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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까며

밤을 까며 조은 미 얼마 전 초등학교 절친이 떨어진 아람을 많이 주웠다며 되가웃 실히 되는 밤을 나누어 주었다. 한가하게 앉아 밤을 쪄먹을 여유가 없어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오늘서야 꺼내 찐다. 찬물에 한시간 정도 불렸다 센불에 20 분가량 삶아 뚜껑을 열지 말고 10분 쯤 뜸 들인 후 찬물에 씻어 건지면 밤 껍질이 호르르 잘 까진단다. 하라는대로 했더니 단단한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가시로 철갑을 두르고 단단한 껍질로 싸는 것도 모자라 속 껍질까지 까실하게 무장한 밤을 삶아 까놓으니 포근포근한 노란 속살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나던지. 잇새에 씹히는 고소한 밤 맛에 친구의 사랑도 고소하게 씹힌다. 밤을 까며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때로 밤송이처럼 까실한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밤 껍질처럼 바..

몸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는 지혜

몸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는 지혜 조 은 미 모처럼 소파와 진한 사랑에 빠져본다. 등어리 밀착시키고 포근히 안아주는 편안함에 하루 종일 몸을 맡겨본다. 방해받지 않고 사랑 할 수 있는 자유가 행복하다. 내가 보호자가 되어 스스로를 보살펴야 하는 나이가 되니 이제서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빗나가지 않게 잘 다독거리며 사는 것이 여러 사람 걱정 안끼치고 사는 지혜이다. 즐겁게 노는 것이 일이라 여기저기 바쁘게 쫒아다니다 보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기도한다. 그런 땐 만사 제치고 소파와 밀애에 빠지는 게 상책이다. 스마트폰과 삼각 관계의 균형을 잘 유지 하면서 좋은 음악으로 귀도 호사하고 책장을 넘기며 눈도 호사시킨다. 소파와의 사랑도 지칠때 쯤이면 따끈한 햇살 속에 바람도 한 ..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조 은 미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학교 때 친구처럼 무람하지는 않지만 문단에서 만나 각별히 가까이 지내는 모임이 있다. 장르는 달라도 글을 쓴다는 공통점은 서로를 든든하게 묶는 끈이 된다. 문화 코드도 비슷해서 영화나 연극을 같이 보고 토론도 나누고 여행도 자주 다니는 편이다. 배울 점이 많기에 만날수록 끈끈한 정이 생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유익이 되는 모임이다. 세월의 무게가 얹히며 만날수록 점점 더 소중하게 생각이든다. 늘상 자주 어울리다보니 지금은 일상에서 제일 자주 만나는 벗으로 지낸다.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는 것 만큼 따뜻하고 행복한 관계가 있을까! 양평의 동야루 팬션에서 1박을 하기로 하고 여행길에 나섰다. 개군면에 위치한 한적한 팬션이다..

잃어버린 것을 찾은 기쁨

잃어버린 것을 찾은 기쁨 조 은 미 매주 수요일은 캘리그라피와 하모니카를 수강하는 날이다. 하루에 두 강의를 받는 일이 누가 시켜서 하는 일 같으면 힘들텐데 좋아서 하는 일이니 늘 즐겁고 기다려진다. 지난 주 수요일은 유독 바빴다. 강의 끝나고 하모니카 동호인들과 차 마시고 , 돌아오면서 독감 예방 주사 맞고, 상비약 처방 받아 약국까지 들려 집에 왔다. 며칠 지난 뒤 문득 캘리그라피 도구 넣어다니는 가방에 생각이 미쳤다. 늘 두던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다 두었지? 집안을 샅샅이 찾아도 없다. 그러고 보니 어디다 놓아두고 집에 안가지고 온 것이 틀림없다. 도무지 어디에서 놓쳤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날의 행적을 다시 더듬으며 역추적하여 다녔던 곳은 다 전화로 문의를 해 보았다. 문화원, 커피숍,..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조 은 미 때로 Sns 글벗을 통해 좋은 정보를 얻는다. '춘천 도립 화목원'을 다녀오신 분이 페북에 멋진 사진을 올렸다. 서울 가다 한번 들려보리라 마음 먹는다. 춘천은 시골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네비게이션을 쳐보니 1시간 정도 걸린다.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나름 다 사정이 있어 마땅히 동행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내가 필요할 때 누군가 항상 내 옆에 있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나이 들어 외롭지 않으려면 혼자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낯선 환경에 자주 노출 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초행길이지만 혼자 가보기로 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치고 나선다. 길동무치고는 그..

착각, 그 한계

착각, 그 한계 조 은 미 내일모레면 친정 엄마 기일이다. 추석 때도 이런저런 이유로 성묘를 다녀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겸사 겸사 괴산 호국원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을 쳐보니 1시간 40 분 정도의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마음 먹으면 한나절이면 다녀올 거리인데 왜 그리 멀다고만 생각했을까? 일찍 집을 나선다. 다행히 평일이라 고속도로가 번잡하지 않았다. 호국원 묘역에도 단풍이 붉었다. 기억 속에 있는 위치를 찾아 올라가 명패를 보니 아버지 이름이 아니다. 순간 혼란이 온다. '여기가 분명히 맞는데' 메모를 꺼내 확인을 해본다 11303 ㅡㅡㅡ 으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주변을 다 둘러봐도 10303 ㅡㅡㅡ으로 시작 하는 번호 밖에 없다. 생각은 여전히 여기가 맞는데에서 한 발..

ㅡ화양구곡의 가을 속에서

화양구곡의 가을 속에서 조 은 미 괴산 호국원 다녀오는 길에 근처 볼거리를 검색해 보니 화양계곡이 뜬다. 화양계곡은 조선 효, 숙종에조에 성리학의 대가였던 우암 송시열의 화양서원, 암서재등이 남아있는 역사적인 유적지이기도 하다. 도명산 자락을 따라 펼쳐지는 화양천 계곡은 산수가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아름답다. 가파르게 솟아있는 바위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경천벽, 맑은 소에 구름이 비치는 운영담, 매년 효종의 기일에 우암 선생이 한양을 향해 읍소하며 통곡했다는 읍궁암, 금싸리기 같은 모래가 환히 들여다 보이는 금사단, 그 위에는 송시열 선생이 기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암서재가 있다. 암석이 첩첩히 쌓인 첨성대, 구름을 찌를듯이 높이 솟아 있는 능운대, 누워있는 용의 모습을 닮은 와룡암..

따사로운 것들에 감사하며

따사로운 것들에 감사하며 조 은 미 짙어가는 가을 빛이 너무 아름다와 괜스리 서러워진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빛 하늘도, 샛노랗게 물든 은행잎도,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단풍잎도,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한잎 두잎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한 줄기 빨갛게 남아 울타리 지키는 장미도 어찌 그리 이름다운지! 그 속에 서면 까닭없이 그리워지는 것들로 인해 가슴이 비어오고 애닯아 진다. 짧아 지는 해에 마음이 바빠지고 일 없이 서성거려진다. 따사로움이 고파지는 계절이다. 작은 볕에도 마음이 머문다. 아침에 글줄을 잡다보면 때를 놓치기 일쑤다. 오늘도 몇 번씩 퇴고를 하다보니 제누리 때가 되었다. 배꼽 시계는 정확하게 신호를 보낸다. 마침 은행 볼일도 있고 캘리그라피와 하모니카 수업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나선..

하나 되는 기픔

하나 되는 기쁨 ㅡ 강동 온누리 권사회 리트릿 ㅡ 조 은 미 오늘은 강동 온누리 권사회 리트릿을 가는 날이다.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의 생명의 빛 교회 예수 마을 탐방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행사가 있는 날은 늘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수고가 따른다. 출발 전 교회서 모여 간단히 기도하고 임원들이 떡과 따끈한 차를 준비하여 섬겨준다. 과일도 1회용 용기에 골고루 먹기도 아까울 만큼 예쁘게 포장하여 나눠 준다.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다. 작은 마음 씀이지만 귀하게 대접 받는 느낌이다. 여유있게 차까지 마시고 출발하니 마음까지 느긋해진다. 고속도로마져 평일이라 텅비었다. 설악 IC를 빠져나와 양평 쪽으로 좌회전하여 엄소리 아취를 지나 직진하다 설곡리 쪽으로 좌회전 하면 구불구불 산길이 펼쳐진다. 온 산에 가을이 ..

나를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며 조 은 미 나를 사랑하며 사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엄마, 아내, 며느리등 여러 이름으로 살다 보면 언제나 나는 뒷전이 된다. 아침마다 운동 삼아 가는 목욕탕에 오늘은 나보다 연배로 보이는 분들이 탕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알몸이 되면 서로 경계심이 없어져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말문을 트게 된다. 잘 아는 사람과는 오히려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말을 삼가게 된다. 자칫 있는대로 속내를 드러냈다간 관계가 틀어지면 내가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 상처로 돌아올 때도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차라리 뒷말의 부담이 없어 속상할 때는 아는 사람한톄 털어놓는 것보다 위로가 되기도 한다. . 오늘은 여든 다섯 되셨다는 어떤 분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