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76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조 은 미 뒤뜰에 나가니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작년에 심었던 튤립과 수선화도 죽었는 줄 알았더니 겨울을 견뎌내고 초록 얼굴을 내밀면서 어느새 제법 자라 곧추서서 반긴다. 심지도 않은 개불알꽃과 초롱꽃, 망초순들도 서로 경쟁하듯 제 영역을 넓히며 땅따먹기 하고 있다. 생명의 신비여! 위대하신 정원사의 은총이여! 숨을 크게 쉬어본다. 정겨운 흙냄새에 묻어 사작에서 밀려오는 봄기운이 느껴진다. 미리 남녘의 꽃바람을 가슴 시리도록 맞고와서인지 내 안에도 봄이 가득 찼다. 더부룩한 머리까지도 무겁게 느껴져 미용실에 들려 겨울을 잘라낸다. 돌돌 잘려나가는 머리칼에 묵은 텁텁한 기분을 털어내고 상큼한 봄을 머리에 얹는다. 한결 마음이 상쾌해지고 가벼워진다. 계단 구석에 자리를 지키고 있..

서로의 봄이 되어 살아가자

서로의 봄이 되어 살자 조 은 미 여고 동창 몇이 철원 잔도길 관광 예약을 하고 기대했는데 모객이 되지않아 갑자기 쌍계사 쪽으로 행선지가 변경되었다. 셋은 늘상 자주 만나던 친구였지만 한 친구는 오랜 외국 생활로 지난번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졸업 후 처음 만난 터라 가깝게 여행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창이라는 유대감은 몇십 년 세월을 뛰어 넘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늘 만났던 듯 말 몇 마디에 경계가 허물어진다. 잠실에서 7시 30분 출발하여 4시간여 달려 구례의 섬진강 대숲길에 닿는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울울창창 곧게 뻗은 대나무 숲의 푸르름 앞에 압도 되어 경건한 마음이 된다. 나무도 아닌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

뽕잎밥

뽕잎 밥 조 은 미 모처럼 한가하게 집을 지키는 날! 등짝이 쇼파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디. 거실 창가에는 봄바람이 보듬는 부드러운 애무에 살포시 흔들리는 벚꽃 가지가 여민 옷섶 풀어 헤치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분홍 유두에 수줍음이 부풀고 배시시 눈웃음마저 지으며 볼이 붉어져 새침을 떨고 있다. 이런 날은 달달한 커피 한 잔이 왜 이리 땡기는지! 할 일 없이 뒹굴거리며 몇 자 끄적이다 보며 어느새 열한시가 겨워 아점 때가 된다. 아 삼시 세끼 꼬박 챙겨야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배꼽 시계에 순종하며 한껏 게으름을 즐길 수 있는 자유! 이 얼마나 감사한 여유인가? 슬슬 시장기가 돈다. 갈무리 해뒀던 뽕잎을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켜 밥물을 평소 보다 조금 적은 듯 자작하게 붓고 뽕잎을 위에 얹어 고슬하게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