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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속에서

춘설 속에서 조 은 미 어제 아침부터 볼이 부어 입이 댓발이나 나왔던 하늘이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밤새 비밀스럽게 사설을 풀어놓기 시작하더니 밤이 새도 그칠 기색이 없다. 온 천지를 덮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열린 입은 닫힐 줄 모르고 여전히 소리 없이 하얗게 재가 된 마음을 쏟아 놓는다. 그래 참았던 네 속이 얼마나 탔을까? 한나절 쏟고나니 그래도 반 분이나 풀렸는지 뚫렸던 구멍이 막히고 하늘이 제대로 올라 붙는다. 낯빛도 밝아져 계면쩍은 듯 앞산에 짐짓 안개 마져 둘러치고 제 모습 애써 감춘다. 그려 속터질 땐 춘삼월이 대수랴! 참는다고 능사는 아니지. 세상 되어 가는 꼴이 하도 같잖으니 그냥 속 터지는 맘 풀어놓고 싶었는가 보다. 온갖 추악한 것 다 감추고 다시 그려 보고 싶은 세상! 하얀 도..

그리움, 그 언저리

그리움, 그 언저리 조 은 미 희뿌연 하늘이 땅에 가까이 내려와 온통 회색빛 차일을 드리우고 그리움 마저 짜내는지 공연히 한 곳에 마음이 머물지 못하고 서성거려진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시골집을 향해 차를 달린다. 집으로 가는 설악 IC와 춘천의 갈림길에 망설임 없이 춘천 쪽으로 핸들을 튼다. 남춘천 동산 묘원! 내 그리움이 머무는 그곳에 닿는다. 온갖 꽃들이 화사하게 반기는 곳, 안식과 평화가 흐르는 그곳에서 그리움의 끝을 잡는다. 그이와 나란히 찍은 사진의 내 이름자 선명한 묘비 앞에 서면 죽음 앞에 허허로운 가슴이 되고 평안이 남실댄다. 아직 살아있음과 무탈하게 지내고 있음에 감사가 넘친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네비의 가까운 볼거리를 치니 에디오피아 참전 기념관이 20 여분 거리에 걸려든다. 6..

새로운 희망 앞에서

새로운 희망 앞에서 조은 미 3월9일 대선에서 서로 땀을 쥐는 사투를 벌인 끝에 유례 없는 근소한 표차로 박빙의 우세 속에 윤석열 후보가 20대 새 대통령으로 선출 되었다. 이번 선거만큼 양 진영이 곡예하듯 첨예하게 대립 되었던 적은 없었다. 온 국민 모두가 땀을 쥐며 결과를 지켜보면서 이긴 편도 진 편도 절반의 승리에 극도의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각각 나름 지지 성향에 따른 다른 감회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 시대를 맞는다. 소탈하고 정직한 인품에 자유를 존중하는 공정한 민주주의 사회로의 변화를 꿈꾸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검찰 출신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선입견으로 검찰 공화국이라는 공포 분위기의 경직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반반의 세가 팽팽한 가운데 이제 새로운 역사를 향..