위로 솟구치며 반란을 일으키는 현장을 확인하고 사방에 물길을 뚫어주고 하수관에도 구멍을 내어 숨통을 틔워주니 부글거리던 분노를 갈아앉히고 얌전하게 고삐가 잡힌다. 물길 따라 흐르는게 순리인 것을 억지로 내리누르고 잡아 놓으니 당장은 조용한 ..

용문사의 가을

용문사의 가을 조 은 미 여고 동창 반창회 단톡에 누군가 용문사 은행나무 보러 가자고 카톡에 올리기 무섭게 일사천리로 그래 하고 합의가 되어 용문사에서 모이기로 한 날이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이 추운날 용감한 할매들! 따끈하게 밤을 삶아 챙겨넣고 나선다. 모두들 전철로 오고 난 시골에 와 있는터라 승용차로 유명산 농다치 고개 넘어 양평으로 향한다. 굽이굽이 가을이 익은 텅빈 길을 따라오는 차도 없이 혼자 달린다.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흩날리며 떨어지는 잎비가 나비 떼가 되어 군무를 추며 소낙비 내리듯 차창에 부딪힌다. 혼자 보기엔 아까울 만큼 환상적이다. 주차장 근처 음식점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반긴다. 용문사 들어가는 양길가 꽃보다 아름답게 흐드러진 단풍에 넋을 잃는다. 우람한..

가을비 오는 날의 소묘

가을비 오는 날의 소묘 조 은 미 11월 초하루! 가을비가 아침부터 추적거린다.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앞산 자락에 가을이 꾀나 깊었다. 잔디도 푸르름을 손절매하고 황금빛 담담한 모습으로 점잖게 뒤로 나앉아 겨울 채비에 들고 보기 보다 재바른 목련은 봄에도 제일 먼저 봄치레를 하더니 어느새 잎을 다 떨고 벌써 털복숭이 겨울눈을 내밀며 일찌감치 제 살길 단도리를 마쳤다. 도도한 것 같아도 정에 약한 장미만 아직 미련을 못 놓은 채 한가닥 목을 늘이고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혼자 늦가을 뜨락을 지키고 있는게 애잔해 보인다. 며칠 여기저기 가을 잡느라 애쓰고 다녔더니 그것도 된지 오늘은 꼼짝도 하기 싫어 황토방에 뜨끈하게 불 올리고 푹 땀을 흘리고 나니 찌뿌득하던 몸이 좀 가벼워진다. 온통 가을비에 촉촉히 젖..

자라섬 남도 꽃 축제

자라섬 남도 꽃축제 조 은 미 친구가 다녀와서 sns에 올린 것을 보고 관내니 한번 다녀와야지 벼르다 마지막 폐장이 가까워서야 자라섬을 찾는다. 남도 꽃 축제 ! 끝도 없이 펼쳐진 백일홍 꽃밭과 야생화들이 한껏 아름답게 만개했던 빛이 가시고 이제 시들어 가기 시작해도 여전히 장관이다. 좀더 일찍 와서 최고의 모습을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름답게 시들어 가는 조금은 서글퍼지는 지는 꽃을 바라보는 애잔함도 특별한 감동을 준다. 지자체가 된 이후로 각 지역마다 어디를 가도 특색 사업으로 볼거리가 있어 축제도 많고 국토 전체가 더 아름답게 변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삶의 질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 같다. 새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가슴 속 까지 사랑하는 마음이 샘 솟는다. 어딘지 어수선 하고 까닭없이..

스위스 마을

스위스 마을 조 은 미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 동네 가까운 이천리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을 줄이야. 이국적이고 동화나라에 온 듯 어디에 앵글을 맞추어도 한폭의 그림인양 아름답다. 실제 거주하시는 분들의 사유 주택과 어울어져 커피박물관, 와인 박물관 , 치즈 박물관, 초코렡 박물관, 산타마을 등 스위스 풍 건물의 테마관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그 외 생활용품 전시관 등 스위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산위의 빨간 기차가 스위스 여행때 융프라우를 달리던 산악기차를 재현 해놓은 듯 낭만적이다. 산 위에 양 우리에서 양을 만나는 것도 색다른 기쁨이다. 연인들이나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자연에서 즐길만한 근교 나들이로 강추하고 싶다.

강릉의 가을 배웅

강릉의 가을 배웅 조 은 미 오랫만에 절친 몇과 가을을 배웅하러 강릉 여행길에 나선다. 상봉역에서 Ktx를 타고 시간반 가량 달리면서 그간의 회포를 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강릉역에 도착한다. 기차 여행은 늘 그렇듯이 향수와 낭만에 젖게한다. 강릉역에 도착하여 선교장을 찾는다. 고즈녁한 뜨락에 내려앉은 가을빛이 고향처럼 푸근 하다. 활래정 연지엔 온 몸에 물기 마저 말라 버석거리는 연옆 위로 어느새 가을이 다녀갔는지 겨울을 재촉하며 기다리고 있다. 단아하고 정숙한 품위를 지닌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300년 고택의 위풍과 기품은 절로 옷깃을 여미며 숙연하게 한다. 오랫만에 보는 초가지붕과 굴뚝 행랑채의 격자 문살마저 정겹고 편안하다. 나이 들수록 우리 것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고 그리움 저 밑바..

돈이 많아야 부자인가?

돈이 많아야 부자인가? 조 은 미 아직 떠나지 못한 가을이 흐드러지게 내려앉은 노을 공원! 단풍은 어쩌라고 저리도 고운지! 두어달만에 만난 화사회 모임 서울교대 8회 동기 모임인데 매달 화요일 넷째 주에 만난다 해서 화사회 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화사한 모임이라는 숨은 뜻이 더 어울리는 모임이다. 인간 관계라는게 대부분 처음 만나면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감이 생겨 마음을 열기 까지 줄다리기 하며 상대를 저울질 하게 되고 그래도 못 미더워 마음 한 자락 항상 감아쥐고 행여 엉뚱한 피해라도 당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경계하며 만나기 예사인데 교대 동기들은 같은 직종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로서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동질성이 있고 국가가 보증하는 인격을 갖춘 최고 지성의 집단이기에 동기라는 친밀감 하나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