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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 쉬멍 ( 큰 엉, 쇠소깍)

놀멍 쉬멍 ( 큰 엉, 쇠소깍) 조 은 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웅크러든다. 제주 서귀포에서 1년간 휴양 삼아 머물고 있는 친구를 보러 가는 날이다. 11시 비행기지만 공항에서 느긋하게 기다릴 요량으로 서둘러 나선다. 김포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따끈한 카페라테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커피를 다 마시도록 뭉게지지 않는 하트 모양의 심장을 가슴에 채운다. 몽글 몽글 따뜻함이 피어난다. 아침부터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친구 모습을 그리며 마음은 더 먼저 제주도로 난다. 오랜만의 비행기 여행이다. 작년 이맘 때 한달 살이 제주도 추억이 새롭다.협재 해변의 시리도록 푸르던 바다빛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활주로를 미끄러져 이륙한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난다. 햇솜을 펼쳐놓은 듯 몽..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조 은 미 오랜만에 대학 동기 반창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나갈 준비를 하며 벌써 몇 번째 핸드폰을 찾는지 모른다. 금방 손에 들고 있다가도 손만 떠나면 보이지 않아 허둥댄다. 집 전화는 오로지 핸드폰 찾는 용도로만 쓰인다. 그럴 때마다 치매가 진행되는거 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스러워진다. 가끔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알던 사람 인데 전화번호를 찾으려면 얼굴만 뱅뱅 돌뿐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많다. 그나마 글이라도 쓰는 순간은 아직 정신이 건재한 것에 안도한다. 서초동 대나무골에서 1시 모임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만 봐도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51년 전의 풋풋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 나이를 잊는다. 교대 졸업하고 평생 교직에서 근무..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도전 조 은 미 오늘은 계간 문예 한국문학발전포럼에서 개최하는 전국 시낭송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 년초 늦깎이로 시낭송에 입문한 후 세 번째 도전이다. 첫번째 문경에서 열렸던 전국 시조 낭송 대회에서는 맨손, 지난 9월 한국문학 낭송가회가 주최한 전국 시낭송 대회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금상을 수상했다. 빠른 시간 내 이룬 쾌거였다. 이번에는 나름 대상을 목표로 2달간 거의 매일이다시피 열심히 연습했다. 정일근 시인의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라는 시를 가지고 출전했다. 의상도 바다빛이 나는 파란 드레스를 준비했다. 대회는 언제나 순서가 끝나기 전 까지는 긴장의 연속이다. 차례를 기다리며 행여 중간에 잊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몇 번씩이나 머릿속으로 시를 되뇌여 본다. 돌아보니 모든 참가자들이 다 ..

정, 그 따뜻함 안에서

정, 그 따뜻함 안에서 조 은 미 남도 여행의 행복했던 달콤함이 아직 가시지 않고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묵은 정에 새 정이 얹혀 강화도에서 팬션하는 친구가 미국에서 온 친구 부부를 초청했다. 출국하기 전 마지막 이틀 밤은 강화도에 와서 같이 지내잔다. 서울 시내 호텔에서 묵고 있는 부부를 픽엎해 친구의 살림집이 있는 김포로 향한다.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반갑게 맞아준다. 복어국으로 맛난 점심을 대접 받는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점심 후 초지진과 광성보를 돌아본다. 사적 255호인 초지진은 해상으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한 요새이다.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 해병 450명이 20 여척의 배로 침입하여 격전을 벌렸던 곳이다. 화력의 열세로 결국 점령 당해 군사 시설이 모두 파괴되었다. 4년 ..

안타까운 문화 현장

안타까운 문화현장 조 은 미 지인의 초대로 윤봉길 기념관에서 있었던 제1회 운봉 음악제에 디녀왔다. 창작가곡으로만 이루어진 무대는 특별하고 신선했다. 운봉 조영황 시인의 20 여편 되는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을 다양한 성악가들이 연주하는 이채로운 무대였다. 한 시인의 작품이 가곡으로 창작되어 전 무대를 개인 음악제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참 대단하고 놀라웠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 그 열정이 부럽기마저 했다. 성악가들의 화려한 무대 의상도 눈을 행복하게 했다. 양재 숲의 단풍도 환상이다. 늦은 비가 추적거리고 내린다. 도심에 이런 가을이 아직 남아 있었다니. 절로 낭만 속의 여인이 된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 초대해준 지인에게 감사한다. 귀한 자리에 다녀오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ㅡㅡ2박 3일 남도 맛 기행

2박 3일 남도 맛 기행 조 은 미 오랫만에 고국을 찾은 여고 동창 부부를 포함한 8명의 일행이 2박 3일간 남도 맛기행을 다녀왔다. 친구가 출국하기 전 추억 쌓기 여행으로 의기 투합하여 뭉쳤다. 순천, 고흥, 장흥, 강진, 목포 일원을 돌아보며 맛난 먹거리를 즐기는 2박 3일 일정이다. 잠실에서 7시 30분에 동백여행사 리무진 버스에 탑승했다. 자리가 넓고 편안해서 좋았다. 21명이 탄 우리 버스 승객 중에는 우리가 제일 꽃순이 였다. 우리보다는 모두 연만하신 분들이었다. 아침에는 따끈한 팥고물 얹은 찰시루떡을 아침 대신으로 나눠주었다. 순천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짱뚱어탕을 먹었다. 안먹어 보던 생소한 음식이다. 추어탕처럼 씨레기를 넣고 짱뚱어 살을 푹 고아 된장을 풀어 끓인 보양식이다. 토속적인 구수한..

믿음 안에 산다는 것

믿음 안에 산다는 것 조 은 미 사람이 살다보면 내 일이라도 내 의지대로 안되는 일이 있다. 그냥 어떤 힘에 의해 이끌려 가는 느낌이랄까? 크게 필요도 없는 신축 건물 허가를 내놓고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고향 동네 가까운 곳에 300 여평 되는 농지에 150평은 대지로 허가를 받아 작은 집을 짓고 150 평은 전으로 지목이 되어 있지만 잔디를 깔아 정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원 주택이 있다. 들은 정보에 의하면 농지를 용도 외에 전용하여 사용하다 항공 촬영에 걸리면 원래 농지로 복구해야됨은 물론 그동안 전용해서 사용한 기간까지 합산하여 과태료가 많이 부과되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제 가까운 지인의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일을 당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

비빔밥

비빔밥 조 은 미 아침에 일어나 글 몇자 쓰다 보면 훌쩍 시간이 지난다. 벌써 9시가 겨웠다. 배꼽 시계가 신호를 보낸다. 이 나이에 때를 잊고 열중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행복하다. 서둘러 냉장고를 점검해 본다. 먹다 놓친 나물들이 눈에 띄인다. 어제 지인이 사서 들려준 갈치속젓에 눈길이 머문다. 오랜만에 반갑게 만나 점심으로 맛난 고등어 김치찜을 대접 받았다. 워낙 맛으로 유명세가 있는 집이어서 그런지 식사하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소문대로 얼마나 맛나던지! 따라나온 갈치속젓도 밥도둑이었다. 굽지 않은 날김에 싸 먹으니 그냥 밥이 술술 넘어간다. 너무 맛나게 먹는 게 보기 좋았던지 점심 대접 잘 해주고, 갈치속젓까지 사서 들려 준다. 세심하게 챙겨주는 속정이 따뜻하고 고마웠다. 냉장고에서 ..

고장난 시계

고장난 시계 조 은 미 오후 2시에 수필반 수업이 시작된다. 오전에 오랜만에 시낭송 대면 수업을 마치고 오는 터라 부지런히 서둘러 가는 길이다. 다행히 아직 10 분 전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강의실 문을 연다.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평소와 달리 교수님도 벌써 자리에 앉아 계시고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 분위기다. 반갑게 인사하며 너스레를 떨려다 민망하여 얼른 자리에 앉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10 분이나 지나 있었다. 무려 20분이나 차이가 나는 시계를 고장난 줄도 모르고 차고 다녔으니. 얼마 전에 디자인이 예뻐 새로 산 시계라 고장났으리라고는 요만큼도 생각 하지 않았다. 실상 늘 핸드폰을 들고 다니기에 딱히 시계 볼 일도 거의 없기는 했다. 시계를 믿고 지각한 줄도 모르고 미안한 기색도..

마음을 나누는 기쁨

마음을 나누는 기쁨 조 은 미 마음을 나누는 기쁨 조 은 미 외출했다 돌아오니 현관 앞에 조유자 시인의 '내 삶의 산책로에서' 시집이 택배로 와 있다. 가까운 허시인의 지인으로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 이다. 반갑게 펼쳐든다. 조용한 얼굴 모습처럼 일상에서 건져올린 진솔한 시인의 언어가 가슴에 따뜻하게 와닿는다. 고마운 인사를 카톡으로 보내니 바로 전화가 왔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벌써 몇 달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허시인을 가운데 두고 아파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쉽게 서로를 하나로 묶는다. 오래 전화로 통화하기는 처음이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언니 같은 따사로움에 십년지기나 되듯 마음의 문이 열린다. 늘 따뜻하게 보듬어 주던 허시인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듯 하다. 밤새 안녕이라고 하루 아침에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